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뭐하길래 여기 왔나'... 성희롱 흔한 건설현장

[현장] 건설의 날 맞아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실태고발 기자회견' 열려

등록 2019.06.18 14:37수정 2019.06.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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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건설의 날에 여성 건설 노동자들이 모여서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지영

 
6월 18일은 건설의 날이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 남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남성 산업으로 인식되기 마련이지만 이 안에도 13만 명(9.5%)의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소수인 건설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건설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에 만연한 성폭력과 화장실을 비롯한 열악한 근무환경을 증언했다.

"생계 위해 참고 있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김경신 여성위원장은 "대부분 남성 노동자인 현장에서 소수인 여성 노동자들은 만연한 성희롱에 시달리지만 생계를 위해 참고 견디면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한 번 들어달라"며 "아마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게 고작 저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거창한 요구가 아님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봉혜영 여성위원장은 "일터에 도착하면 여성 탈의실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여자 화장실이 없어 생리 현상 또한 편하게 해결할 수 없으며 휴게 공간이 없어서 제대로 쉴 수도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봉 위원장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전무하고 다수의 남성 노동자들에 의해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또 봉 여성위원장은 "작업장 내 남성 노동자의 인식은 여성들의 이런 고통이 당연하다는 식"이라며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여성 위원의 참여를 보장해 성평등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건설기업노조 삼부토건지부 이현정씨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배제당한 경험을 말했다. 이씨는 "능력과 자질이 충분해도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면서 묻지도 않고 소외시키고 현장에서 빼기 일쑤였다"라며 "일하고 싶어도 이성 문제가 생긴다면서 제외당했다"고 말했다.

"화장실이 30분 거리, 다녀오면 눈치 보여"

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고현미씨는 "건설 현장에서 남녀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에는 화장실과 탈의실도 남녀 구분해 사용할 수 있다고 교육받았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여성들은 몇백미터 떨어진 원청 사무실로 가서 용무를 봤고 30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오면 눈치를 보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씨는 또 "여성 전용 탈의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데 (옷을 갈아입지 못해) 땀냄새와 주변 사람들의 눈치로 수치심이 느껴진다"고도 고백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은채씨는 "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때 '남편은 뭐하는데 여기까지 왔나' '여자가 현장이라니' '갈 데까지 갔으니 현장까지 왔겠지' '술 한 번 먹자' '연애하자' 등 말로 못 다할 말을 하는 남성들이 많았다"라며 "한 사람의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더 이상 이런 차별이 용인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일하는 노동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현장에 순응해야 한다는 건 참을 수 없다"면서 "일상적인 성희롱과 성차별이 현장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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