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 의사, 1년 넘게 공공의료원에 재직

[의사의 성범죄 ①] '불법촬영물 유포' 대법 판결 후에도 근무... <오마이뉴스> 취재하자 해임

등록 2019.04.10 08:06수정 2019.04.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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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영상을 불법 유출해 2018년 3월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의사가 1년 넘게 공공의료원에 재직 중이었던 게 드러났다. ⓒ Pixabay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유죄 판결 확정 후에도 1년 넘게 공공의료원에 재직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의료원과 지자체의 성범죄 의료인 점검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탓이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는 성관계 영상을 불법 유출해 2018년 3월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A(남)씨가 2017년 3월부터 현재까지 순천의료원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입사 후 대법원 선고가 났고 지난해 7월 성범죄 의료인 점검이 있었지만, 순천의료원과 순천시 모두 A씨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순천의료원은 <오마이뉴스> 문의 다음날인 2일 "A씨를 우선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밝혔고, 5일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그를 해임했다.

"지웠다" 거짓말하고 컴퓨터에 보관
 

2015년 2월,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던 A씨는 전 애인 B(여)씨와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유출했다. A씨가 P2P(peer to peer,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공유하는 서비스) 사이트의 공유 폴더에 해당 영상을 저장해 불특정 다수가 이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영상은 범죄 발생 6개월 전쯤 찍힌 것이었다. 당시 B씨가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병동 당직실 컴퓨터에 영상을 옮겨 놓고도 휴대폰만 보여주며 영상을 삭제했다고 B씨를 속였다. 이후 A씨는 영상을 다른 폴더로 이동시켰는데, 이 폴더는 P2P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파일이 자동 저장됨과 동시에 다른 이용자들이 제한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폴더였다.

A씨는 B씨와의 교제가 끝난 뒤에도 영상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했다. 결국 P2P 사이트를 통해 영상이 유출됐고, B씨가 A씨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때도 A씨는 영상을 삭제했다고 거짓으로 답변했다가 나중에야 삭제했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 영상이 유포되자 피해자(B씨)에게 이미 영상을 삭제했다고 거짓말한 후 그제야 영상을 삭제했고 ▲ 피해자와 헤어진 후 P2P 사이트를 실행시켰고 그로 인해 불특정 다수인이 영상을 전송받을 수 있었으며 ▲ 피고인(A씨)의 얼굴이 노출된 영상은 유출되지 않았고 ▲ 영상에는 피해자의 얼굴이 촬영돼 있는 반면 피고인의 얼굴은 촬영돼 있지 않은 데다 ▲ 굳이 P2P 사이트 공유 폴더에 영상을 이동시킨 이유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그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50시간 및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2항을 어긴 A씨에게는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 원이 가능했다(현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반면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양쪽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1심대로 판결은 확정됐다.

구멍난 '성범죄 의료인 조회'

그런데 A씨는 <오마이뉴스> 취재 직전까지 순천의료원 의사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순천의료원 입사 당시엔 1심 재판이 진행중이긴 했지만, 대법원 선고 후에도 성범죄 이력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정 판결에 따라 A씨는 3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황이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56조). 또 순천의료원 인사규정에는 성범죄에 국한하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채용할 수 없다고 나온다.

순천의료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41개 지역거점공공병원 중 하나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의료인 관리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오히려 구멍이 생긴 것이다.

순천의료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20일 순천시의 '2018년 성범죄자 의료인 취업 일제점검에 따른 인적사항 제출 요청'에 따라 7월 23일 A씨를 포함한 인적사항을 제출했다"라며 "서류 제출 후 순천시에서 확인 통보가 없어 성범죄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았다, 성범죄 이력이 있었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성범죄와 아동학대 문제가 크게 불거지다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성범죄 의료인 현황을) 점검하라고 공문이 내려왔다"라며 "(성범죄 이력 조회를)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의료인 수천 명을 일제히 점검하다보니 전산상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성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들키지만 않으면 계속 의료행위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라며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성범죄 이력 조회 시스템도 엉터리일 수 있다는 게 이번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성폭행해도, 살인 저질러도... 의사면허 못 뺏는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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