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서로 옮긴 간호사에 PC 안 주고 커피 심부름..."

[현장]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대책위, 직장 괴롭힘으로 사망 원인 결론

등록 2019.09.06 12:11수정 2019.09.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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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일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퇴진 촉구 집회 후 병원 라운딩 ⓒ 고 서지윤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 제공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가 생전에 직장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8개월 만에 드러났다.

서울시와 노조, 유족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그 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월 4일 밤부터 5일 새벽 사이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서씨는 자필 유서에 "우리 병원 사람들은 조문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글귀를 남겼고 이를 근거로 유족들은 서울시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서씨는 2018년 12월 18일부터 간호행정부서에서 2주 가량 근무했는데 사망 시까지 개인 컴퓨터와 책상, 캐비닛 등 업무에 필요한 사무기기들을 제공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서씨는 인수인계자 옆에서 의자를 놓고 인수인계, 문서 작성, 코팅기계 수리 등의 허드렛일을 해야했다.

서울의료원은 "인수인계자가 휴직에 들어가면 전임 간호사가 사용하던 것들을 그대로 받을 것이라서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사망 때까지 인수인계자의 휴직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8명이 근무하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5명에 이르는 상급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근무환경의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 대책위는 "A팀장은 커피를 타 달라고 하고 B팀장은 그런 일은 하지 말라며 주의를 주는 등 상급자 간의 혼란된 지시와 지적으로 서씨가 처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간호행정부서에 배치된 서씨를 '당일병동'에 3차례 파견근무를 시킨 것도 서씨로 하여금 과중한 업무 부담을 느끼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일병동'은 간단한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환자가 하루 동안 입원하는 공간인데  진료과마다 환자에 대한 업무 요청이 다양하고 응급치료를 바로 준비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많아서 통상 숙련도가 높은 주임급 간호사가 배치된다고 한다. 대책위는 "(6년차 간호사였던) 서씨가 2018년 12월 28일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위해 당일병동에 갔으나 푯말 만들기, 코팅기 수리 등 잡무를 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생전의 서씨는 원치 않는 부서 이동과 반복적 면담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서씨의 발인이 있었던 1월 7일 오전 서울의료원 측이 대책회의를 가진 뒤 고인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병원 시스템에 접속해 퇴사 처리를 시도한 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이날 대책위는 고 서지윤 간호사 사건을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 서울시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 서울의료원 임원진 인적 쇄신 및 간호관리자 징계 ▲ 서울의료원 간호부원장제와 상임감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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