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북미 간 '굿 딜' 필요... 한국 역할 더 커지고 있어"

내신 기자회견 진행... "의전실수는 기강해이 때문 아냐, 일-가정 양립이 업무 의욕 키워”

등록 2019.05.02 13:41수정 2019.05.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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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교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이어진 북한-미국 협상 소강국면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북미 모두가 만족하는 '굿 딜'을 만들어야 하며 대화 재개에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2일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강경화 장관은 "북미 간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아직도 유효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강 장관은 우선 "포괄적 접근, 그에 이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그리고 동시적·병행적 이행이라는 데 대해서 한미의 입장이 같다"고 전제했다. 이어 "'빅 이너프 딜'(충분히 큰 합의)라고 해야할지 '굿 딜'(좋은 합의)이라고 해야할지, 모두가 원하는 것은 굿 딜"이라면서 "굿 딜은 북미 간에 합의가 있는 딜이어야 한다. 그래서 북미 간에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굿 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날(1일) 한성대학교 강연에서 '한미 간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 강 장관은 "한미는 분명히 목적을 같이 하고 있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라면서도 "그 공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미국은 기본적으로 포괄적인 대화를 원하고 있고, 북한도 어떤 스코프(scope : 범위)를 좀 더 넓혀서 포괄적인 안목을 갖고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최종 비핵화 상태'에 대한 북미 간 포괄적 비핵화 합의가 필요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교환하는 구조로 합의를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엔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단계적 교환'을 설득하고, 북한엔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설득하고 있다는 게 강 장관의 설명이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미 양측이 서로 '양보는 없다'는 메시지를 재차 밝히면서 '설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해 강 장관은 "대외적으로 (북미 양측이) 발신하고 있는 메시지를 보면 서로 간에 어떤 압박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북한은"이라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이어 "그럴수록 우리의 역할과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기보다 오히려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며 "북미가 분명히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 정상 차원의 그런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그 의지를 갖고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조가 꼭 '입장 같다'는 아냐"... "일-가정 양립이 업무 의욕 키워"

강 장관은 이날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한미공조 균열'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다루는 데서 우리는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인 위치, 우리의 국익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분석과 추구 방향이 있는 것이고, 또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지만 미국 나름대로의 방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로 간의 생각을 잘 맞춰서 불충분한 부분에는 충분히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 공조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공조라는 것이 꼭 입장을 같이한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서로의 입장을 잘 관리해서 조화해 나간다는 것이 공조"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어 "분명한 것은 그런 공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까지 끌고 왔다. 앞으로 3차(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양측의 의지가 분명히 있다"면서 "3차(북미정상회담)를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서도 그러한 공조를 더욱더 긴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톡 북러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자회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강 장관은 "푸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자세히 보면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선 아무래도 미북 간에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 그걸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협력과 동참이 분명히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꼭 6자라고 할지, 혹은 다자적인 그런 협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구겨진 태극기'와 대통령 해외 순방시 인사말 실수 등 각종 의전사고와 관련해 강 장관은 "크고 작은 의전사고에 대해서는 정상외교의 주무부처로서 외교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거기에 적합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실수는 용납이 되겠지만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의전사고들을 기강해이나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는 근무기조' 때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단호히 반박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 직원들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근무조건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혹자는 이게 기강해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일-가정 양립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직원들의 사명감이나 일에 대한 의욕을 키워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기강해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북미 #일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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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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