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3기, 내 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100대 명산에 도전한 강남기 당진시 자원순환과 청소정책팀장

등록 2019.03.05 11:40수정 2019.03.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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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등반에 도전하고 있는 당진시청 자원순환과 강남기 팀장 ⓒ 한수미

 
"너 죽기 싫으면 운동해라."

농담으로 던진 친구의 말이 요샛말로 뼈를 때렸다. 평소라면 한 귀로 흘려들었겠지만 갑상선암 3기를 선고받고 대수술을 마친 그에겐 쉽게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탁구에 골프, 자전거 등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봤다. 하지만 살은 도무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무렵 친구가 산에 한 번 가보라고 한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당진시 자원순환과 강남기 청소정책팀장의 전국 100대 명산 도전이 시작됐다.

"12월 연말 회식이 많잖아요. 회식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탱탱 붓는거예요. 얼마나 심했냐면 거울을 보지 않고도 제 눈으로 볼이 부은 게 보일 정도였어요. 엄청 심했죠."

점점 붓는 얼굴에 주변 사람들까지 걱정할 정도였다. 또 피곤이 엄청 몰려왔다.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면 어느새 졸고 있었다. 그래도 체력이 좋은 편인지라 별 걱정하진 않았다. 남들 말대로 신장이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지난 2017년 1월 병원을 찾았다. 그의 나이 48살이었다.

"20년을 의사생활 했는데 이렇게 높은 갑상선 수치는 처음 본다"는 의사의 말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일반인의 갑상선 수치가 4TSH라면 강남기 팀장의 수치는 100TSH에 달했다. 20년 경력의 의사가 최대로 본 것이 80TSH라고 했을 정도니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는 바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서는 "(암) 크기가 커 실험 데이터로 쓰게 동의해 달라"는 말을 했다. 거기에 초음파 검사를 하다 "많이 진행됐다"는 말까지 들었다. 의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를 절벽 끝으로 내몰아냈다.

"내가 암에 걸릴 줄이야"

"드라마에서 보면 암 선고를 받고 주인공이 좌절하잖아요. 딱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먹먹하고, 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 그것 뿐이었어요."

암의 크기도 컸고, 진행도 꽤 됐으며, 설상가상으로 위치도 좋지 않았다. 성대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로 성대 신경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암 수술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일단 이전 체력의 60~70% 밖에 쓸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하고, 눈이 시리고 자꾸만 감겼다. 또 성대 신경 절제로 인해 밴드 보컬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요오드와 소금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해 해산물과 해조류는 물론 김치조차 입에 댈 수 없었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맞더라"며 "먹고 싶은 것을 먹지도, 가고 싶은 곳을 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졌다"고 말했다.
 

100대 명산 등반에 도전하고 있는 당진시청 자원순환과 강남기 팀장 ⓒ 한수미

 
43차례 용봉산 등산…100대 명산 시작

친구의 말을 들은 강 팀장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집과 가까운 홍성 용봉산에 올랐다. 같은 길을 43차례 올라 지루해질 무렵, 우연히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오르는 팀을 만나게 됐다. 바로 이 팀과 함께 용봉산을 시작으로 그의 100대 명산 도전이 시작됐다. 그는 고지혈과 당뇨로 건강을 걱정하던 고등학교 친구(이석근·구본철)와 함께 팀을 꾸려 지금까지 주말마다 전국 곳곳의 산을 다니고 있다. 현재 37개의 산 정상에 올랐다.

강 팀장은 "발걸음이 느려 등산하는 속도가 오래 걸린다"며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어느 것에 의지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산을 오른다"며 "정상에 올라 산맥이 기지개를 핀 것 같은 모습을 보면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100대 명산 등반에 도전하고 있는 당진시청 자원순환과 강남기 팀장 ⓒ 한수미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어

한편 천안 출신의 그는 1995년 당진군으로 발령받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했던 강 팀장은 민원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그는 "민원인 역시 불편한 것이 있어 행정기관을 찾는 것이기에 최대한 민원을 듣고 해결해주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후 민원인들을 다시 만나면 동네 사위처럼 친근하게 대해줘 공직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퇴직까지 12년이 남은 그는 퇴직 이후에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이전부터 해왔던 배낭여행은 물론 100대 명산 등반과 백두대간 등반, 또 자전거 전국일주와 탁구까지 너무도 할 게 많다고.

"평일엔 탁구를 치고, 주말엔 등산하고, 또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하느라 바빠요. 아파 보니깐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단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을 만나면 이젠 '건강하세요'가 제 인사가 됐어요.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시대 신문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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