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김홍일 추모했는데... 법무부는 또 다른 적폐 쌓나"

법무부, 과거사 피해자 민사소송 재심 패소하자 상고... 시민단체 "촛불정부 맞게 행동해야"

등록 2019.04.25 15:58수정 2019.04.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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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2018년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선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과거사 피해자들이 최근 국가배상소송 재심에서 승소했지만, 법무부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상고했다. 시민단체들은 "힘없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적폐를 쌓으려 해서 되겠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25일 재단법인 진실의힘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법무부는 조작간첩사건 피해자의 재심 상고를 철회하라"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상고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할 뿐, 어떤 공익적 가치도 실현할 수 없다"며 "당장 상고를 취하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상고한 사건은 1983년 안기부의 고문 끝에 간첩으로 몰린 정영씨가 제기한 민사소송 재심이다. 정씨는 16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뒤에도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형사 재심을 거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피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심 무죄판결로부터 6개월 안에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른 과거사 피해자들의 소송에서도 같은 이유로, 같은 결론을 냈다. 정씨 등 피해자들은 대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8년 8월 헌법재판관들은 6대 3의견으로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 조작 의혹사건에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시작점을 '불법행위로 한 날'로 하는 민법 166조 1항과 766조 2항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조항들을 근거로 '6개월설'을 내세운 양승태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의미였다(관련 기사 : 마침내 응답한 헌재, 너무 늦은 절반의 정의).

정씨와 가족들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국가배상소송 재심을 시작했고, 2019년 4월 5일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창형)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이유로 국가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헌법소원심판으로 구제받은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 피해자 박동운씨도 19일 민사 재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박씨 재판 역시 법무부가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

진실의힘 등은 "이 사건은 국가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를 놓고 싸우면 되는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씨와 그 가족은 국가권력이 저지른 중대한 인권침해의 피해자, 국가가 먼저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시키고 위로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법무부와 검찰이 보이는 행태는 제4기 민주정부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정부 스스로 표방한 가치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김홍일 전 의원을 추모했는데, 그 추모의 말은 민주정부의 사법정책으로 이어져 고문조작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위로하는 일로 이어져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고문조작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한다면, 법무부는 상고를 취하함이 마땅하고 앞으로 이어질 유사한 재판에서도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며 "민주정부, 촛불정부를 주장하려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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