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테이' 500세대의 실험... 그들은 아파트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의 혁신가들 ①] 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

등록 2019.06.10 07:28수정 2019.06.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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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가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글로벌 비영리조직 ‘아쇼카’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체인지메이커)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관행과 시스템을 바꾼 사람들”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체인지메이커들의 도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스타트업, 비영리 단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임대주택인데 임차인이 주인이기도 한 아파트가 있다면? 건설사가 지은 대로 사는 대신 입주자들의 필요가 반영되는 설계를 할 수 있다면? 막대한 부동산 개발 이익이 건설사로 흘러가는 대신 입주자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느슨하지만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금기시 되던 질문들에 답을 찾는 실험이 시작됐다. 양동수 대표가 이끄는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추진하고 있는 '위스테이' 사업이다.

위스테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처음이다 보니 용어 자체도 다소 생소하다. 입주민들이 출자해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임대주택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해하기 쉽게 개념을 단순화하면 아파트 공동구매라고 볼 수 있다. 입주자들은 아파트 임차인이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주인이기도 하다. 

건설사 배불린 '뉴스테이'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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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 ⓒ 이희훈



이 실험은 남양주 별내에서 첫 삽을 떴다. 491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건설 중인데 내년 6월 입주한다. 입주자 모집 당시 평균 경쟁률은 6.5대 1, 일부 평형은 최고 55: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올해 하반기 중 고양시 지축에 53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착공하고 입주민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익 활동에 치중해온 변호사였던 양동수 대표가 위스테이 모델을 만든 건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뉴스테이'의 한계를 보고나서다. 뉴스테이는 국토부가 무주택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한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8년 주거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조건을 걸고 건설사에게 아파트 건설비용의 96%를 융자보증해주고 세금을 감면하는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8년 후 분양전환하면서 건설사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줬다.

양 대표는 시공사에게 흘러간 개발이익을 입주민과 지역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건설사가 가져가는 개발이익을 줄이면 임대료를 낮춰 실질적인 주거 안정을 가져올 수 있고, 더불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위스테이다. 

"부동산을 개발하더라도 기존과 똑같이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부동산을 개발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니까요. 뉴스테이의 경우 정부가 좋은 택지를 우선 공급해주고 전체 사업비의 96%까지 정부 기금이 출자해주거나 융자보증해 주면 리스크가 크게 낮아져요. 그런데도 건설사가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불합리합니다. 건설사가 개발이익을 가져가지 않고 입주자 공동체에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게 위스테이입니다."

위스테이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2500만 원~3500만 원의 출자금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이 주택협동조합은 주택도시기금의 융자보증 등을 통해 공사비를 조달한다. 건설사는 아파트 시공사로서 참여하기 때문에 도급 마진으로 적정 이윤만 보장받을 뿐 개발 이익을 독점할 수 없다. 더함이 사업을 주관하니 공사비 거품도 걷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임대료를 크게 낮췄다. 

사업 주관사인 더함에 따르면 60㎡형은 보증금 1억2000만 원(출자금 포함)에 월세는 32만 원, 84㎡형은 1억5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20% 정도 싸다. 또 각 가구의 사정에 따라 보증금과 월세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 보증금을 1억 원 올리면 월 임대료는 10만 원대로 떨어진다.

양 대표의 위스테이의 목표는 임대료를 낮추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건설사의 일방적인 입장이 관철되던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수요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다음 목표다. 위스테이에서 입주민들이 조직한 협동조합은 아파트 공급과 운영의 주체가 된다.   

"협동조합을 통해 안정적으로 장기간 임차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들고 주거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1차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주택공급에서 전체적인 사업 구조와 운영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야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임차인들이 아파트 공급의 주체가 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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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 ⓒ 이희훈

 
실제 입주자들은 아파트의 기본 설계 과정과 커뮤니티 공간의 설계에도 참여했다. 각자의 관심사 별로 아파트에 어떤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것인지, 어떤 집기와 가구를 배치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마을 부엌, 어린이집, 커뮤니티 카페, 도서관, 헬스 케어 등 분야별 팀이 구성돼 지난 10월부터 '설계 참여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을 진행한 기간만 5~6개월이나 된다. 정리된 의견들은 설계안에 반영했다. 특히 조합에 초기부터 가입한 조합원들은 아파트의 기본 설계 과정에도 의견을 냈다. 

