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지도사들, 눈물의 삭발식... "여가부, 우리 버리려 해"

[현장] 다문화방문지도사, 정부 방침 변경에 따른 '집단해고' 방지 농성

등록 2019.09.25 18:43수정 2019.09.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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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다문화방문지도사 집단해고 방지를 위한 삭발식과 농성이 진행됐다. 이들은 같은 자리서 천막 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으로 밝혔다. ⓒ 구은선 다문화방문지도사 부대표

 
"일하고 싶습니다. 더 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정년이 없다 알고 이 일을 시작한 저희는 자다가 날벼락 맞는 것보다 더 충격입니다."

긴 머리칼이 밀려나갔다. 지켜보던 집회 참가자 일부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쳤다. 삭발식을 한 세 명의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은 '대량해고', '처우개선', '정년유예' 라고 적힌 천을 몸에 둘렀다. 올해를 끝으로 414명의 다문화방문지도사가 대량 해고되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2시. 다문화방문지도사(아래 지도사)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광화문 정부 청사 정문 앞을 메웠다. 이들은 삭발식과 농성을 진행하며 '다문화방문지도사 집단해고 방지'를 외쳤다. 2시간가량 이어진 집회에서 언급된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지도사들의 고용 안전, 그리고 처우 개선이다. 

"고령화 우대로 70세까지 뽑아놓고 정년이 없다면서 희생과 봉사심을 강요하더니 이제 와서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려고 한다."

방문지도사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어 "여가부는 2018년까지, 지난 11년 간 정년을 설정해놓지 않고 55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우대 채용했다. 2018년에는 70세까지도 채용했다"며 "그런데 정부와 여가부는 우리 업무가 사회복지사업에 해당한다며 입사할 때는 있지도 않았던 정년 60세를 적용하려 한다. (그래서) 2019년 말 약 400여 명이 집단해고 될 상황이다"라고 규탄했다.

즉, 방문지도사에게 정년을 정해놓지 않았던 정부와 여가부의 방침이 돌연 바뀌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였을까?

414명의 방문지도사 돌연 해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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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다문화방문지도사 집단해고 방지를 위한 삭발식과 농성이 진행됐다. 이들은 같은 자리서 천막 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으로 밝혔다. ⓒ 구은선 다문화방문지도사 부대표

  
'방문지도사들은 (2007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10개월씩 기간제로 고용됐다가 지난해 말부터 1년 단위의 고용으로 방침이 변경됐다. 이는 방문지도사 분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 결과다. 방문지도사분들은 2개월 휴직기간 동안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며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셨다. 하지만 이 경우(1년 고용), 정부 방침에 따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로 분류되어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정부보조금 인건비가 60세까지만 지원된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김가로 여가부 다문화가족과 과장의 답변이다. 방문지도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업무 기간을 1년으로 늘렸지만, 이 경우 '사업복지시설 종사자'로 분류돼 보건복지부 산하의 '사업복지사업법'을 적용받게 된다는 것. 방문지도사들이 근무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09년부터 사회사업복지법이 적용되어 내부 종사자들의 정년이 60세로 규정된 바 있다.

김 과장은 "(사업복지사업법 관련) 지침에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연령 상한 기준이라는 게 있다"며 "정부가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며 종사자의 임금을 지원할 때, 종사자 나이가 60세까지로 규정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60세 이상부터는 정부보조금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들은 구은선 다문화방문지도사 부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1년 단위가 되니까 다른 공무원들처럼 적용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새로 생긴 정년 기준 외에, 다른 것들은 전혀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며 "그럼 처우도 이들과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공휴일 수당, 경조사 휴가, 경력 수당 등은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공휴일에도 명절에도 가정을 방문해 교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발언자로 나온 조혜영 방문지도사도 "여가부는 10년 동안 근로기준법을 어겼다"며 "2008년부터 주당 16시간 근로자인데 주휴수당, 연차수당, 근로자의 날 수당, 휴일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발언자였던 강연 다문화방문지도사 대표는 "우리는 지난해에도 이 자리(광화문 정부청사 정문 앞)에 섰다. 그때 우리는 10년 동안 한 번도 100만원을 넘지 못했던 임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지금도 지난해와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상태인데, 여기서 정년만 생긴 거다. 여가부는 대체 무얼 하는 거냐"라고 소리쳤다.

집회 관계자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방문교육지도사의 임금은 2007년~2017년 월 80만원으로 11년 동안 같은 금액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방문지도사들의 요구로 인해 2018년 시급 325원(2.6%), 2019년 225원(1.7%)이 오르게 됐다.

강연 대표는 "여가부의 방침에 2019년 말 약 400여 명이 집단해고 될 상황이다"라며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여가부를 우리가 어떻게 규탄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방문지도사들은 집회 말미에 결의문을 읽으며 "여가부가 적어도 복지부나 교육부처럼 합당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와 여가부 측에 '정년 적용을 5년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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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다문화방문지도사 집단해고 방지를 위한 삭발식과 농성이 진행됐다. 이들은 같은 자리서 천막 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으로 밝혔다. ⓒ 구은선 다문화방문지도사 부대표

 
앞서 보건복지부는 2002년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정년제를 도입할 당시, 2001년 12월 31일 이전 종사자들에게 약 10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다. 울산시교육청은 2018년 9월 12일, 각급기관 및 학교 용역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때 울산시교육청은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종사하는 직군인 청소원과 경비원의 경우 정년을 65세로 전환했으며 그 외 직종은 60세로 지정했다. 정년 미달자 및 초과자에게는 연령별로 차등된 유예기간을 줬다. 62세는 퇴직 후 1년, 63세는 퇴직 후 2년, 64세는 퇴직 후 3년 등으로 조치했다.

서울시교육청도 2018년 7월 22일 부로 소속기관 및 공립학교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 4006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때 불가피하게 정년이 결정됨에 따라, 정년을 넘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이에 따라 1-3년간의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후에도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면 1년 단위로 재계약 할 수 있도록 했다.

방문지도사들은 "이처럼 복지부와 교육부는 적어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권을 보장하며 근로자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했다"며 "그러나 여가부는 1년 유예만 조치했다. 여가부에게 방문지도사는 종사자이긴 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구은선 부대표도 "여가부는 우리 처우에 대한 부분은 은폐하고 10년 넘게 개선되지 않은 우리의 처우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라며 "그래서 우리가 삭발식까지 단행하며 이 자리에서 고용안전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가로 여가부 과장은 "우리도 이 분들이 갑작스레 정년 지침 적용받으실 것을 고려해 1년 유예기간을 드린 것"이라며 "물론 우리도 이분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드리고 싶다. 하지만 이는 예산 확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큰 폭으로 개선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회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저희가 함부로 협의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집회를 마친 방문지도사들은 청와대와 여가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 "정년에 대한 우리들의 의견을 묻는 어떤 절차나 예고도 없었다"라고 적었다. 여가부에 제출하는 탄원서에는 총 1341명의 방문지도사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향후 집회를 진행한 정부종합청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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