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왜 이래!"... 전두환, 취재진 밀치고 짜증내며 등장

재판 두 시간 앞두고 광주지법 출석... 경호원 엄호 속 취재진 질문 무시

등록 2019.03.11 13:53수정 2019.03.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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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포 부인하냐" 질문에 짜증내는 전두환 "왜 이래"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5.18당시) 발포명령 부인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며 짜증을 내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 공동취재사진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취재진이 “혐의 인정하나”, “발포 명령 부인합니까”등의 질문을 하자 전두환씨가 “이거 왜이래”라며 짜증을 냈다. ⓒ 소중한

 
"이거 왜 이래!"

광주지방법원에 나타난 전두환씨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취재진이 "혐의 인정하나", "발포 명령 부인합니까",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나"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왜 이래!" 한 마디와 짜증스런 표정만 남긴 채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전씨는 질문을 던지는 취재진의 손을 쳐내기도 했다. "발포 명령 부인합니까"라는 질문 직후였다. 전씨의 경호원들이 취재진을 막아 세우며 몸싸움이 벌어지자, 그는 서둘러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는 모습도 보였다.

 차에서 내려 법원까지 '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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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법정 도착한 전두환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유성호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는 재판을 두 시간 앞둔 11일 낮 12시 30분께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재판은 오후 2시 30분 2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전씨는 법원 내에서 식사를 하며 재판을 기다릴 예정이다. 이날 전씨 일정엔 아내 이순자씨도 동행했다.

전씨가 광주를 찾은 것은 대통령 재임시절인 1987년 이후 32년 만이다. 그가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12.12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혐의 등으로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23년 만이다. 그가 차에서 내려 법원에 들어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40초에 불과했다.

전씨는 평소 영장실질심사를 위해서만 열어두는 후면 입구를 통해 법원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차에서 내린 후 약 30m를 걸어 법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취재진이 '세모(△)' 모양으로 표시해둔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 동안 전씨는 재판을 서울에서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병환이 있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이날 광주행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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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사진 전시한 구속자회 "전두환 직접 봐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민중항쟁 구속자회 회원들이 5.18 당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유성호

 

5.18 사진 전시한 구속자회 “전두환 두 눈으로 직접 봐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민중항쟁 구속자회 회원들이 5.18 당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했다. ⓒ 유성호

 
전씨가 법원에 나타나기 한 시간 전인 오전 11시 30분께, 전씨가 들어올 예정인 입구 쪽에는 사진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5.18 당시 민주화운동 당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었다. 피범벅이 된 사진은 물론이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얼굴이 으깨진 사진도 볼 수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신군부에 의한 광주의 학살 참상"이라고 적혀 있었고, 바닥엔 전씨의 사진을 깔아 밟고 지나도록 했다.


이 사진과 플래카드를 설치한 5.18민중항쟁구속자회의 김광호 동구지회장은 "전두환이 눈으로 직접 보라 이거다"라며 "오월영령들을 농락하고 있는 사람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치러 다니면서 병 있다고 핑계나 대는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지만 법정에 바로 서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라"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씨의 차가 법원 인근에 나타나자 "학살책임 전두환 구속", "전두환은 참회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세게 항의했다. 다만 이날 5.18 피해자와 시민들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차분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세워 큰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법원 주변에서 '인간 띠 잇기'를 통해 항의의 의사를 표현했다. 일부는 전씨가 법원 건물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전두환을 구속하라"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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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진 밟고 지나가는 광주 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자, 광주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의 대형 현수막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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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광주 시민들 "전두환을 구속하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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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광주 시민들 "전두환을 구속하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자, 광주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두환 #5.18 #광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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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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