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독립운동의 산실, 수피아여학교에서 터져 나온 '만세'

‘3.1만세운동 재현 릴레이 독립의 횃불’ 행사, 25일 광주에서 열려

등록 2019.03.27 11:01수정 2019.03.27 11:10
0
원고료로 응원
만세함성은 우렁찼다. 손에 든 태극기는 3월 하늘을 빛냈다. 역시 광주였다. 빛고을 광주에서 지난 25일, 100년 전 3.1만세운동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광주지역 여성독립운동가의 산실인 수피아여중고(당시 수피아여학교)에서 이날 오후 3시부터 '3.1만세운동 재현 릴레이 독립의 횃불'이라는 주제의 행사가 열렸다. 수피아 학생들과 광주시민이 함께했다. 이날 '3.1만세운동 재현 광주 릴레이 독립의 횃불' 행사에서는 생존 애국지사인 노동훈 선생에게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했다.
 
수피아여중고에서 행사를 마친 뒤엔 횃불행진이 이어졌다. 양림동, 광주 3.10 만세운동 집결지인 부동교를 거쳐 5.18 민주광장까지 1시간여를 걸었다. 수피아여고 출신 독립운동가인 박애순, 진신애 윤형숙 지사와 광주 출신의 이광춘 지사를 위한 헌시(獻詩)를 쓴 필자도 이날 행사에 초대 받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부동교 광주 부동교 아래는 만세운동 집결지이다. 부동교 위에서 당시를 회상하는 참여자들 ⓒ 이윤옥

양림동 오거리 양림동 오거리 쪽으로 행진하는 행사 참여자들 ⓒ 이윤옥

릴레이 독립의 횃불 광주 수피아여중 운동장에서 진행된 '3.1만세운동 재현 광주 릴레이 독립의 횃불' 기념식 모습 ⓒ 이윤옥

필자는 이러한 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참여한 게 처음이었다. 하지만 100년 전 광주지역 만세운동의 산실인 수피아여고 출신의 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글을 쓴 사람으로 감회가 남달랐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수피아여고를 나와 양림동 소재 양림교회를 지나는 길목에서도, 만세운동 집결지였던 부동교를 지나는 길목에서도 필자의 가슴은 아렸다.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하는 지금이야 참석자들이 웃는 얼굴로 행진을 했지만 100여 년 전 그 긴박한 상황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날 행사가 열린 수피아여중고 교사였던 박애순 지사는 고등과 제 1회 졸업생으로 광주 만세운동에 홍승애, 윤형숙 등 여학생 60명들과 함께 만세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일경에 잡혀 1년 6개월의 옥고를 치루는 등 동료교사 진신애, 최수향 지사 등과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던 분이다.
 
광주의 경우, 1919년 2월 8일 도쿄 유학생이었던 김마리아 지사와 양림리 출신 정광호 등의 밀사들을 통해 어느 지역보다 국제정세와 국내외 독립운동 정보를 먼저 알아내 3월 10일에 거사를 이룰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독립운동의 물결이 호남 각처로 번져나갔다.

이날 시위로 박애순 지사 등 103명이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최흥종 지사 등 우국지사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광주독립만세운동 정신을 이어갔다. 각종 사회운동과 독립운동을 벌여 광주 지역의 민족정기 함양에 이바지하였다.
  

태극기와 횃불봉 손에 태극기와 횃불봉을 든 참여자들 ⓒ 이윤옥

부동교 아래 부동교 아래에서 선열들을 추모하는 학생들, 이곳은 100년전 세운동의 집결지였다. ⓒ 이윤옥

이번 '3.1만세운동 재현 릴레이 독립의 횃불' 행사는 호남의병으로부터 출발한 광주의 자주독립정신이 3.1만세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것임을 실감케 할 정도로 수많은 광주·전남북 지역 시민들이 참여했다.  
 
행사에 참석한 장흥의 관산중 3학년 김준혁군과의 대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준혁군은 이렇게 말했다.

"3.1절 행사가 광주 수피아여중에서 있는 것을 알고 장흥에서 자원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한국사에 대해 잘 가르쳐주지 않고 있습니다. 3.1절과 같은 중요한 민족사적 사건을 우리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주길 바랍니다. 저는 공부는 잘 못하지만 우리나라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100년 전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선열들의 정신을 오늘을 계기로 다시 불태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이처럼 의젓한 의견을 말해 함께 듣고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조선대학교 군사학과 2학년 허회철군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3.1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한다는 뜻에서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허군은 "친구와 함께 유관순과 김구 선생 복장의 커다란 인형차림으로 카메라 세례를 많이 받고 있다. 오늘의 행사가 새로운 100년을 향한 3.1만세운동 재현 행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혁 장흥 관산중 3학년 김준혁 군은 이번 행사에 자원해서 참여했다. 학생 뒤로는 이윤옥 시인이 쓴 수피아여학교 출신 박애순, 진신애, 윤형숙 지사와 광주 출신 이광춘 지사의 시가 걸려있으며 <서간도에 들꽃 피다> 이 시가 수록된 책이다. ⓒ 이윤옥

독립운동가 소개 행사장인 수피아여중 운동장 한켠에는 광주지역 독립운동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는 수피아여학교 교사였던 김마리아 지사를 비롯한 박애순 등 여성독립운동가와 최흥종, 최원순 등의 독립운동가가 소개되어 있다. ⓒ 이윤옥

덧붙이는 글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광주독립운동 #만세운동 #독립의 횃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MBC가 위험합니다... 이 글을 널리 알려 주세요
  5. 5 채상병·김건희 침묵 윤석열... 국힘 "야당이 다시 얘기 안 해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