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제림의 오래된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으면서 유년의 강둑을 떠올린다.
이현숙
오랜 세월이 묻어난 풍치림, 담양 관방제림(潭陽 官防堤林)
죽녹원에서 이어지는 길 중 꼭 걸어야 할 멋진 길이 있다. 담양 관방제림(潭陽 官防堤林)은 조선 시대에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강둑이다. 약 2Km에 달하는 길에 수백 년을 살아낸 나무들이 풍치림을 이루고 있다. 사람을 편안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맛이 남다른 길이다.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길답게 멋스러움이 특별하다.
우리에게 잊힌 듯한 강둑이란 낱말이 정겨운 그 둑길엔 수백 년생 나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등이 숲을 이룬 모습이다. 몇몇 나무들은 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노화하고 틀어졌다. 그럼에도 고목들은 철근 장치의 도움을 받으며 여전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세월을 견뎌내는 아름다움이 빛을 발해 1991년 11월 27일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이 부근에서 나고 자란 어떤 이가 말한다. 울 엄마가 걸었던 길이고, 내가 걸었던 길이고, 이젠 내 아이가 걷는 길이라고. 그 오랜 역사를 몸으로 느끼는 아련한 눈빛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유년의 강둑이 있었나 생각해 보게 한다. 퍽 마음에 드는 길을 한참 걸어보았다.
둑방길 가로수 그늘을 따라 걸으며 유유히 흐르는 천변 풍경을 내려다보는 여유를 누려볼 시간이다. 죽녹원에서 관방제림에 이르는 거리엔 담양읍을 가로지르는 담양천과 마을 시장이 있으며, 걷는 길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도 있다. 잔디밭도 넓어 축구도 할 수 있다. 관방제림은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데이트 코스이고, 여행자들에겐 여유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