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에서 피어오른 적색연기... "대기오염 관리 허술"

충남도, '청산가스' 배출에도 과태료만 부과해 논란, 관리 시스템 전면 개혁 목소리 높아

등록 2019.04.29 09:47수정 2019.04.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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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청산가스 배출과 미신고 그리고 충남도의 처분이 경미하다는 점 때문에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다. ⓒ 최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이 전국 1위에 달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가운데 시안화수소(청산가스)까지 배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6일 공개한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현대제철이 시안화수소를 배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주민들이 큰 공포에 빠졌다.

자녀 3명을 둔 송악읍의 김미선씨(38세)는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에서 독극물을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마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들이 다니는 회사인 경우가 많아 엄마들이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면서 "밖으로는 말을 못하지만 단체대화방을 보면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2017년 2월 자가측정 결과 시안화수소가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까지 배출물질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다. 시안화수소(HCN)는 청산가스라고도 불리는 특정대기유해물질로 분류된다.

특히 시안화수소가 검출된 3개 시설(후판가열로, 고로열풍로, 철근가열로)은 최초 설치 때부터 오염물질이 허용기준 이내로 배출 될 것으로 인정돼 '방지시설 설치'와 '자가측정 의무'까지 면제된 시설물이었다.

우왕좌왕 잣대 흔들린 충남도

감사원이 측정업체에 대한 조사 결과 드러난 현대제철 등의 유해화학물질 배출에 대해 환경부와 충남도의 대처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감사원이 시안화수소 검출 사실을 통보하자 충남도는 '변경신고 미이행'을 이유로 경고와 함께 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충남도는 "방지시설 미설치에 대한 부분은 12월 환경부 대기관리과와 협의한 결과 (현대제철 자가측정 대행업체가 실시한 측정값의) 신뢰성이 결여된 점 때문에 행정 처분이 곤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 자가측정 결과 미허가 오염물질이 허용기준이상 초과 검출됐다면 우려 배출시설로 판단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환경부의 유권해석 △ 대행업체가 국립환경과학원의 적격업체 인정을 받은 점 △ 현대제철의 2017년 6월과 2018년 10월 변경신고 시 대행업체의 기록을 받아들였으면서도 시안화수소가 초과 검출된 특정시점 기록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면서 충남도가 현대제철이 대기오염물질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운영한다면 조업정지 등의 행정처분과 고발을 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제철에서 피어오른 적색 연기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올라온 적색분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지난 23일 올라온 빨간색의 분진. 주민이 촬영해 제보했다. 현대제철 측은 산화철 등의 유해화학물질이 없다고 보고했지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 최효진


현대제철의 시안화수소 배출 문제로 언론 보도가 연달았던 23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붉은색 연기가 피어올라 주민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현대제철 인근에 있던 주민들은 지난 23일 오후 1시 10분경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상적으로 피어오르는 흰색이 아닌 붉은 색을 띈 연기를 발견했다. 불안함을 느낀 주민이 이를 촬영해 제보했다.

현대제철 측은 "적색분진은 제강공정 중 탈산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CO) 과잉으로 폭발해 일어났다. 연기의 주성분은 산화철과 슬래그(산화규소, 산화칼슘, 산화마그네슘, 산화알루미늄)이며 유해화학물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생산과정에서 간혹 발생하는 일이며 다른 제철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가끔 일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혹 발생한다는 적색분진 발생 사고를 당진시는 처음 접하는 사고라고 밝혔다. 신고가 없었다면 당진시는 이번 폭발 역시 모르고 넘어갔을 사고란 의미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적색 분진을 포집해 분석하지 않았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이 된다. 유해화학물질이 없다는 업체의 설명을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현대제철과 같은 대형사업장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가 반드시 필요한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공정하고 객관적인 측정방식 필요" 
 

충남환경운동연합의 기자회견 충남환경운동연합은 25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오염물질 측정 방법과 감시의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 최효진

 
비단 현대제철뿐만이 아니라 태안 서부발전의 불소화합물 배출, 서산 현대오일뱅크의 크롬 배출 등 전반적인 대기오염물질배출관리에 허점이 드러나자 충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5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 면제 여부를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로만 판단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실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배출량을 알 수 없고 사후 검증·관리 방안이 전혀 없는 완벽한 사각지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가측정 방식은 배출사업자의 선의를 기대하는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현실은 끊임없이 배출기록 조작을 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측정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진 충남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현대제철이 TMS(굴뚝원격감시체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로도 지난 해 전국 1위의 대기오염물질을 내뿜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와 적색분진 발생 사고 등을 보면 당진시나 시민이 확인할 수 없는 대기오염물질 종류와 배출량도 엄청날 것이라는 추정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신문에도 실립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적색분진 #청산가스 #시안화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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