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에서 본 항일운동의 역사 그리고 교훈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독립기념관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등록 2019.03.18 13:48수정 2019.03.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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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국가이므로 100주년이 갖는 상징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삼일절 행사에서 건국 100년을 강조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독립기념관은 말 그대로 우리 민족의 독립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독립기념관을 관람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에 온몸을 바쳐 투쟁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유품들을 둘러보다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독립기념관은 제 1관부터 제 7관까지 있는데, 나는 이 중에서 제 4관과 제 6관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평화의 길, 우리의 염원을 주제로 하여 '평화누리'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제 4관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독립운동의 정신·실천·과제·계승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통해 독립운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다.

네 가지 주제는 '다짐의 길: 독립운동이란 무엇인가?' '실천의 길: 독립운동을 어떻게 했는가?' '하나됨의 길: 꿈꾸던 나라가 되었는가?' '울림의 길: 어떻게 기억·계승할 것인가?'이다. 이중에서 '독립운동이란 무엇인가?'와 '독립운동을 어떻게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국민들 대부분이 학창 시절에 배웠던 역사 선생님의 설명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꿈꾸던 나라가 되었는가?'와 '어떻게 기억·계승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쉽게 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단순한 역사지식보다는 깊은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우선 '꿈꾸던 나라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꿈꾸던 나라와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고 답할 것이다. 그 이유는 광복 이후에 친일파들을 척결하지 못해서 국가의 정의를 바로 세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의 의무보다 권리가 더 많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의무에 대한 조항보다 권리에 대한 조항이 몇 배는 더 많은데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헌법은 전 세계의 어떤 국가의 헌법보다 훌륭하다고 법학자들은 말한다.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에 대체로 만족하고 그래서 꿈꾸던 나라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어떻게 기억·계승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에 자행한 악행은 반드시 기억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본인 모두를 적으로 여기지는 말아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악행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일본인들을 적으로 여기고 증오한다면 그것은 독립운동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악행을 주도한 것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었으며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일본을 계속 그릇된 길로 나아가게 하려는 자들은 극우 정치인의 후손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악행을 기억하고 정중한 사과와 합당한 배상을 요구해야 하지만 일본 국민 모두를 증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일 것 같다.

겨레의 정신을 지키는 것을 주제로 하여 '새나라 세우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제 6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저항시들을 전시해 놨다. 고등학생 때 수능 시험을 보기 위해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일제강점기의 저항시들이 너무 어렵고 싫기만 했다. 그런데 관람하는 상황에서 그 시들을 읽어보니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시들이 좋았지만 특히 윤동주의 <서시>가 가장 인상 깊었다. 윤동주의 <서시>는 안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수오지심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부분에서는 청년 윤동주의 자아성찰과 고뇌가 느껴졌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으려고 할 만큼 도덕적이고 떳떳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만큼 선한 마음을 가진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고뇌하면서도 그는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윤동주 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절대 안락하고 영광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본인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의연히 그 길을 걸어가겠다고 결심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과연 나에게 주어진 길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역사학도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현대인들이 계승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그러했듯 나도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이다.

여러분들 중에 이 글을 보고 독립기념관으로 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독립기념관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보기 바란다. 이전보다 더 성숙한 역사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혹시 나처럼 자신이 나아갈 길,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끝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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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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