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뭔지 이해한 조국, 문제가 뭔지 모르는 기자

20대가 주관으로 쓴 조국 기자간담회 관전평

등록 2019.09.03 17:28수정 2019.09.03 18:48
59
50,000
a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2일 국회에서 열렸다. 원래 3일부터 이틀간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조 후보자가 언론을 통해 직접 제기된 문제에 소명한다는 취지로 오후 3시부터 시작되었다.

이 글은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한 관전평이다.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20대 중 한 명의 입장에서 꽤 주관적으로 쓰였다. 물론 나의 입장이 모든 20대를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제기된 비판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

우선 조 후보에 대한 주요한 문제 제기는 '특권' '특혜'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법적인 문제가 밝혀지는 것과 별개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사회경제적 자본을 통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것을 성찰할 수 있느냐'가 일반 대중이 조 후보자에게 바라는 것이었을 테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논란과 비판에 직면했던 조 후보자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발언을 보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주변에 대해 엄격하지 못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자신이 전반적으로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법적인 논란과 별개로 실망을 준 것에 대해 사과를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a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7월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달 1일자로 복직해 '폴리페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한 기자는 '장관직 수행 이후 서울대 교수로 남아 있을 것이냐'는 질문을 했고 조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아시겠습니다만 현행 법률과 서울대학교의 학칙에 따르게 되면 선출직 아닌 임명직 공무원은 휴직 제한에 연한이 없습니다. 법적인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가 장기간 휴직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권에 일정한 제약을 주게 됩니다. 그 점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제 임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종료된 뒤 정부·학교와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에 과도한 침해가 있지 않도록 상의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2004년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는 교내 신문인 <대학신문> 기고 글에서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며 교수의 정치참여로 인한 공백 상태를 비판한 바 있다. 물론 해당 기고 글에서 조 교수는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대학교수를 특정하여 지적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무원이 되는 순간 해당 기간 동안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고자 하는 대학교수도 폴리페서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발언은 '학교로 돌아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는 '열린 답변'에 가깝다. 학칙과 현행법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한 입시 과정에서 조 후보자와 그의 딸이 행할 수 있었던 일들이 아무나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그 점에서 제가 또는 제 아이가 혜택받은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를 비난해 주십시오. '제도를 바꾸지 못했다' '왜 어른으로서 그런 제도를 방치했냐'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10대 고등학생 아이가 당시 입시제도 하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인턴을 구해서 뛴 것, 그 자체를 두고 제 아이를 비난하는 건 아비로서 과도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생각합니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던 수험생이 아니라 그 구조를 만들었던 어른들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다. 사실 많은 논란이 조 후보자와 그 가족들'만' 혜택을 받았다기보다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인' 혜택이었기 때문에 제기되어 온 것이다.

그들이 누려왔던 하나의 공고한 시스템 전반을 비판하지 않고 조 후보자나 후보자의 딸 개인만 비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후보자는 혜택을 인정함과 동시에 거시적인 시스템 문제임을 지적했다.

다만 "흙수저 청년 세대들에게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며 "흙수저 청년이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어린이를 위한 장학금이건 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조 후보자의 시혜적 태도가 느껴져서 아쉽다. 단순히 '흙수저'나 '명백히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만 조국 사태에 분노하고 절망한 것이 아니다. '못난 어른이 미안하다'는 식의 연민 어린 자기성찰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눈살 찌푸리게 했던 기자들의 행동들

그에 반해 기자들의 질문에는 '한 방'이 없었다. 물론 여러 비판에 해명하고 수용하는 것이 후보자의 역할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저기서는 저런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식의 질문이 반복됐다. 
 
a

2일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 여덟 시간을 넘긴 오후 11시 30분. 당초 꽉 찼던 기자석에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인다. ⓒ 남소연


특히 검찰 수사와 관련된 질문이 많이 나왔다. 기자간담회 초반 조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할 것이므로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미 후보자가 답변했음에도 내용상 다를 바 없는 질문들을 반복한 것이다. 특히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의 경우 조 후보자가 "입학 당시 총동창회로부터 두 차례 장학금을 받은 건 딸이 신청한 적도 제가 청탁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딸이 받아서 다른 학생이 못 받게 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을 했음에도, 기자들은 '장학금에 특혜가 없었는지' '본인이 직접 청탁하지 않았는지'를 반복적으로 물었다. 

내가 기자들의 질문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의식은 '정책적 역량 검증의 실종'이다.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조 후보자의 입장을 물어보는 질문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반복적인 소명 요구에 불과했다. 고위공무원의 펀드 직접투자 문제를 예로 들면, 오전에 답변한 내용을 오후에 다른 기자가 다시 질문했고 결국 간담회를 진행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반복된 질문임을 지적했다. 

특히 8월 20일 조 후보자가 발표한 정책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부족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해 국민이 범죄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부분이나 표현의 자유를 집회 및 시위를 통해 폭력으로 행사하면 불가피하게 법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보도자료 상의 내용이 그것이다. 당시 많은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진보적인 법학자에게서 기대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물론 해당 부분을 질문한 기자가 있긴 했지만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 기자 외 해당 문제에 관해 물은 언론은 없었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한 차례 해명보다는 좀 더 깊숙한 질문과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아쉽다. 

전체적으로 조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 및 반박을 하고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혹에 대한 소명과 해명을 위한 자리로만 그친 게 아닌가 한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청문회 대신 열린 기자간담회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렇다면 언론은 그에 준하는 성의를 보였을까. 조 후보자의 답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후 10시에 혼자 사는 후보자 딸의 집 앞에 남성 기자 두 명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조 후보자는 울먹였다. 사실 공직 후보자의 가족에 대해 얼마큼 파헤칠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과연 이들이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보도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이 언론에 바라는 것은 딸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는 게 아니라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댓글59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옳은 말 하고 싶을 때 많지만... 문재인 정부 비난 않겠다"
  2. 2 '수다맨' 강성범 "서초동 촛불, 불이익 받을까 망설였지만..."
  3. 3 "외신도 조국에 관심... '르몽드' 도발적 제목 눈에 띄어"
  4. 4 조국의 최후 기자회견, 검찰 향해 '헌법 1조 2항' 메시지
  5. 5 조국 전격 사의 표명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