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에 악영향'... 몰래 버린 가축분뇨, 수도권 상수원 유입

경기도 특사경, 불법 가축분뇨·공장폐수 배출 업체 54개소 형사입건

등록 2019.05.23 11:53수정 2019.05.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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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2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축분뇨나 공장폐수를 정화처리 없이 그대로 하천이나 임야에 불법적으로 배출한 비양심 업체들로부터 취수해온 시료를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최경준

 
"으~ 냄새가 정말 지독하네."

2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 악취가 진동했다.

경기도(도지사 이재명) 특별사법경찰단(아래 특사경)이 도내 가축분뇨 처리업체, 공장폐수 배출업체 등으로부터 채수해 온 방류수 시료 때문이었다. 특사경은 지난 4월 1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20개소를 대상으로 수사를 해 무려 54개소가 폐수 정화처리 없이 불법 배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불법적으로 배출한 분뇨·폐수는 악취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특사경에 따르면, 질소, 인산 등 영양염류가 다량 포함된 가축분뇨는 정화처리 없이 하천으로 배출할 경우 수질을 악화시켜 부영양화, 녹조현상, 물고기 집단폐사 등 피해를 유발한다. 공장폐수도 구리 화합물, 페놀 등과 같은 유독 물질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상수원수 오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수사에 적발된 54개소 중 18곳은 한강 상수원인 팔당호로 유입되는 지역에 있어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사경은 적발된 54개 업체 전부를 형사입건하고 관할 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폐수 정화처리 없이 불법 배출한 업체 및 대규모 축산농가 다수 적발

가축분뇨나 공장폐수를 정화처리 없이 그대로 하천이나 임야에 불법적으로 배출해 공공수역 수질을 악화시킨 비양심 업체들의 사례는 다양했다.


우선 이들의 위반내용을 보면 ▲가축분뇨 및 공장폐수 배출시설 무허가(미신고) 33개소 ▲가축분뇨를 퇴비화하지 않고 그대로 불법 배출한 7개소 ▲가축분뇨를 공공수역에 유출한 4개소 ▲ 공장폐수를 중간 배출관을 통해 불법 배출한 3개소 ▲가축분뇨를 희석 배출한 1개소 ▲운영기준 위반 등 6개소이다.

시흥시 소재 A업체는 폐수처리시설 설치비용 약 1억 원을 아끼려고 폐수 배출시설 설치신고를 하지 않고 지난 3년간 약 7,600톤의 폐수를 인근 하천으로 불법 배출하다 적발됐다. 이런 행위는 물환경보전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포천 소재 석재공장인 B업체는 대리석 등 석재제품 생산 시 발생한 공장폐수를 폐수처리시설로 유입하지 않고 중간에 인근 하천으로 불법 배출하는 중간 배출관을 만들어 배출하다 덜미가 잡혔다.

한우 13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광주시 소재 C농장은 가축분뇨를 퇴비화하지 않고 인근 밭에 연간 약 405톤 정도를 불법 배출했다. 여주 소재 D농장은 가축분뇨 전부를 위탁해 처리해야 하는데도 비용을 아끼려고 농장 인근 임야에 구덩이를 파고 분뇨 일부를 불법 배출했다. 비가 오면 이 분뇨들은 수도권 주민들의 상수원인 팔당호로 흘러갔다.

지난해 가축분뇨에 물을 섞어 희석 배출하다가 경기도 특사경에 적발돼 집행유예를 받았는데도 올해 같은 행위를 하다가 또다시 적발된 농장도 있었다. 여주시 E농장은 적발된 후에도 불법행위를 계속해 인근 하천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가축분뇨법에 따르면 가축분뇨에 물을 섞어 배출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특사경은 이외에도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15개 업체의 방류수를 채수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오염도 검사를 의뢰했고, 5개 업체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병우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가축분뇨나 공장폐수를 상수원 유입 지역에 배출한 업체들이 다수 적발됐다"면서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사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엄중히 처벌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병우 단장은 또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만들어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계속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처벌로 공정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 #가축분뇨공장폐수 #불법배출 #수도권상수원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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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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