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감수할 자유가 필요하다"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②] 장애인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사회

등록 2019.04.02 08:06수정 2019.04.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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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에게 홀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됐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비장애인에 비해 갑작스럽게 다칠 위험도 크다. 육체적 어려움은 자유로운 삶을 위협한다. 추경진씨와 김현실씨도 그랬다.

현실적으로 여전히 부족한 활동보조서비스
 

추경진씨는 혼자 살지만,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경진씨네 집엔 한 달에 750시간 정도 도우미가 찾아온다. 하지만 24시간 돌봄은 아니다. 도우미가 없을 때 문제가 생길 때도 많다. 하루는 경진씨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추경진씨경진씨는 추위를 많이 타 홀로 패딩을 입는다고 웃었다 ⓒ 최근도

 
"나는 소변을 혼자 못 가린다. 때문에 호스를 통해 소변을 받을 수 있게 연결해 뒀다. 헌데 어느 날 이게 빠졌다. 오줌이 샜고, 바지와 휠체어가 모두 젖었다. 그러나 활동보조사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참했다."

물론 이런 일을 대비한 시스템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급 장애인 이상의 중증 장애인이거나 3급 장애인 중 복합 장애를 갖고 있으면 '응급안전알림서비스'가 제공된다.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집안에 비상용 호출기를 설치해, 응급상황에서 119나 도우미에게 바로 연락이 가도록 하는 장치다. 허나 이 또한 실용성 측면의 문제가 있다.

개인의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시스템

이수진(가명)씨는 '응급안전알림서비스'와 관련된 경험을 들려줬다. 기온이 30도가 넘는 여름의 일이다. 현실씨는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근육이 굳어 경직된 탓이었다. 수진씨는 그 자리에 꼼짝 없이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빨리 근육이완제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까스로 옆에 있던 휴대폰의 119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그 날 수진씨는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갑작스레 근육이 굳을 때는 움직일 수 없어서다.

추경진씨 집에도 응급안전알림서비스가 설치되어있는 건 마찬가지다. 허나 경진씨는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왜 사용해본 적 없냐는 질문에 경진씨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손발을 쓸 수 없으니까요."

경진씨는 사지마비 장애를 갖고 있다. 호출기의 버튼을 누르긴 어렵다. 한 달에 한 번씩 장비 점검이 오지만 망가질 일이 없었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서다.

"그러게 장애인이 왜 돌아다녀"

이 같은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은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받으며 지내라는 식이다. 수진씨는 밤에 외출을 나갔다가 쓰러진 적이 있다. 다행히 핸드폰으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었다.

"그러게 장애인이 왜 밤에 돌아다녀서..."

병원 야간 근무자는 수진씨에게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수진씨는 다행히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 말은 아직도 가슴 속에 아프게 남았다.
  

수진씨는 마음의 상처를 털어놨다. ⓒ 최근도

 
응급안전알림서비스가 실효성이 부족한 이유도 당직자의 말과 맞닿아 있다.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집안에서' 당사자가 '직접' 눌러야만 호출이 가능하다. 응급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설치했음에도, 직접 누를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땐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바깥 외출을 나갈 때 자주 다쳐 병원에 가야했던 이수진씨는, 위급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휴대폰 버튼을 힘겹게 눌렀다.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호출 수신의 범위가 집안으로 한정됐다. 밖에서 많이 넘어지고 다치는 수진씨에겐 아쉽다.
  

응급안전알림서비스 호출기실제 사용경험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 최근도

 
비단 복지 서비스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추경진씨는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을 가는 건 그에게 즐거움이다. 지난해에도 월미도에 두 번 다녀왔다. 허나 혼자 사는 그에게 여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하철로 연결 된 곳, 딱 거기까지다.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지역별 연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택시가 오지 않아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다. 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휠체어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는 서울시만 벗어나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경진씨는 장애인들에게도 마음껏 돌아다니며 위험을 감수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공동취재: 함민정, 이윤경, 최근도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
"수동적인 삶이 싫었다" http://omn.kr/1i3lz
"위험을 감수할 자유가 필요하다" http://omn.kr/1i4f4
격리가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http://omn.kr/1i4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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