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상록수>를 예견하다

[ 추사유물 기증 심훈가 방문 인터뷰 ] ‘청련시경’으로 이어진 두 문장가, 예산에 둥지

등록 2019.05.20 17:35수정 2019.05.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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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가(家) 종손 심천보 심훈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심재영 고택’ 사랑채 마루에 앉아 있다. 심 이사장 뒤에 걸린 ‘청련시경’ 현판은 예산군이 감사의 의미로 해초 박학규 각자장을 통해 만들어 선물한 모사본이다. ⓒ <무한정보> 김두레


청련시경(靑蓮詩境). '당나라 시인 이백이 시를 지을 만한 감흥을 주는 장소'.

추사 선생이 소설가 심훈의 조상에게 '집안에서 이백을 상징할 만한 문장가가 나올 것'을 예견해 선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판이다. 이를 증명하듯 심훈은 1935년 농촌계몽문학 <상록수> 등을 통해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획을 긋는다.

지난 10일, 충남 예산군청 상황실에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물 '청련시경 현판' 기증식이 열렸다. 심훈가(家) 종손 심천보 심훈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아무 조건 없는 기증"이었다.

추사 선생의 유물을 간직하고 기증하기까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심훈이 집필활동을 벌였던 당진 '심재영 고택'에서 기증자 심천보 이사장을 만났다.

추사 선생과 심훈가 사이에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이 둘은 어떠한 사연으로 '청련시경'을 통해 만나게 됐을까.

심훈 가문이 170여년 동안 소장해왔던 청련시경 현판에 대해 정확한 배경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후대들은 "추사 선생께서 심씨 선대 조상께 주신 현판"이라고만 알고 있다.

"'어떤 선조께서 추사 선생과 교류했을까' 족보를 보며 시대를 맞춰봤습니다. 저의 5대 조부이신 '심의붕' 선조께서 조선 돈령부(敦寧府) 관직 '동지돈령부사'를 지내셨는데, 이때 추사 선생과 교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액자에 걸어 놓은 족보를 가리키며 심 이사장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 현판은 동작구 흑석동의 선대 종가에 80년 가량 있다가 심 이사장의 부친 심재영 선생이 1930년 당진으로 이주하며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25년여 전 도난 우려 때문에 방문을 잠궈 놓고 실내 보관하기 전까지는 사랑채 마루 위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제가 대학 졸업 이후 미국에서 오래 살다 2011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니 이 현판을 포함해 심훈 선생 관련 유물이 많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추사 선생 현판을 어떻게 할까하다, 후세에 전해지고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무상기증을 결심했어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집안에서의 반대는 없었을까.

"동생들에게도 의견을 구하니 모두 동의했죠. 처음에는 심훈기념관에 놔야 할까 했지만, 추사 선생과 직접 관련 있기에 추사의 고장에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습니다. 170여년 우리 집안 사랑채에 걸어 놓고 자랑했으니 족하고 감사하며 영광입니다."

그가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때 후한 기증문화를 몸소 익힌 것도 이번 결심에 보탬을 줬다고 한다. 그는 "이 기회에 후세에 전해야 하는 유물들을 기증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예산군청에서 있었던 기증식에서 세한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을 정도로 세한도에 얽힌 가르침도 좋아한단다.

"저는 80년 평생을 살면서 항상 의리를 버리지 않고 살려 노력했습니다. '겨울이 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사 선생이 제주도 유배 시절 자신을 잊지 않고 변함 없이 대하는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글은 의리의 사람이 되라는 우리 세대를 향한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훈가와의 동거를 마치고 추사의 고장 예산으로 둥지를 옮긴 '청련시경'. 25일부터 추사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직접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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