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포기하고 책 동아리 출석... 시간가는 줄 몰라요"

충남 예산군 동아리 '마르코의 책방'

등록 2019.03.18 16:03수정 2019.03.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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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의 책방 동아리 회원들. ⓒ <무한정보> 홍유린


새로운 계절이 문을 두드렸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고, 예당저수지는 얼음이 녹아 푸르른 빛을 더해간다. 자연은 늘 그렇듯 새싹과 꽃을 틔우고 차분히 봄을 준비한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는 때다.

예산에 새 시작을 맞는 동아리가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마다 모이는 '마르코의 책방'.

13일 어둠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저녁,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빛을 따라 간 곳. 대한성공회 예산교회 앞에 사람들을 반기는 환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회원들의 따뜻한 인사와 함께 은은한 커피향이 공간을 채운다. 풋풋한 새내기 동아리답게 회원들은 자기소개를 주고받고, 정성껏 준비해온 간식들을 나눠먹으며 일상이야기를 나눈다.

동아리가 만들어진 건 지역 살리기에 관심이 많은 심규용 전도사 덕분이다. 마을이 점점 사라지는 열악한 상황에서 지역에 보탬이 될 만한 '무엇'을 고민하다 독서모임을 만들게 됐다.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마을이 담고 있었던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모두 없어진다는 뜻이잖아요? 마을문화 활성화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마을소멸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여기 모인 회원들 모두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기도 하고요."

심 전도사가 수더분한 미소를 지으며 그 배경을 전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엔 노래를 부른다. 오늘의 선곡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우리가 느끼고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아름다운 가사를 닮은 회원들의 예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동아리는 회원들이 함께 모여 책을 강독한다. 그렇다보니 미리 읽어와야만 하는 부담감이 없다. 그저 같이 모인 자리에서 자유롭게 소감과 감상을 공유하면 된다. 회비도 직책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 열린 마음 하나면 이곳과 함께하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읽는 책은 <용서라는 고통>. 우리 사회에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용서라는 문제를 담은 이 책을 두고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오간다.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자기를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용서하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공감이 되네요."


열심히 책을 읽던 박진규 회원은 "여기에 와서 얘기하고 대화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얼마나 재밌는지 오늘 회식인데 빠지고 왔답니다"라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낸다.

"따뜻함, 연대, 나눔, 교류 이곳에 오면 이런 단어들이 떠올라요.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삶의 아픔과 마음 이야기를 털어놓죠. 참 가족적이에요."

한나 회원의 말 속에 이 공간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홍성에서 오는 승선희 회원도 한마디 보탠다.

"회사 끝나고 오면 시간도 늦고, 아침에 눈뜨기 어려운 정도로 피곤한데 오고 싶어서 오게 되더라고요. 자발적인 모임인 게 정말 좋아요."

봄날 햇살 같은 미소를 짓는 회원들을 보다보면 마음 끝까지 따뜻함이 차오른다. 책을 통해 서로 하나가 되는 이들 모두 지금처럼 행복하기를.

동아리 문의는 심규용 전도사(☎010-4739-3142)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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