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한 의식 자체를 바꾸는 기회돼야

[주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퇴를 보고

등록 2019.03.31 17:53수정 2019.03.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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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이 문구는 수년 전 광고카피로 각광을 받았다. 최근, '다주택자' 관련 보도를 보면, 이 광고카피는 여전히 멀리 있는 꿈이다. 장관 후보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국회의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발표 등을 통해 국가 운영의 책임이 있는 이들조차 집을 '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은 최근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사례에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는데, 현 정부의 고위공무원들이 국정 운영의 방향을 따르지 않았다며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청와대 대변인 직을 이용해 부동산과 관련한 정보를 얻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답답한 점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논란의 방향이 투기이냐 아니냐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상가가 포함된 건물을 매입한 것은 향후 상가를 통한 임대수익을 노렸던 것으로 유추되나, 누구도 노후대비로 임대를 통한 수익을 노리는 것에 대해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11채의 다세대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도 있어…

지난 27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8년도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내역'을 공개했다.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13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중 39.1%다.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었고, 그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11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관후보자 7명 중 4명도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청와대 참모 및 장차관 중 29.1%가 다주택 보유자였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3.3%다. 모든 가구에 주택을 보급할 수 있는 수치다. 자기소유 주택을 보유한 비율은 2017년 기준으로 61.1%로 국민 중 38.9%는 자기소유 집이 없다. 하지만 2017년 기준으로 자가에서 살고 있는 비율인 자가점유율은 57.7%이다. 즉, 자기소유의 집에 살지 않고 전월세 등 집을 임대해 살고 있는 국민이 42% 정도인 것이다.

주택보급률은 충분하나 모든 가구가 자신의 집을 모두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는 재산증식의 주요 요소였다. 자기 소유의 집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며 임대수익을 얻거나 집값의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었다.


국회의원 및 고위공무원들의 다주택보유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은 안정적이고 보다 저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구하기 위해 매일 청약센터 홈페이지 등을 주시하는 게 일상이다. 집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국민과 달리,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서 임대 수익 등을 얻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최근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질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역시 다주택 보유자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은 집을 가진 의원이 속해있는 정당에서 '부동산 투기정책의 근절'을 외치는 것은 헛웃음이 나온다. 여러 채의 집을 가짐으로써, 시세차익이든 임대수익이든 수익을 얻는 것은 부동산투기와 무엇이 다른가. 부동산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것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투기 논란'을 되짚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제는, 부동산에 대한 의식 자체를 바꿀 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 등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있어 고위공직자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문제제기 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도구로 활용해왔던 역사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많은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에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이제는 부동산에 대한 의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많은 이들이 건물을 매입하고, 여러 채의 집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로 '노후대비'를 말한다. 매번 적자 소식이 보도되는 국민연금도 믿을 수 없고, 노동을 할 수 없을 때가 도래할 것을 대비해 각자도생의 방편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모두의 것이어야 할 땅,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건물로 수익을 얻는 것을 그들끼리만 갖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국민들은 집 한 채도 가질 수 없는데, 건물과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자본이 있는 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 것 역시 부당하다. 이른바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는 것은 누구의 것이라고 처음부터 말할 수 없는 자연과 토지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임대소득으로 얻게 되는 수익에 대해 과세를 함으로써 그 수익을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야 한다. 국토보유세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목소리 역시 공유부(commons)에 대한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갈수록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이기에 공유부를 기본소득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또,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노후대비'를 위해 건물 및 집을 매입했다는, 국민의 삶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들 역시 힘을 잃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신지혜는 노동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본소득 #토지보유세 #다주택자 #불로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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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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