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가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③] 장애인이 자유롭다면 모두가 자유로운 사회

등록 2019.04.07 20:14수정 2019.04.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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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게 중요하다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from unsplash ⓒ Roman Kraft

 
[기사수정: 22일 오전 11시 50분]

"기회를 갖는 것도 인권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조현수 정책실장의 말이다. 앞서 추경진씨가 말했던 '위험을 감수할 자유'와 맞닿아 있다. 조현수 실장은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분리되어 있다고 말한다. 비장애인이 사회에서 일원으로 소속돼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학교, 직장, 동아리나 모임 등 다양하다. 허나 장애인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비장애인과 함께할 수 없다. 장애인들은 보호시설이나 특수교육과 같은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며 독립적인 삶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한다.

전장연 조현수 실장은 대표적인 사례가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라고 말한다. 장애인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자라길 원한다. 차별 없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비장애인들처럼 사회에 소속되어가길 바란다. 허나 비장애인에 맞춰진 교육과정과 시설 속에서 장애 아동들은 도태되기 십상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학교 내 차별과 괴롭힘도 문제다.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차선책으로 필요한 게 특수학교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우리 사회는 거부한다. 비장애인들의 거주지역에서 나가라고 말한다.

장애인에 대한 격리가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전장연 조현수 실장은 1인 가구 장애인들이 살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응급알림서비스나, 활동지원서비스, 장애등급제와 같은 제도들이 실용성이 부족한 이유도 차별적인 시선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을 닫아버립니다."

장애인을 우리 사회에서 분리하고, 보호의 시선으로만 대하는 정책들은 장애인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장애인들이 사회가 만든 장벽들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경험을 얻지 못한다면, 스스로의 한계를 좁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에게 단순한 연명이나 보호가 아닌 '기회'가 필요한 이유다.

진정한 장애인 복지는 보호가 아니라 자유
 

자유를 위한 정책 측면에서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법적, 제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다수의 선진국들도 참고하는 대표적인 복지 선진국 독일은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9월 발행한 국외출장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장애인 복지를 살펴봤다.

독일에서는 2016년 연방참여법이 만들어졌다. '장애인의 참여와 자기결정 강화를 위한 법'이다. 장애인이 교육, 주거, 노동과 같은 삶의 영역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기본 골자다.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사회 공동체로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 주도로 필요한 지원과 법적 요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장애인의 참여와 자기결정 강화를 위한 법'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편입급여"다. 편입급여는 재활기관이 서비스 제공을 못할 경우 지급된다. 예컨대 복지 센터에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대신 편입급여가 제공되는 식이다.

이번에 법이 제정되면서 '개별욕구'를 기준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원이 획일적이지 않고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제도의 바탕에는 독일 사회법전 제 9장에 기인한다. 9장 '장애인의 재활과 참여'는 장애를 500여개의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평가한다. 장애의 다양성에 맞는 지원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장애인 복지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례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8년 여름 발간한 국제사회보장리뷰의 '미국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시사점'을 참고했다.

미국엔 한국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유사한 활동보조서비스가 존재한다. 허나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미국의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한다. 해당 장애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 시간과, 보조구 구입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물론 지급된 현금은 활동보조와 관련되지 않은 곳엔 사용할 수 없다. 장애인들은 지급 받은 현금으로 활동보조사의 고용부터 장비 선택, 택시비등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한다. 스스로 사용 계획을 세우면 그에 맞게 계좌에 지급되는 식이다.

한국과 특히 다른 점은 활동보조사도 장애인이 스스로 채용한다는 점이다. 가족을 채용할 수도 있다. 대신 해당 장애인은 가족을 채용하든 다른 인력을 채용하든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책임을 본인이 오롯이 진다.

또 한 가지 특기할 건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장애인이 스스로 인지능력과 사회생활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직, 재학, 취업활동 등을 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 스스로 사회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신이 받는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자기결정권을 갖고 책임을 지도록 한다.

독일과 미국의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한국도 선언에만 머물러 있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촘촘한 법적 체계와 구체적인 서비스가 명시되는 형태로 맞물려서 이뤄져야 한다.

전장연 조현수 실장은 "장애인이 완전한 자기결정권을 누리는 것"을 장애인 복지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장애인이 스스로 향유하고자 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공동취재: 함민정, 이윤경, 최근도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
"수동적인 삶이 싫었다" http://omn.kr/1i3lz
"위험을 감수할 자유가 필요하다" http://omn.kr/1i4f4
격리가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http://omn.kr/1i4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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