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만의 재심, 그들은 '무죄'를 선고받을까

창원지법 마산지원,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가족 청구 '재심' 2차 공판

등록 2019.07.26 14:30수정 2019.07.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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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희생되었던 '국민보도연맹원'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까.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이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재심은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재덕 지원장, 황정언·김초하 판사)가 맡고 있다.

26일 오전 창원지법 마산지원 220호 법정에서는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지난 5월 26일 첫 공판에 이어 열린 것이다.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이 벌어진 지 69년 만의 재심 재판이다.

이번 재심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 회장을 포함한 7명(1명은 사망)의 유가족들이 낸 것이다. 이번 재심 공판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2013년에 재심을 청구했고,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이듬해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항고해 재심이 열리지 않았다.

이후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가 검찰의 항고에 대해 기각 결정했지만, 또 다시 검찰이 재항고했다. 그러다가 올해 4월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지난 5월부터 재심의 공판이 시작됐다.

국민보도연맹 희생사건과 관련해 민사소송은 진행되어 유족들이 승소했지만, 형사사건 재심이 진행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전국적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이 많아 이번 재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국방경비법은 1948년 공포된 과도정부의 육군형사법으로,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유족들이 민사소송이나 재심청구는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나오면서 가능해졌다. 소멸시효의 시점을 희생사건이 있었던 한국전쟁 전후가 아니라, 진실화해위 결정이 있은 뒤부터 따지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7~8월경 발생한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의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희생자로 인정된 사망자들에 대해 수사기관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 영장 없이 인신을 구속함으로써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6월 이승만 정권이 좌익사상 전형과 통제를 통해 만든 단체로, 한국전쟁이 터지자 당시 정부는 북한에 동조할 수 있다고 보고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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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재심청구'에 대한 2차 공판이 7월 26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열렸고, 유가족들이 공판 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담당검사 "관련 자료 다시 찾아보도록 하겠다"

2차 공판에서는 유가족을 대리한 이명춘 변호사(법무법인 정도)와 창원지검 마산지청 소속 담당검사가 마주앉았다.

지난 1차 공판 때 검찰 측은 희생자 6명에 대해 "남로당에 가입했고, 한국전쟁 발발 후 괴뢰군과 결합해 협력하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하면서도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했다.

2차 공판에서도 검찰측은 특별한 증거나 증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2차 공판이 열리기 직전에 재판부에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이재덕 지원장은 "육군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검찰에서 제출했는데, 1960년 나온 '양민학살사건 조사 자료'다. 그런데 상세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담당검사는 "육군본부, 국방부 과거사위와 군사편찬연구소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없다고 한다"며 "진실화해위 조사 때 증언했던 경찰관 3명 가운데 2명은 사망했고 1명은 인적사항 조회가 되지 않고, 유족의 증언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담당검사는 "지금까지는 유의미한 자료가 없다. 다음 기일을 넉넉하게 해서 관련 자료를 다시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재덕 지원장은 검찰과 변호인측과 의견을 나눈 뒤 오는 11월 8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3차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판이 끝난 뒤 이명춘 변호사는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당시 나라가 희생자들과 관련된 자료를 은폐하기도 했다"고 했다.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이날 법정에는 재심청구한 유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희생자의 가족들도 나왔다.

당시 26세인 아버지가 희생되었다고 한 조아무개(73)씨는 "우리는 민사소송에서는 이겼다. 형사사건에서도 재심을 해서 무죄를 선고받아야 한다"며 "당시 국가가 잘못해서 그렇게 되었다.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시아버지가 희생되었다고 한 정아무개(69)씨는 "시아버지께서는 23살에 희생되셨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결혼하고 나서 바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며 "시어머니와 남편은 말도 못할 정도로 고생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눈물을 보였다.

창원 진전 출신으로 현재 부산에 살고 있다고 한 이아무개(75)씨는 "제가 6살 때였다. 어머니는 23살인가 24살에 혼자가 되어 평생을 힘들게 사셨다"며 "아버지의 억울함이 이제라도 풀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노치수 회장은 "당시 경찰 등이 희생자들을 불러 가면서 영장도 없었고, '교육 받으러 오라'거나 '경찰서 가보자'고 해서 데려가 학살을 했다"며 "국가는 사람을 죽여 놓고, 몇 십년 동안 비밀로 해두었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들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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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재심청구'에 대한 2차 공판이 7월 26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열렸고, 유가족들이 공판 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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