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환경단체는 "반대"

송철호 울산시장 공약, 4일 백리대숲 조성 첫삽... "전형적 전시행정" 반대

등록 2019.03.05 21:45수정 2019.03.05 21:55
0
원고료로 응원

‘2017 울산 방문의 해’ 때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을 찾은 어린이들 ⓒ 울산시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은 대나무가 태화강을 따라 옛 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10리(약 4km)에 걸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나라 생태관광지 26선에 선정된 명소다.

지난 2016년 7월 2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여름휴가 차 태화강 십리대숲을 방문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8전 9기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은 기존 십리대숲을 10배 키운 '백리대숲 조성사업'을 공약, 지난 4일 백리대숲 조성 첫삽을 떴다.

지난 4일 오후 2시 30분 백리대숲 조성 시작 지점인 태화강 명촌교 하부 일원에서 송철호 시장과 시민, 기업체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 참여자 모집 홍보행사와 조성 시작점 기념 표지판 제막식이 열렸다.

송철호 시장은 "태화강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확대해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겠다"라면서 "이번 백리대숲 조성 시민참여자 모집 행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울산시는 울주군 석남사에서 선바위, 십리대숲을 거쳐 명촌교에 이르는 40km(100리)구간에 기존 대숲의 밀도 향상과 단절구간에 대한 대나무 식재를 통해 대숲의 연속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태화강을 따르는 석남사~명촌교 대나무 식재를 통해 대숲의 연속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테마공간 5개소도 조성되며 오는 2020년 말 조성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백리대숲을 단순히 대나무로 이어진 산책로가 아닌, 시민들이 만들어가고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면서 "잠시 머무르는 관광지가 아닌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한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시켜 생태관광의 세계적 본보기상(롤모델)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백리대숲 사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이 5일 논평을 내고 이 사업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생태환경 훼손시키는 시설물 설치나 변형, 최소화해야"
 

3월 4일 울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작지점인 태화강 명촌교 하부에서 송철호 시장과 시민단체 대표자등이 백리대숲 조성 시작점 기념 표지판을 제막하고 있다. ⓒ 울산시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시 미래비전위원회 산하 녹색안전분과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아직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일방적으로 4일 '백리대숲 시작점 제막식'을 통해 사실상 사업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전형적인 언론플레이, 전시행정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녹색안전분과에서는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에 대한 용역보고를 청취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울산시 관계부서는 지적사항을 보완해 다시 협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라며 "또한 울산환경연합도 태화강에 대해 생태환경을 훼손시키는 인공적인 시설물 설치나 변형시키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녹색안전분과 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만약 태화강을 따라서 대숲을 조성하더라도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명촌교 아래쪽은 억새군락으로 존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라며 "그럼에도 이곳에서 백리대숲 시작점 제막행사를 한 것은 자신들이 요청한 협치를 스스로 걷어찬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백리대숲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집착해 태화강 생태환경을 인공적으로 바꾸는 것을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충분한 여론수렴을 통해 최소화시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십리대숲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의 눈을 가진 모래 속 은둔자', 낙동강서 대거 출몰
  2. 2 국가 수도 옮기고 1300명 이주... 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3. 3 '삼성-엔비디아 보도'에 속지 마세요... 외신은 다릅니다
  4. 4 딸이 바꿔 놓은 우리 가족의 운명... 이보다 좋을 수 없다
  5. 5 전화, 지시, 위증, 그리고 진급... 해병 죽음에 엘리트 장군이 한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