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또 열린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때문이었다

김정은 국가권력체계 강화...법률 공포권-대사 임면 권한 갖게 돼

등록 2019.08.30 19:32수정 2019.08.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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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회의가 지난 29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경제 전략의 수정도 미국을 향한 목소리도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한 '정치'만 있었을 뿐이다. 북한이 지난 4월에 이어 4개월 여만에 다시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던 이유는 '김정은 국가권력체계 강화'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갖고 있던 법률 공포권과 대사 임면 권한을 갖게 됐다. 김 위원장의 대외적 권한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북한의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일부 헌법이 개정됐다고 30일 보도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사회주의의 투쟁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며 개정안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은 위치, 흔들리지 않게 법적으로 뒷받침
  
"국무위원장은 전체 조선 인민의 총의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는 선거하지 않는다."

북한 헌법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의원직을 분리한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최룡해 상임위원장은 "전체 조선인민의 한결같은 의사와 염원에 의해 추대되는 우리 당, 국가, 무력의 최고영도자라는 것을 법적으로 고착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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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북한이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 연합뉴스


사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의원을 겸하면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모순된다. 북한은 대의원 중 상임위원장을 뽑는 구조다. 김 위원장이 대의원에도 이름을 올릴 경우 최룡해 상임위원장보다 직위가 아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직함 중 하나인 국무위원장은 최 상임위원장보다 위에 있다. 대의원으로서는 최 상임위원장의 지시를 받을 수 있고,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최 상임위원장을 지시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장이 굳이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을 맡을 필요도 없다.결국, 북한은 헌법 개정을 통해 논리적 모순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인민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일개 선거구 대의원으로 두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걸 아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으로 국무위원장은 행정과 입법 위에 군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사 임면권을 갖게 됨에 따라 앞으로 김 위원장이 더 활발히 외교 활동에 나설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외교대표(대사와 공사)의 임명 및 소환' 권한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부여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외국에 주재하는 북한 대표의 임명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변화 필요할 때마다 '최고인민회' 등장

사실 북한이 권력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등장한 게 최고인민회의였다. 헌법재정과 개정을 통해서 새로운 조직이 구성되고 그곳에 힘이 실렸다. 1972년 12월 당시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이 되면서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자리를 굳혀갔다.

이때 북한은 제5기 최고인민회의를 출범하면서 '사회주의헌법'을 새로 제정했다. 국가수반으로 주석제를 신설하고 주석의 지도를 받는 중앙인민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가 시작됐다고 평가받는 1998년 9월 제10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권력 시스템의 변화를 선언했다.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고 주석제와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한 것. 이때 국가수반으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이 새로 생겼다.

국방위원장을 기존의 무력에 대한 지휘통솔 역할뿐 아니라 사실상 국가수반으로 규정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개정 역시 현 김정은 체제에 필요한 부분을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뿐 아니라 국무위원회의의 힘이 확대된 것에 주목했다. '우리식 국가관리체계 완비'라는 표현에서 국무위원회 산하 기구의 신설이나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헌법 109조2항(국무위원회는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집행 정형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 집행을 위한 관리기구 필요성도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 북한의 수령체제로 논문을 쓴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김정은의 위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북한의 정치적 구조와 위치를 바꾸고 있다. 김정은에게 권위를 실어주며 귄위로 움직이는 체계를 확고하게 만들었다"라고 이번 헌법 개정을 평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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