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세문경 무늬, 드디어 풀리다3

[차근차근 한국미술사22] 고구려 사람들의 세계관과 내세관 그리고 다뉴세문경

등록 2019.08.27 11:26수정 2019.08.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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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청동거울이 세상에 나온 지 6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이 거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거울 뒷면의 무늬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하학적 추상무늬'이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한반도 청동거울의 기원과 거울 뒷면의 무늬, 이 거울에 담긴 세계관은 무엇인지 밝혀 보고자 한다. -기자말 
 

〈사진164〉 천왕지신무덤 고구려벽화평안남도 순천군 북창면 북창리 송계마을. 5세기 중엽. 고구려벽화에 관한 역사 기록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신석기와 청동기 세계관에서 벽화의 기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 김찬곤

 
신석기에서 시작해 조선 민화까지

위 고구려벽화는 천왕지신무덤 벽화다. 그림 사이에 천왕(天王)과 지신(地神) 먹물 글자가 있어 천왕지신무덤이라 한다. 나는 위 벽화에 나와 있는 것을 천문(天門), 천문에서는 나오는 구름(云), 봉황(瑞鳥)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 학계에서는 이 벽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내가 알기로 이에 대한 해석은 전혀 없다.

우리는 고구려벽화에 대한 연구가 거의 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아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위 벽화 속 천문(天門)만 하더라도 고구려벽화에 수없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해석도 내놓지 못한 형편이다. 나는 고구려벽화에서 천문을 가장 중요한 도상으로 본다. 천문은 주로 천장에 그려져 있고, 이 천문에서 이 세상 만물이 태어나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 세상 만물의 기원이 바로 천문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천문은 망자가 누웠을 때 바로 보이는 천장이나 발끝 위쪽에 있다. 사람 또한 천문에서 나왔으니 다시 천문으로 돌아간다는 구상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 한반도인이 죽음을 해결한 방식이다. 이 세계관은 신석기에서 시작해 고구려벽화에, 그리고 불교가 들어온 이후에도, 조선 민화에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사진165〉 안악 제2호 무덤 천장벽화, 〈사진166〉 환문총 벽화 〈사진165〉 안악 제2호 무덤 천장벽화. 황해남도 안악군 대추리 상지마을. 5세기 말 6세기 초. 〈사진166〉 환문총 벽화. 중국 길림성 집안시 태왕향 하해방촌. 5세기. ⓒ 김찬곤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 한반도인의 세계관

이 천문은 지금도 비석 머리장식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여의주다. 여의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용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보통 용이 여의주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여의주가 있어야 용이 승천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것과 망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무덤은 애당초 죽음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또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의 해결과 용의 승천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런 해석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우선 신석기부터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 한반도인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죽음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일단 비석 머리장식에 있는 용과 보주의 기원은 저번 글에서 보기로 든 진나라 벽돌 '용문공심전' 그림에 있다는 것만 밝혀둔다(다뉴세문경, 드디어 풀리다).

〈사진165-166〉 벽화를 보면 천장과 벽에 둥근 고리무늬가 있다. 우리 학계에서는 아직 이 둥근 무늬의 정체를 풀지 못하고 있다. 단지 둥근 겹무늬 동심원, 고리무늬 동심원이라 할 뿐이다. 《한국고고학사전》(국립문화재연구소, 2001)에서는 "의미 불명의 기하학적 문양"이라 하고, 환문총 같은 무늬는 고구려벽화에서 평남 대동군 내리 제1호 무덤에서만 보인다고 말한다(1315쪽).

하지만 이는 잘못 본 것이다. 〈사진164-5〉도 〈사진167〉도 본질적으로 환문총 동심원 무늬와 같은 것이다. 더구나 이 무늬는 고구려벽화에서 기본 무늬이다. 다시 말해 환문총과 내리 무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벽화 거의 모든 무덤에서 볼 수 있고, 이 무늬가 무덤 무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이 무늬의 정체를 풀어야만 다른 여타의 무늬도 총체로 맞물려서 풀리는 것이다.

천문에서 나왔으니 죽어 다시 천문으로

〈사진166〉은 환문총 벽화인데, 이렇게 둥근 고리무늬가 있다 해서 환문총(環文塚)이라 한다. 환문총은 고구려 벽화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래는 생활그림을 그렸으나 어떤 영문인지 모르지만 무덤 주인이 그 위에 회를 바른 다음 이렇게 둥근 고리무늬만 그려 넣었다. 물론 고구려 벽화에는 수정을 하기 위해 회를 덧바르고 다시 그린 벽화가 있다. 그런데 환문총처럼 이렇게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은 이 무덤이 유일하다.
 

〈사진167〉 진파리 제4호 무덤평양시 역포구역 용산리. 5세기말에서 6세기 초. 둥근 고리(天門)에서 이 세상 만물이 태어나고 있다. 이렇듯 고구려 벽화에는 이 세상 만물의 기원이 천문(天門)이라는 것을 곳곳에 그려 넣었다. ⓒ 김찬곤

 
2014년 전호태는 《비밀의 문, 환문총》(김영사)을 내며, 이 둥근 고리무늬를 불교의 '윤회'로 해석한다. 그는 불교의 세계관으로 환문총을 본 것이다. 하지만 그 뒤 불교 미술 문양 가운데 환문총 같은 고리무늬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슷한 것으로는 보주(寶主)를 들 수 있지만 보주는 이것과는 다르다. 만약 이것을 보주로 본다면 고리무늬 둘레에 있는 다른 무늬와 총체로 해석이 되어야 하는데, 그도 아니다.

고구려 벽화는 불교 이전의 세계관 내지는 내세관이라 할 수 있는데, 전호태에게는 불교 이전의 고구려 세계관이 없다. 또 내세관도 문제가 있다. 전호태는 고구려 벽화에 생활그림이 많은 것을 두고, 전생에서 귀족으로 살았듯 내세에 가서도 귀족으로 살고 싶은 욕망을 그렸다고 본다.

하지만 고구려 관련 기록에서 고구려인들에게 이런 내세관이 있었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유물에서도, 미술에서도 없다. 한반도 사람들에게 내세관은 불교 이후의 세계관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나주 옹관, 원통형토기, 고인돌을 다루면서 아주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벽화를 총체로 보면 전호태와 같이 해석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없다. 고구려인들은 천문에서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았던 삶을 벽에 그리고, 죽어 다시 천문으로 돌아간다는 내세관을 천장에 그렸다. 그래서 〈사진165〉 안악 2호분 무덤처럼 천장에 천문을 그린 것이다.

고구려 벽화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관은 천장에 있다. 벽화의 시작도 그 끝도 천장 그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우리 학계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고구려 벽화는 무덤 '벽'이 아니라 망자가 누워서 바로 보이는 천장 그림이 핵심이고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사진165〉 안악 2호분을 보면 한가운데 천문(天門)이 있고(이것은 연꽃이 아니다! 연꽃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사방에 둥근 고리 무늬 천문(天門)이 네 개 있다. 이것은 사방오주(四方五州), 다시 말해 동서남북 사방과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의 다섯 들판(五州)를 뜻한다. 이 세상 사방오주의 만물이 하늘 구멍 천문에서 비롯했고, 이 천문에서 나왔으니 죽어 다시 천문으로 돌아간다는 내세관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서 씁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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