만화로 분식회계 해명한 삼성바이오, 과연 맞을까?

[분석] 삼성 미래전략실 개입 내용 등은 아예 빠져

등록 2019.03.10 20:40수정 2019.03.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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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 연합뉴스


"삼바는 단지 규정을 지켰을 뿐인데 속상하겠어!"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최근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웹툰 속 대사다. 삼성바이오는 1월 21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모두 5편의 웹툰을 게재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최종결론이 나온 뒤 진실규명의 공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회사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웹툰에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급상승해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 정당하다는 점과 금융당국이 회계처리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귀여운 그림체로 무장한 회사 쪽 설명에 숨겨진 주장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봤다. 

복제약 판매승인으로 삼성에피스 가치가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는 해당 웹툰 1화와 2화에서 2015년 삼성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에 대한 판매승인을 받게 되면서 회사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피스 지분 약 절반을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 형태로 가지고 있던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이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이 경우 삼성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의 지분이 거의 같아져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장부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합당했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우선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 때 사용한 자료가 작성된 시점은 복제약 판매승인 시점보다 앞선다. 삼성바이오가 활용한 자료는 2015년 8월 안진회계법인의 삼성에피스 가치평가보고서인데, 당시는 삼성에피스가 국내외에서 어떤 형태로든 제품 판매승인을 따내지 못한 때였다.

삼성에피스의 복제약은 2015년 9월과 12월 국내에서 판매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해,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가 복제약 판매승인을 받기도 전에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장부를 작성했음에도, 판매승인으로 인해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는 얘기다.

2014년까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한 것은 정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페이스북 웹툰 ⓒ 삼성바이오로직스

 
또 삼성바이오는 웹툰 4화에서 2015년 이전까지는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낮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온 것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선위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에피스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회계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부터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지분 절반 가량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장부에 반영해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했다는 것이 증선위 판단의 핵심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회사가 2012~2014년에도 콜옵션 부채를 (장부에) 인식했어야 함을 2015년에 알았지만 콜옵션의 공정가치(시장가격)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미리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맞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불능' 의견을 유도했고, 이를 근거로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바이오젠에서 삼성에피스 지분 약 절반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을 장부에 반영하게 되면 삼성바이오의 가치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회계법인에서 평가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나타났고, 회사는 2015년 이전까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왔다.

이후 삼성바이오는 복제약 판매승인으로 인해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져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됐다는 이유로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는 약 4조5000억 원의 장부장 이익을 올리게 됐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에서는 A회사가 B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잃거나 얻을 경우 회계처리를 변경하면서 B회사의 시장가격(공정가치)을 평가해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를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삼성에피스 가치를 지분 매입 시점의 장부가격이 아닌 2015년 시점의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표기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잘못된 회계처리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2015년에 삼성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자회사의 순손익을 보유지분만큼 모회사의 경영실적에 반영하는 제도)으로 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만약 삼성바이오가 2014년까지 삼성에피스를 종속사로 처리하다 2015년에 오류를 알게 돼 기존 장부를 수정했더라도 대규모 평가이익은 발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페이스북 페이지 ⓒ 삼성바이오로직스

 
더불어 삼성바이오는 웹툰 4화에서 2015년 회계처리를 변경할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당국이 감리 과정에서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는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어서 금융감독원이 아닌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말 참여연대는 금감원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금감원은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의견을 표했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감리를 실시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이후 참여연대가 다시 한번 금감원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재조사할 것을 촉구했고, 이에 금감원은 약 1년 동안 삼성바이오에 대해 특별감리를 실시한 뒤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이어 금감원은 증선위에 이를 감리해줄 것을 요청했고, 증선위는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가 의도적으로 콜옵션 공시를 누락했다고 보고 검찰 고발 조치했다. 이후 증선위는 재감리를 거쳐 같은 해 11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삼성 미래전략실 개입 문건 등은 웹툰에서 볼 수 없어

이 같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데에는 2018년 11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해당 문건에는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바이오젠 콜옵션 처리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에 '통합삼성물산은 합병 때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했다'고 적혀 있었던 것. 

앞서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은 1대 0.35 비율로 합병했다. 삼성물산 주식 3주를 합쳐야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얘기다. 삼성 입장에선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높여야 했고, 이 때문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바이오젠 콜옵션을 장부에 반영하게 되면 부채가 발생해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처한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회계처리방안들을 미래전략실에 보고했고, 실제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방안을 실행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바이오가 게재한 웹툰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지난달 28일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면 201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같은 내용도 해당 웹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당시 삼성바이오가 상장하기 위해선 규정에 따라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부채비율 300% 이하 등 기준을 충족시켜야 했다. 하지만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대규모 장부 이익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가 이 같은 기준들을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12월 검찰은 삼성바이오 본사 회계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정리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페이스북 페이지 ⓒ 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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