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중 K고, TV토론까지 나오다니

[주장] 해명은 수사-소송과정에서 하시라... K고에 아무말 대잔치 열어준 광주KBS도 문제

등록 2019.09.12 16:43수정 2019.09.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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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문제 유출 의혹'으로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 감사를 받은 K고등학교 문제를 두고 'TV 토론'이 예정돼 있다는 소식을 들어 깜짝 놀랐다. 검찰에 고발까지 된 사안이라 시청자 앞에서 찬반 토론을 벌일 게 아니라 수사가 먼저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다.

K고등학교 측에서 굳이 해명을 하려면 수사와 소송 과정에서 하면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중파 방송사가 그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할 이유는 없다.

토론에 응한 시교육청 측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억울함을 토로하는 K고등학교 측이 방송 토론을 요구했다면, 교육청은 이미 특별감사 결과를 경찰에 이관했다며 일언지하 거절했어야 옳다. 그렇잖아도 시교육청이 이런저런 문제로 경황이 없을 텐데 괜히 행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오후 10시, 광주 KBS '시사토론'은 K고등학교의 문제를 50분 이상 다뤘다. K고등학교 특별감사 결과 불복을 어떻게 볼 것인지와 더불어 공립학교 역량 재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였다. 반신반의하며 TV 앞에 앉았다.

'공립학교 역량 재고' 방안이라니, 적이 생뚱맞기는 하다. K고등학교를 비롯해 지역에서 선호도가 높은 명문고는 대부분 사립학교며, 그들 학교간 과열 경쟁이 원인인 양 눙치는 느낌이 들어서다. 이는 마치 공립학교의 수준이 낮은 것이 이유인 것처럼 호도될 우려가 없지 않다.

다행히도 공립학교 이야기는 언급조차 되지 못했다. 토론이 생방송으로 진행돼 시간이 제한된 탓이다. 설령 시간이 충분했다고 하더라도, 진행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K고등학교 측의 어처구니없는 해명과 동문서답을 다 받아내기란 애초 불가능했을 듯하다.

K고교 측의 막무가내식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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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KBS 광주 '시시토론'에 출연한 K고등학교 교감. ⓒ 광주KBS 갈무리

 
토론 참가자는 모두 4명. 늘 그렇듯 K고등학교의 입장에 선 두 명의 토론자와 시교육청 편에선 두 명의 토론자가 마주 앉았다. 학교장 출신의 시민단체 대표와 K고등학교 교감 그리고 특별감사를 실시한 시교육청 장학관과 현직 사립학교 교사가 그들이다.

토론자는 4명이었으나 사실상 일대일 토론이었다. 시민단체 대표와 현직 교사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구경꾼 신세였다. 할 말이 왜 없었을까마는, 당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진행자의 개입조차 무질러버릴 정도로 둘의 분위기는 격해졌고, 상대방의 말을 끊기 일쑤였다.

특히 K고등학교 교감은 아예 횡설수설 막무가내였다. 토론이 아니라 격정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대방의 질문에 엉뚱한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챙겨온 통계자료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준비해온 말만 언성 높여 읊어댔다.

교감이 입을 뗄 때마다 속기하듯 메모했다. 명색이 학교의 행정업무를 관장하는 교감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 귀를 의심하면서 적었다. '토론의 ABC'라고 할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말할 것도 없고, 설득력도 논리도 없는데다 오로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

여기에 메모한 내용을 간추려 그대로 옮겨본다. 읽다 보면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헛갈릴 테지만, 진행자가 데면데면해할 정도로 토론 시간 내내 마이크를 놓지 않은 K고등학교 교감의 입을 통해 나온 해명과 반박 그대로다. 개중에는 그의 '어록'으로 길이 남을 만한 참담한 것도 있다.

사전 결재해야 할 채점 기준표를 시험이 끝나고 작성하는 등 평가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고 지적하니, 시험 끝난 뒤 교실 벽에 붙이는 것이 사전 결재하는 것보다 공정하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특별감사 때 최근 3년\치 답안지를 채점한 결과 도저히 실수로 볼 수 없는 의도적인 조작이 있었다고 강조하자, 엉뚱하게 3년치 답안지를 다시 채점한 학교가 또 있는지 되물었다.

