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 69년만에 재심 받는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7명에 재심 통지... 대법원이 검찰 재항고 기각

등록 2019.05.14 10:21수정 2019.05.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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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원으로 희생 당한 사람의 유족들이 낸 재심신청을 받아들여 오는 24일 첫 공판을 연다고 통지했다. ⓒ 윤성효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민간인이지만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받아 학살되었던 이들이 법원에서 재심을 받는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오는 5월 24일 박아무개씨를 포함한 7명에 대해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의 첫 공판을 연다고 통지했다.

이번 공판 대상에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 회장의 부친도 들어 있다. 노 회장은 14일 "법원에서 공판기일 통지서를 받았다"며 "아버지의 무죄가 밝혀지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 반발로 5년 만에 재심 열려

재심 공판이 가능하게 된 것은 대법원 결정에 따른 것이다. 노 회장 등 유족들이 2013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재심청구를 했고, 법원이 2014년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그런데 검찰이 항고를 하게 되어 재심이 열리지 않았다. 이에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가 검찰의 항고가 정당한지 판단한 끝에 기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이 또다시 불복해 재항고했고 올해 4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해 재심이 열리게 됐다. 

마산지역 국민보도연맹원 400~500여 명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희생되었다. 당시 헌병과 경찰은 그해 7~8월 사이 마산 시민극장에 이들을 소집했고, 모두 영장도 없이 체포해 마산형무소에 수감시켰다.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는 그해 8월 18일 이들 가운데 141명을 국방경비법 이적죄로 사형 선고했고, 마산육군헌병대는 같은 날 말에 이들을 사형 집행했다.

'국방경비법'은 1948년 공포된 과도정부의 육군형사법으로,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노치수 회장 등 유족들은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 감금되었고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민간인임에도 헌법상 근거가 없는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되었다"며 재심신청했다.

유족들이 재심신청하게 되었던 것은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있어 가능했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7~8월경 발생한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의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희생자로 인정된 사망자들에 대해 수사기관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 영장 없이 인신을 구속함으로써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사형 집행이 가혹행위에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2014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재심을 개시하려면 원칙적으로 수사기관 등 범죄에 대해 확정판결이 있어야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확정판결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사건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범죄를 증명하면 된다.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 된다"고 했던 것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6월 이승만 정권이 좌익사상 전향과 통제를 통해 만든 반공단체로, 한국전쟁이 터지자 당시 정부는 이들이 북한에 동조할 것을 우려해 전국 곳곳에서 학살했던 것이다.

노치수 회장은 "아버지를 비롯한 희생자들은 억울하게 죽었다. 재심신청한 지 여러 해 동안 결정이 나지 않았다가 이번에 대법원 결정으로 하게 되었다"며 "수십 년이 지났지만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심청구인 대리인(희생자 변호인)인 이명춘 변호사는 "당시 마산형무소에서 학살 당한 분들이 많다. 당시 학살과 관련된 판결문이 하나 발견되어 재심청구를 하게 되었다"며 "대법원 결정으로 재심을 하게 되어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재심 사건의 재판부는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재덕 원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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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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