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황교안 발언... 이제 한국은 '개도국'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 정책, 국제 표준과 비교해 갈 길 먼데... 정부도 황 대표 발언 비판 나서야

등록 2019.06.21 18:10수정 2019.06.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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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동일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 발언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각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게 없고, 최저임금을 차별해야 한다는 말로 뭇매를 맞았던 황 대표는, 사과는커녕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문제"라는 해명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이 당연하다는 황 대표의 시각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혹은 고용하고자 하는 자본의 시각과 일치하고 있다. 외국인은 '싼 맛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국내 노동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굳이 따지지 않겠다. 다만 오늘날 국제사회가 어떤 기준을 대한민국에 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주노동자 관련 법은 지켜지고 있습니까?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표준과 원칙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과 국제노동기구(ILO)등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규범들은 기본적으로 이주노동자 고용은 공정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십여 개의 핵심 원칙과 표준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는 법 준수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최저임금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들에 대해 외국인력 고용 제한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부터 매일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한 섬유업체 사례만 봐도, 대한민국 고용노동부가 고용주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이주노동자에게는 가혹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해당 업체는 회사를 셋으로 나눠서 이주노동자를 배정받았다. A회사와 계약한 이주노동자를 B회사에서 일을 시켜 근로계약을 위반했다. 또한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을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켜놓고도 8시 이전까지는 자발적인 근무라고 주장하며 해당 시간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 지경인데도 관할 지방노동청은 도급계약이 의심된다는 핑계로 9개월이 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 설령 도급계약이라 해도 원청은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도급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될 일이고, 임금체불이 발생했으면 고용허가제법에 따라 외국인력 배정 취소를 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청은 해당 업체에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직무유기다. 

위 사례는 국제 기준이 요구하는 '계약 투명성'과도 거리가 멀다. 계약업체가 이주노동자에게 처음 제시한 회사와 다른 곳에서 일하도록 한 부분이 그렇고,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부분도 그렇다. 근로계약은 노동 조건과 노동 시간 대비 급여, 직무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노동부 표준근로계약서는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에 큰 의미가 없는 게 현실이다. 

"너희 나라로 가"라는 협박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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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메이데이(근로자의 날) 결의대회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과 고용허가제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8.4.29 ⓒ 연합뉴스

 
그 밖에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원칙들에는 차별금지와 인도적 대우, 노동자 권리 존중, 공정 경쟁 등이 있다. 

차별금지라 함은 종교, 민족, 성, 나이, 성적 지향, 정치적 신념, 노조 가입 유무, 장애 여부, 국적과 시민권, 임신 등등의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동일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지급하며, 육체적, 언어적 학대가 있어서는 안 되며 인도적인 처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상식적인 이야기들인데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원칙이라고 적어놓는 이유는 그런 기본도 안 지켜지는 게 이주노동자 고용 현장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라 함은 객관적이며 투명한 원칙, 즉 근로기준법과 국제법 등이 정한 규정을 준수해야 함을 뜻한다. 이주노동자 신분증을 압류해서는 안 되며, 급여는 급여내역이 확인 가능해야 하며, 각종 공제는 정당해야 한다. 근무시간은 법정 시간을 준수하며, 잔업 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주노동자에게만 강제해서는 안 되며, 과도한 시간을 강제해도 안 된다. 또한 식사 시간과 휴게 시간 등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시간을 따라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안 지켜지는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는 이주노동자 권리는 직장 이전의 자유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을 고용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게 하고 있어 ILO는 대한민국 정부에 수차례 시정 권고를 해 왔다. 또한, 사업장 이동 요구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송환 역시 금지돼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너희 나라로 가!"라는 고용주들의 협박은 일상이다. 어디 그뿐인가?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로 이주노조가 합법화되었지만, 노조 가입한 이주노동자에게 고용주들이 탈퇴 요구를 당연시하는 현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몇 가지 원칙만 살펴봐도 대한민국에서 이주노동자 고용은 공정이나 윤리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차별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은 무섭고 괴기스럽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지녀야 할 의무

미국은 최근 경제규모가 상당한 나라들이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많은 우대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WTO 체제에서의 개도국 지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는 국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WB)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들은 선진국으로 지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WTO 협정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위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국가다. 

세계 무역 순위나 GDP 순위 등만 놓고 봐도 2018년 기준, 전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개도국이라 할 수 없다. 대한민은 WTO체제에서 농업 분야 보호를 위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선진국 클럽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선진국 중의 선진국 클럽으로 개발도상국 원조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본다는 것은 그에 따른 국제 표준의 의무가 부과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 고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9일'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공식 천명한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들은 주요 이주노동자 송출 국가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까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시점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겠다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은 외교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렇기에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기여한 게 없다는 황교안 대표 발언에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이주노동자 차별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잘못된 신호가 던져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왜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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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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