심지어 서술형 평가의 부적정성을 지적하는 데,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험 형태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라며 그들은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서술형 평가는 평가기준이 뭐든 채점 교사를 믿고 맡기라는 뜻일까. 공교육을 허무는 치명적인 불신을 조장해놓고선, 되레 왜 학교를 믿지 못하느냐고 훈계하는 꼴이다.

'최상위권 아이들에게 사전 유출된 5개의 수학 문제가 성적 조작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두고는, 1000 문제 중에 실수로 5문제가 출제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질문의 요지를 의도적으로 비튼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더욱이 재시험을 치른 뒤 최상위권 아이들 중 득을 본 경우가 없다면서 성적 조작이 아니라고 발뺌하기도 했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게 된 원인의 불법성을 지적한 건데, 그는 재시험을 치른 뒤 결과가 문제없으니 시험 문제 유출이 아니라고 목청을 돋웠다. 이렇듯 황당무계한 주장을 수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태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교감은 물타기에 애먼 전국의 수학 교사들까지 끌어들였다. 유출된 5문제를 비롯해 수학 시험에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점, 이른바 '킬러 문항'이 많아 대부분의 아이들이 지레 포기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그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출제하는 수학 교사들이 어디 있느냐며 되레 나무랐다. 물 타기를 넘어 동문서답을 일삼으며 토론을 아예 이전투구의 장으로 몰아갔다.

수업할 때만 반은 나눈 것은 우열반 편성이 아니다?

말장난도 서슴지 않았다. 영어와 수학 성적을 합산해 수준별로 이동 수업하는 것이 왜 우열반 편성이냐며 따졌다. 애초 성적을 기준으로 반편성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1반은 최상위권, 2반은 상위권, 3반은 중위권, 4반은 하위권, 이런 식이라면 몰라도, 수업할 때만 반을 나눈 것이니 우열반 편성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학교에서 일과 중 사실상 수업이 전부인데, 수업이 성적순으로 나뉘어 진행됐다면 그게 우열반이 아니면 뭔가. 아니라고 항변하면서도, 17개시도 중에서 제주와 광주 지역만 제외하고는 모두 수준별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억지를 부렸다. 참고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하위권 학생들에게 열패감을 심어주고 협동학습을 저해하는 수준별 이동 수업을 금지하고 있다.

나아가 교감은 수준별 이동 수업이 하위권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번 사달은 시험 문제 유출 의혹과 평가 과정, 기숙사 입사 등에서 최상위권 아이들이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숱한 제보와 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로 이미 밝혀진 사실인데,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이는 K고등학교 졸업생과 재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 기록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상위권 아이들의 것은 대부분 상세하고 빼곡한데, 하위권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한다. 허위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을진대, 최상위권 아이들에게만 다양한 교육활동이 집중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 타기와 동문서답, 말장난으로 일관하다 보니 교감은 끝내 거짓말까지 천연덕스럽게 내뱉었다. 토론 말미 '2016년에 명문화된 평가의 적정성과 우열반 편성 금지 등에 대한 시교육청의 지침을 몰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잘 몰랐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시교육청 장학관은 당시 지침을 두고 현 K고등학교 교장과 격렬한 언쟁이 있었다면서, 그의 말이 거짓임을 꼬집었다.

K고등학교를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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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한 시교육청의 특별 감사 발표 직후, K고교는 대응책으로 현수막을 내걸었다.사진은 지난 8월 말 K고교의 모습. ⓒ 서부원

 
감히 K고등학교 교감에게 충언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K고등학교 재학생 한 명의 주장일 뿐이라고 폄훼하지 말라. 지금껏 귀 학교를 질타하는 세 편의 기사를 쓴 뒤 수많은 항의 전화와 메일을 받았지만, 개중에는 학교의 잘못된 행태를 세세히 고발하는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제보도 있었다.

전업 기자가 아니어서 일일이 팩트체크를 할 순 없었지만, 고민이 가득 담긴 고해성사 같은 내용이 많았다. 체벌이 아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차라리 애교다. 이번 토론이 시작될 무렵 당신의 입으로 직접 말한 교사 자녀의 인근 학교로의 강제 전학 이유에 대해 내막을 상세히 알려준 경우도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는다. K고등학교가 설마 그럴 리 없다는 게 아니라, 재학생과 졸업생이 보내온 제보들을 그대로 믿는다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비참해질 것 같아서다. 부디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달라. ''사칙연산도 못하는 아이들'일지언정 불의에 맞서 분노할 줄 아는 뜨거운 심장을 지닌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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