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임신도 안 돼... 초강력 낙태금지법에 미국 '발칵'

앨라배마주 등 보수성향 지역서 잇달아 통과... "여성을 임신도구로 인식하는 법"

등록 2019.05.17 09:27수정 2019.05.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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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주리주 상원의 새 낙태 금지법 가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미국에서 낙태를 강력히 금지하는 법안이 잇달아 통과되면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주 상원은 16일(현지 시각) 임신 8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4 대 반대 10으로 통과시켰다. 미주리주는 하원도 공화당이 과반이고 주지사도 공화당 소속이어서 새 낙태 금지법이 곧 발효될 전망이다.

미주리주의 낙태 금지법은 임신 8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며, 이를 어기고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징역 5년에서 최고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처음 8주 안에 임신 사실을 알기 힘든 데다가 임신부의 생명이 위독한 응급상황만 예외이고,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낙태 금지법의 적용을 받아 사실상 낙태를 원천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조지아, 켄터키, 미시시피주 등은 임신 6주 이후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한 바 있다. 

전날 공화당이 장악한 앨라배마주 상원도 산모의 생명이 위독하거나 태아가 기형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새 낙태 금지법을 가결하고, 역시 공화당 소속의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발효했다.

앨라배마주도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데다가 만약 이를 어기고 낙태 시술을 집도하거나 시도한 의사는 중범죄로 기소해 사실상 종신형인 최대 99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법으로 꼽힌다.


공화당 남성 의원들이 주도하는 낙태 금지법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리며 보수 성향이 짙은 이들 주는 1973년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겠다는 목표로 새로운 낙태 금지법을 마련하고 있다.

이 판결은 노마 매코비라는 이름의 임신부가 '제인 로'라는 가명을 쓰고 당시의 낙태 금지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검찰 측에서 헨리 웨이드 검사가 법정에 서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이름 붙여졌다. 
 

초강력 낙태 금지법에 찬성한 미국 앨라배마주 공화당 소속 남성 상원의원들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미국 보수 진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총 9명으로 이뤄진 대법원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5명으로 진보 성향의 대법관보다 많아졌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새 낙태 금지법에 찬성표를 던진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25명은 모두 공화당 소속 남성 의원들이다.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의 질 슈프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은 "새 낙태 금지법은 여성을 만족의 대상으로 비하하고 임신의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가 철저히 결여된 법"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여성계 강력 반발... 대선 쟁점으로 떠올라 

진보 진영과 여성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낙태 금지는 여성의 삶과 근본적 자유에 대한 소름 끼치는 공격"이라며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며 우리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법에 대해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여성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여성 인권운동에 적극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낙태 시술을 집도한 의사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성폭행범보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가 받는 벌이 더 무겁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 고통받을 모든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더 나아가 "여성의 신체적 자주권을 되찾을 때까지 성관계를 갖지 말자"라며 이른바 여성들의 '성파업'(sex strike)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서도 낙태 금지법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낙태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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