"큰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본 경험이 우리사회에 사실상 없습니다. 때문에 입주민들도 공동체에 필요한 커뮤니티 공간이 뭔지 잘 모르는 상황이죠. 앞으로 조합원 참여 과정 속에서 그 '필요'를 찾아가는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업이 진행되면서 그런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사업지구에서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것이고 이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방식을 부동산 개발 주체나 시공사에 요구하는 게 가능해 질 겁니다."

위스테이는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아파트 마을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더함은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들이 조직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별내에 들어서는 아파트에는 일반아파트의 법적 기준보다 3배 넓이의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해 놨다. 

"우리는 일반 건설사들처럼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커뮤니티 공간을 적게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찾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별내의 경우 나중에 필요한 커뮤니티 시설을 더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도 다 안채우고 비워뒀어요." 

특히 별내 입주자들은 입주 전부터 다양한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 라디오 방송부터 마을 텃밭 운영까지 관심사에 따라 활동한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한 주택협동조합과 연계해 캐나다를 방문해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입주자들의 이런 사전 모임은 위스테이 견본주택이었던 '커뮤니티 마실'이라는 공간이 든든한 기반이 됐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자리 잡은 마실은 더함이 YWCA 주차장 자리를 임대해 지난해 8월 만들었다. 보통 분양이 끝나면 철거되는 일반 견본주택과는 달리 이곳은 별내 입주자 모집이 끝난 후 예비 입주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위스테이는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입주 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입주할 때까지는 모두들 흩어져서 생활을 하니까요. 마실이라는 공간이 생기니까 다양한 사람들과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행사를 많이 하게 됐고 거기서 많은 연결고리들이 생겨나더군요. 이게 공간이 주는 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WCA도 일반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 짓는다고 하면 땅을 빌려주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단순히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빌려주신 거죠. 비용도 별내 현장에 모델하우스 짓고 운영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아낄 수 있었어요." 

협동조합과 마을 공동체의 안착을 위해서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걸 운영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더함은 조합원들 중 25%를 사회적 경제 분야에 종사했거나 공동체 주택을 경험한 사람들로 우선 뽑았다. 이 조합원들은 커뮤니티 운영에 대해 먼저 공부하고 나중에 들어온 조합원들을 교육하는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 하나의 실험, 커뮤니티와 공유경제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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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 ⓒ 이희훈

  위스테이의 또 다른 가능성은 협동조합형 아파트가 자체적인 '공유경제 플랫폼' 비즈니스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내 위스테이에는 약 1500명 정도가 모여 살게 되는데 조합원의 의지만 있다면 차량 공유·임대, 생활협동조합, 주민병원, 공동육아 어린이집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 실험이 가능하다. 

특히 공동체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한 구매력을 통해 저렴한 공동구매도 가능해지고 먹거리나 육아·돌봄 등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이나 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협동조합이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게 되면 일자리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안에서 기본소득제나 사회책임 조달 등 여러 정책들을 시험적으로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양 대표가 별내 위스테이를 "리빙 랩(Living Lab)"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삶의 방식을 바꿔보는 거대한 실험실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부터 의료, 먹거리 등 살면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느슨하게라도 연대하다면 공동체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요. 함께 모이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정서적 이익도 누릴 수 있죠. 특히 앞으로 사회적으로 일자리들이 줄어들 텐데 커뮤니티 기반의 일거리는 많아질 겁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 가보면 쓰지 않고 주차된 차들이 많은데 차량 소유를 제한하는 대신 협동조합에서 카쉐어링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기존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들어와서 이익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비즈니스 플랫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8년 후 분양전환도 '위스테이 스타일'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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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 ⓒ 이희훈

 
협동조합을 통해 임차인들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고 있어서 8년 이후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때도 조합원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분양 전환 방식을 놓고도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기존의 방식대로 시세 차익을 내는 게 아니라 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 전체를 인수하는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개발이익의 경우도 공공부문의 기여를 감안해 공동체에 30%를 남기고 조합원들에게 70%를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주식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주택을 계속 임대해 살면서 나갈 때는 지분을 팔고 나가는 방식이죠. 개발이익도 공동체와 공유할 겁니다. 지분 매각 때 이익이 생긴다면 30%는 공동체에 유보하고 70%만 개인에 돌려주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협동조합은 2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갖게 되는데 이 정도면 별내 지역에 새로운 사회적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 모델의 확대를 준비 중이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택지지구인 고덕 강일지구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함께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별내의 위스테이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더 큰 규모의 택지 지구에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양 대표의 최종 목표는 이 같은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위스테이의 방식이 시장에서 지속가능하려면 완전한 주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의 비중을 차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 건설사들을 견제할 수 있게 되겠죠. 항상 위스테이 방식과 비교가 될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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