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기다리던 고양이, 다 먹자 벌어진 반전

[경비일지 13] 딸의 재밌는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

등록 2019.05.31 09:06수정 2019.05.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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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교대 일 힘들지?"

딸이 종종 격려합니다. 딸 바보 아빠에겐 큰 위안입니다. 딸은 지난 해 휴학했습니다. 학과 특성 상 공부 보충이 필요하단 이유입니다. 친구의 서울 원룸에 더부살이 중입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와 학원 수강을 병행하며 한창 세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체험들이 훗날 삶의 보약이 될 것입니다.

"없는 부모 만나 고생이다."

이는 옛말입니다. '삶'은 물질 유무에 따라 갈리는 게 아닙니다. 삶은 참다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또 몸으로 직접 행하는 실천궁행(實踐躬行)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날의 고생은 피와 살이요, 온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경전입니다. 겨울을 뚫고 피어난 꽃향기가 그윽한 것처럼, 고생 경험이 궁극적으로 인격 완성을 도울 것입니다.

딸을 얕잡아 보며 텃세부린 고양이, 어찌됐을까?
 

집에 뒤늦게 합류한 딸에게 텃세부린 고양이랍니다. ⓒ 임현철

 

"아버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할까?"

집에 온 딸, 밥 먹는 아빠 옆에서 재잘재잘 애교를 부립니다. 평소 같으면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 시원하게 찬물 한 바가지 끼얹었을 겁니다. "시끄럽다"고. 그럼, 딸은 뾰루퉁해 "다른 집은 딸이 옆에서 말 걸어주는 것도 감지덕진데, 아빠는 왜 그래. 대체 뭘 믿고 그래. 우리 집은 바꼈다니깐!" 했겠지요.

이번엔 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지라. 얼굴 못 본 공백을 메울 소통이 필요하니까. 하여, 소통 방법을 달리합니다. "우리 딸에게 무슨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꼬?"라고 맞장구쳤더니, 기가 완전 삽니다.

"친구가 집에 고양이를 키워. 근데 고양이가 나를 얕잡아 보는 거야. 내가 그 집에 뒤에 합류했잖아. 고양이도 텃세를 부리더라고."
"그래? 거 참 재밌네."


"참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한번은 참치 통조림을 혼자 먹는데 고양이가 옆에서 달라고 귀찮게 하잖아. 고양이를 탁 밀쳤더니, 어쩐지 알아?"
"뭐야. 이야기라더니 수수께끼야?"


"다른 때 같으면 바로 반발했을 텐데, 웬일인지 얌전히 있더라고. 그게 얼마나 재밌던지. 더럽고 아니꼬와도 맛있는 참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이런 수모쯤은 견딜 수 있다 하는 폼이더라니까."
"삶의 제1 법칙.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산다."
"고양이가 기다리든 말든 무시하고 모른 척, 그냥 혼자 참치를 다 먹었어. 그랬더니 고양이 반응이 어땠을까?"
"…"


기습적인 질문. 사람이 어찌 고양이 마음까지 읽을꼬. 그러나 모든 생명은 하나로 통하는 게 있습지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할 뿐.
 

모든 생명은 존귀합니다. 설령 고양이일지라도... ⓒ 임현철

 
"글쎄.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꼬?"

딸, 대답 대신 피식피식 웃습니다. 웃음 속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는 '그렇게 고양이를 알게 됐다!'는 반성과 친해졌다는 뜻도 포함되었습니다. 

"(하나도 안 남기고 혼자 다 먹었더니) 고양이가 치사하다는 듯 발로 할퀴고 가더라."

아뿔싸! 탄식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애비인 저는, 지금껏 딸에게 '상생'교육을 못한 겁니다. 뒤늦게 집에 합류한 인간이 참치를 나눠 주길 학수고대 했을 고양이를 떠올렸습니다. 뒤늦게 헛탕이었음을 '알아차린' 고양이에게 딸 대신 참회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던졌습니다.

"모든 생명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살이. 많은 약자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수입니다. 다행인 건 뒤늦게 고양이와 친해졌답니다. 우주에서 제일 예쁜 우리 공주님.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해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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