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스캔들' 녹취록 공개... 민주 "탄핵 스모킹건"

미 언론 "트럼프, 바이든 '뒷조사' 압박 의혹 사실로 드러나"

등록 2019.09.26 09:28수정 2019.09.26 09:28
0
원고료로 응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전격 공개했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난 7월 통화 내용을 요약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미국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력한 대선 맞수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뒷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결론 내렸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과 그의 아들에 관한 많은 얘기가 들린다"라며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니 우리의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우크라이나로 보낼 것이니 바이든 조사와 관련해 협력할 것을 권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별다른 이의 없이 조사에 나서겠다고 답했고, 추가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백악관은 녹취록에 대해 "두 정상이 대화한 내용 그대로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서류와 당직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의 메모와 진술을 서면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무엇인가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16년 재임 당시 아들이 이사로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우크라이나 정부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하며 검찰총장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주자로 유력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흠집 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당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사실상 대선 개입과 권력 남용으로 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조사를 요구하기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보류했다는 언론 보도를 시인하면서도 미국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보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스모킹건 드러났다... 트럼프, 마피아 두목 같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보도하는 CNN뉴스 갈무리. ⓒ CNN

AP통신은 녹취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라이벌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도자에게 줄리아니 및 미국 법무장관과 함께 협력할 것을 반복적으로 종용했다(repeatedly prodded)"라고 평가했다.

AFP통신도 "백악관이 공개한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라며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선거에서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불법(illegal)"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고(directly asks), 이를 반복했다"라며 "이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에 가깝다"라고 분석했다.

전날 미국 하원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심리를 지시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스모킹건이 드러났다"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 녹취록을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피아 두목처럼 말하고 있다"라며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이 담겨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압박 없었다" 한목소리

반면 녹취록 공개를 지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별것 아닌 통화였고, 압박도 없었다"라며 "가장 거대한 규모의 마녀사냥"이라고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비난했다.

전날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가했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나를 압박할 수 없다"라며 "나는 독립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공화당의 하원 사령탑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녹취록을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탄핵 주저하던 민주당, 왜 입장 바꿨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방해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때도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탄핵에 부정적이던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전에 탄핵 추진을 전격 선언했다.

지역구 기반이 허약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초선 위원들이 사실상 '직'을 걸고 탄핵 추진을 요구하며 지도부를 압박하자 펠로시 의장도 당내 여론을 더 이상 거스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공개된 녹취록이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나왔지만,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표심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한 탄핵 심리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이어서 탄핵안이 발의되더라도 가결될 확률은 희박하다. <뉴욕타임스>는 "탄핵 추진은 이미 분열된 국가를 더욱 쪼개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큰 위험을 안게 됐다"라며 "민주당이 도박에 나섰다"라고 평가했다. 

미 대통령, 역대 탄핵 추진 사례는

미국은 하원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판단되면 증거와 사실관계 등을 조사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하원이 과반으로 가결하면 상원에서 또다시 표결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탄핵이 확정되면 즉각 대통령직이 박탈되고 부통령이 이어받게 된다.

미국 역사상 의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진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 번째다. 지난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1972년 수도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당시 집권 공화당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자 표결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우크라이나 스캔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0대 아버지가 손자와 손녀에게 이럴 줄 몰랐다
  2. 2 "은혜 모른다" 손가락질에도... 저는 부모와 절연한 자식입니다
  3. 3 "알리·테무에선 티셔츠 5천원, 운동화 2만원... 서민들 왜 화났겠나"
  4. 4 "이재용은 바지회장"... 삼성전자 사옥앞 마스크 벗고 외친 젊은 직원들
  5. 5 "내 연락처 절대 못 알려줘" 부모 피해 꽁꽁 숨어버린 자식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