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000일을 준비하는 재외 한인들

등록 2019.09.30 15:18수정 2019.09.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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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멋대로 규정하고 얼른 잊으려 한다. 가라앉는 배를 발을 동동 구르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 것은 같지만, 그래도 쉽게 잊을 수 없다. 우리의 기억만이 그날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로부터 2000일이 되는 날이다. 5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은 박근혜 정권 탄핵을 요구하던 촛불이 타오르던 2017년 1월 9일이었다.

1000일, 5주기... 세월호 참사를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날을 표현하는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이때마다 '이제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때'라고 다짐했다. 늘어가는 숫자와 반복되는 다짐에 무뎌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해외 한인들이 있다.
  

해외 한인신문에 실린 세월호참사 2000일 추모/기억 광고(S.P.Ring세계시민연대 주관, 416재단 후원) ⓒ 박준영

전 세계 세월호 참사,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 단체 연대체 S.P.Ring세계시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2000일을 맞아 '세월호 참사 2000일, 해외 동포들의 기억과 다짐'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세계시민들로부터 연명을 받고 있다. 9월 30일 기준 약 330명이 연명에 참여했으며 세월호 참사 2000일까지 재외 한인, 세계시민으로부터 추모, 기억 연명을 받는다(https://forms.gle/JyRY1t4SPbf132DH6). 또한 416재단의 후원으로 전 세계 한인 신문에 세월호 참사 2000일을 알리는 지면 광고를 낸다. 일부 지역에서는 세월호 참사 2000일 추모 모임도 갖는다.
 
<성명서: 세월호 참사 2000일, 해외 동포들의 기억과 다짐>

침몰하는 세월호를 온 국민이 지켜봐야했던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2000일.

이유도 모른 채 미래를 빼앗긴 희생자들을 기억합니다.
살아 돌아온 죄책감으로 여전히 아픔과 싸우고 있는 생존자들을 기억합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다섯 분의 미수습자분들을 기억하고 가족들의 수색 종료요청 인터뷰를 기억합니다.
참사 발생 2000일이 다가오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며,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또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에 우리 전 세계 곳곳에 살고있는 해외 동포 단체와 개인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정부 각 관련 부처에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줄 것을 촉구하며,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함께 행동하고 지켜볼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지금도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힘겨운 길을 걷고 계신 분들께 연대의 마음과 힘을 보내드립니다.
 

세월호참사 2000일 추모 연명 코멘트에 담긴 단어로 만든 워드클라우드 ⓒ 박준영

2000일 성명서를 제안하고 작성한 '아일랜드 촛불행동'의 김기림씨는 '세월호 참사 2000일이 다가오는 동안 생존자와 유가족분들의 고통은 나날이 더해져 가는데, 진실규명에는 진전이 없고,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개탄스러웠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진상규명의 길에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이 행동하고 있음을 알리며 조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성명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세계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성명서 영문 번역을 맡은 '뉴질랜드 더좋은세상'의 정레베카씨는 '2000일 같이 특별한 날들이 하나 하나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 그리고 지난 5년의 일을 목격한 우리는 기억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진상규명 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은 생존자,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분들에게 가해지는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해외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연대의 힘이었다.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해외 한인 단체간 연대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관련 활동에 동참하는 인원은 줄어가고 조롱하는 이들은 늘어났다. 해외 세월호 참사 활동 경력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활용하는 일부 활동가들 때문에 분열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잊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지난 시간 서로를 의지하며 연대해왔다. 늘어가는 숫자에 무뎌진 이들의 기억 속에 2000일 이전의 다짐이 다시 새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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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웃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적 시민, 416자카르타촛불행동 활동가 박준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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