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안 왔는데 국지적 돌풍 "폭탄 맞은 듯 지붕 날아가"

[르포] 제주 성산읍 신풍리 일대 주택 등 파손...이재민 25명 긴급대피

등록 2019.10.02 14:39수정 2019.10.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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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제주 전역에 큰 비가 내린 가운데, 성산읍 신풍리 주택이 침수된 모습이다. ⓒ 제주의소리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이 위협적인 기세로 제주로 근접하는 가운데 국지적 돌풍과 폭우로 주택 파손과 이재민 발생 등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4시30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신풍하동로 277번길 50-42 일대에서 강풍으로 주택 5동과 창고 2동 등이 파손돼 이재민 25명이 발생했다. 

이중 3명은 갈비뼈 미세골절과 유리파편 찰과상 등의 부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재민들은 성산읍사무소로 긴급 대피했다가 현재 임시주거시설인 동부사회복지관으로 이동했다.

2일 오전 찾은 현장은 쑥대밭으로 변해있었다.

키즈존 등의 용도로 사용돼 온 펜션 부속건물은 지붕이 뜯겨 날아가고, 태양광발전 시설이 엿가락처럼 휘어있었다. 뚫린 지붕 아래로는 빗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내부에 놓여있던 주방집기나 아동용 서적 등은 그대로 물속에 잠겼다. 사실상 건물이 통쨰로 '완파'된 셈이다.

외부 바닥에는 어디서 날아왔을지 모를 유리조각들과 나무판자, 슬레이트 등이 뒤엉켜 있었다. LPG 가스통도 나뒹굴었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현장에는 커다란 흑돼지와 닭 수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우리와 울타리가 완전히 파손되며 뛰쳐나온 것이다. 이미 닭 한 마리는 흑돼지에게 잡아먹힌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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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까지 더해지면서 건물이 크게 파손됐다. 아래 사진 모두 2일 태풍으로 피해입은 모두 성산읍 신풍리 모습.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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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자재들도 널브러져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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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으로 엉망이 된 공사장 모습. ⓒ 제주의소리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차마 대피시설에 머물지 못하고 현장 이곳저곳을 살폈다.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속타는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집주인 강성분(49)씨는 "새벽에 잠들어있는데 갑자기 '쾅', '쾅' 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서 일어나보니 바람에 의해 유리창이 심하게 흔들리고, 문이 여닫히고 있었다"며 "아이들이 자는 방의 유리창이 깨져서 아이들이 손을 다치고, 맨발로 들어간 남편도 발을 다쳤다"고 했다.

강씨는 "살아생전 이렇게 무섭게 부는 바람을 본 것은 처음"이라며 "건물 지붕이 찢긴 만큼이나 가슴도 찢어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영희(54)씨도 "새벽에 '콰과광'하는 소리가 나 깜짝 놀라 잠에서 깼더니 이미 앞집, 옆집 주민분들이 울면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유리조각과 이물질들이 날아다니며 건물에 부딪혔다"며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장을 함께 지켜보던 한 주민도 "60년간 성산읍에 살았지만, 이런 돌풍을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번 돌풍은 태풍 미탁이 제주 인근으로 접근하며 야기한 이상기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피해는 성산읍 신풍리 반경 500m 내에서만 국지적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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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태양광이 힘없이 주저 앉아버린 상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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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도 적지 않은 태풍 피해를 입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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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구조물이 강풍에 허물어졌다. ⓒ 제주의소리


제주는 태풍 '미탁'이 접근하면서 피해는 제주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제주도 전 지역에 태풍경보를 발효했다.

특히 제주 남쪽해상에서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시간당 5~30mm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부터 오늘 오전 8시까지 도내 주요지점 일강수량은 제주시 142.7mm, 선흘리 221.0mm, 산천단 215.5mm, 서귀포 129.5mm, 남원리 182.5mm, 고산리 116.9mm, 가파도 115.0mm, 대정읍 131.0mm, 성산리 145.7mm, 표선리 229.0mm을 기록하고 있다. 

산간인 한라산 성판악에는 231.0mm, 그 외 관음사, 윗세오름, 어리목 등에도 100mm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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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에 급기야 주택 지붕이 뜯겨나갔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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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뜯겨나가면서 주택 내부가 드러난 모습.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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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까지 크게 무너졌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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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영향으로 자동차 뒷 유리가 파손됐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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