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보까지 닫아놓고'... 백제문화제, 성공할 수 있을까?

[주장] 공주 백제문화제, '역사문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등록 2019.09.28 16:14수정 2019.09.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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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가 다시 닫혔다. 수문이 열리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닫히는 시간은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환경부는 공주시와 백제문화선양위원회의 요청으로 닫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전·충남·충북·전북 시민단체는 거버넌스를 주장하던 환경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독단으로 수문을 작동시켰다고 비난했다. 

공주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금강수계 및 충남도민관협의체에 참석하여 올해는 수문이 개방된 상태로 행사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환경부에 따르면 (8월 21일) 공주시와 (8월 23일) 백제문화선양위원회가 공주보 '수위 회복'을 요구하는 공문을 환경부에 보냈다고 한다. 환경부와 공주시는 최근까지 열린 민관협의체에서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공주보 협의체에서만 논의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주시는 그간의 논의에서 개방상태에서 행사하는 것으로 하였으나, 연출 공간 부족, (유실) 유속문제, 집중호우시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수위 회복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19일 공주보 수위를 회복하여 행사종료 후 수위 저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마다 같은 길 걷는 백제문화제
 

공주보가 다시 닫히고 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유등을 띄우고 있다. ⓒ 김종술

 
지난해 백제문화제는 된서리를 맞았다. 해마다 증가하던 관광객이 반 토막 난 것이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으로 우려먹었으니 성공을 기대했던 것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기자의 평가가 아니다. 지난해 64회 백제문화제 행사를 끝내고 공주시청에서 있었던 최종 평가 용역 보고서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난해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가 백제문화제가 열렸던 공주에서 9월 14일부터 22일까지 축제장에서 만 15세 이상 참가자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 가격 및 품질에 대한 불만족과 특색 없이 체험비가 비싸다는 의견, 프로그램 부족, 주차 편의까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을 보더라도 동내 축제로 전락한 측면이 많다. 공주지역 28.4%, 충남지역 28.5%, 인접한 대전시 23.8%인 반면에, 수도권·호남권·기타는 18.8% 다. 수도권 관광객보다는 충남도 인근에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찾았다는 이야기다. 공주시민 방문객도 2017년 대비 22.5% 감소했다.

공주시민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주에서 태어나 토박이로 살았다는 아무개 씨의 말이다.

"처음 금강 둔치와 공산성에서 백제문화제를 보면서 색다르게 생각했다. 공주 구도심에서 모두가 참여하여 벌어지는 행사에는 자원봉사도 하면서 타지에 지인들을 불러들이는 홍보자가 되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백제문화제만의 특색이 없어졌다. 똑같은 프로그램, 똑같은 행사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만 집중되어 유명 연예인들 불러놓고 사람들 머릿수 세는 행동만 한다.

예전에는 없던 행동까지 한다. 진주 유등축제를 그대로 옮겨오고 금강을 건너다니는 부교를 건너다닐 때도 돈을 받는다. 지인들이 한 번에 공주를 찾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올 때마다 안내하느라 돈을 주고 건너야 해서 이중 삼중으로 들어간다. 공주시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어제 내고, 오늘 내고, 내일 또 낸다면 기분 좋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온다고 해도 반갑지가 않다"
 

금강둔치공원과 공산성을 연결하는 부교를 건너는 문제는 오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금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지속적인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사곡면에 한마을 이장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래서 4~5번 백제문화제를 찾았던 시민들이라면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지역주민도 등 돌린 축제를 찾아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문화 축제에서 전깃불 축제로
 

공주 금강둔치공원 앞에서 벌어지는 백제문화제는 화려한 전깃불을 밝히는 유등축제다. ⓒ 김종술

 
백제문화제는 1955년 부여군에서 시작됐다. 백제대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삼충제, 수륙재 등 제향 위주로 진행되다 1966년부터 부여군과 공주시가 동시에 개최했다. 1979년 두 곳이 번갈아 가며 격년제로 하다 2007년 충남도 산하 (재)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다시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추진위에서 하는 프로그램과 공주·부여에서 하는 프로그램까지 한 축제를 세 곳에서 나눠서 하는 것이다.

공주·부여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는 벌써 제65회째를 맞았다. 31억 7천만 원을 투입 9일간 열린다. 공주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 강물에 부교를 설치하고 유등, 황포돛배를 띄운다. 화려한 불꽃, 전깃불을 밝혀 화려함을 강조하고 있다. 반짝반짝 조명이 설치된 부교를 건너는데도 세금을 걷는다.

금강의 낮은 여울, 모래톱, 다양한 물새와 야생동식물 등 금강 본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공주시는 행사를 위해 모래톱 강변 둔치와 (미르섬) 하중도를 연결하는 곳에 콘크리트 다리를 설치했다. 관광객들을 유혹할 꽃과 나무를 가꾸느라 거름과 비료를 뿌리며 바닥에 비닐까지 깔았다. 행사가 진행되면 꽃과 나무는 전깃줄로 칭칭 감아서 불을 밝힌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주·부여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를 격년제로 하자고 제안했다. 박 군수는 매년 부여·공주에서 개최하는 바람에 행사 내용은 중복되고 예산 및 인력 운영에도 비효율이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부족으로 수도권 관광객 유치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두 자치단체가 무분별한 경쟁으로 지역 이기주의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여 일간 벌어지는 행사를 위해 1년 내내 존재해야 하는 추진위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역할과 기능보다 불필요한 인력으로 과다한 인건비 지출이 문제라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열렸던 백제문화제 ⓒ 공주시

 
결국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해 버린 백제문화제의 살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작은 시골부터 도심까지 세계 각국에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펼치는 축제가 많다. 미디어 발달로 축제는 한순간에 세계적으로 확산하기도 한다. 저명한 축제는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나라의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축제를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며 살아가는 도심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도구가 된다. 관광객이 사용한 돈은 곧바로 상권과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소비된 돈은 다시 지역에 환원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편의에 꾸려진 행사장은 지역 상권이 아닌 소수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래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공주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프로그램은 총 48개로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주무대인 금강신관둔치공원→ 미르섬→ 부교→ 금성동체육공원→ 연문광장→ 금강교로 연결되는 같은 동선도 똑같다. 주요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사업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웅진성 퍼레이드 2억3300만원, 3억5000만원이 투입되는 웅진판타지아 뮤지컬 '무령의 꿈'을 보기 위해서는 미르섬 입장료 (초등학생, 청소년, 군인, 공주시민 3천원) 5천원을 내고 들어가 관람 또다시 2천원을 내고 관람해야 한다. 공주시 관광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백제정찬 다리위에 향연은 1인당 식비로 20,000원을 받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도 3500만 원의 사업비가 보조된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가 가지고 있는 뜻과 행사를 끝내고 최종 평가 용역 보고서에서 지적되었던 것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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