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국정원 사찰 피해자 "반인륜적 행태, 치가 떨린다"

아내 병투병때 찾아와 만남, 추가 프락치 의혹 제기... "국정원 해체"

등록 2019.09.02 16:25수정 2019.09.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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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프락치 A씨(일명 김 대표)에게 사찰을 지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K 간부와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과 민간인 사찰을 규탄했다. ⓒ 정대희

 
"노동운동 하는 사람을 간첩, 빨갱이로 조작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프락치 A씨(일명 김 대표)에게 사찰을 당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K 간부의 말이다. 2일, 그는 최근 A씨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소식을 들으며 느낀 공포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머니투데이>는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의 지시를 받고 민간인 사찰을 해왔다는 프락치 A씨에게 관련 자료를 입수해 이를 보도했다.

민간인 사찰 피해자 K 간부는 지난해 7월, 프락치 A씨를 만났던 기억도 꺼내놨다. 그는 "14년 만에 (프락치) 김 대표가 연락이 왔다. 그때 당시 아내가 암 투병이었는데, 병문안을 겸해서 오랜만에 후배가 찾아온다고 해 반갑고 고마웠다"라며 "함께 점심을 먹고, 당시 비정규직 대회가 있어 먼저 자리를 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남아 아내에게 나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정원이 병문안을 구실 삼아서 나에게 접근해 사찰하도록 지시한 거란다. 반인륜적인 국정원의 행태에 치가 떨린다"라며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내는 이 일로 밤에 잠까지 못 잔다. 혹시나 엄마와 아빠 없이 아이들만 남겨질까 봐 걱정한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그는 "직업 특성상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노동조합 간부를 사찰한 것은 개인의 삶을 살펴본 게 아니라 노조를 사찰한 것이다"라며 "국정원이야말로 적폐세력이고 '거악'이다. 관련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을 해체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사찰 피해자 K 간부는 "프락치 '김 대표'가 말했듯이 이 사건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프락치가 더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양심선언으로 용서를 빌길 간곡히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K 간부와 함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 기자회견을 연 서울민중행동추진위원회 등 서울지역 시민단체도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과 민간인 사찰을 규탄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여전히 민간인 사찰과 불법 도·감청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성접대 업소를 직원들이 수시로 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와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을 장담했으나 국정원의 활동방식은 여전히 불법적이고 음모와 공작에 기반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프락치 A씨에게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이 6년 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기획한 팀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A씨에게 접근한 국정원 직원은 자신들이 'RO 사건'을 수사했다고 밝히면서 접근했고, A씨에게 법원에서 진술해주면 금전적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라며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수사과정의 의혹도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적 궁핍에 몰린 A씨를 돈으로 매수하고 협박해 사찰 대상자들을 함정에 빠뜨릴 유도공작을 지시했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국정원 개혁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즉시 국정원을 해체하고, 민주주의 헌법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정보기구를 창설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인환 민중당서울시당 위원장은 "일부에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잘못한 게 없다면, 걱정할 게 뭐냐. 켕기는 게 있어 그러는 거 아니냐고 한다"라며 "몰라서 하는 소리다. 사찰은 사방이 유리로 된 방에 사람을 가둬놓고 실시간으로 행동과 말을 감시하는 것이다. 이러면 개인은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삶은 철저히 짓밟히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프락치 활동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벌여온 '김 대표'의 활동과 관련해 "이번 사안은 언론 제보자가 국정원에 자발적으로 신고해와 시작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조직에 대한 내사 사건"이라며 "내사 주체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국정원 대공수사부서이며, 2017년 폐지된 국내 정보수집부서와는 무관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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