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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행복한 나라 독일, 8인의 총리가 만들었다

[극일의 해법, 독일에 있다 ④] 새 비전과 실적을 보이는 정치리더십

등록 2019.10.09 21:00수정 2019.10.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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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경제 전쟁이 붙었다. 일제 강제징용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도화선이다. 일본은 이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 특혜 배제라는 칼을 뽑았다.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맞대응하면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협약인 ‘지소미아’(GSOMIA) 종료로 이어졌다. 향후 한일정권 대결이 어디로 향할지 안개속이다. 한일 간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은 부강하고 문명국가가 되는 길이다. 이를 위한 최고 전략은 ‘독일을 넘어서(beyond Germany)는 것이다. 독일은 세계 최고 수출 강국, 최강의 히든챔피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일 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가 남아돌고, 사회복지와 경제민주화, 전국 균형발전, 평화 통일에다가 유럽을 선도 국가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극일(克日)을 위해 독일을 분석하고 뛰어넘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시리즈의 목적이다.[편집자말]
글 싣는 순서

1. 강한 독일경제의 비밀, 히든챔피언과 미텔슈탄트
2.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연방국가의 파워
3. 치열하게 경쟁하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사회적 시장경제
4. 새 비전과 실적을 보이는 정치리더십
5. '과거 역사의 제로'의 반성과 성찰의 힘
6. 나치에서 최고 좋은 이미지 국가로 만든 외교 역량
7. 철천지원수에서 최고 우방인 독일‧프랑스 관계
8. 4차 산업혁명 및 유럽경제공동체 선도의 나라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고 정치지도자들(총리) 8명은 평균 10년 간 재임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실적을 보였다. 특히 8명의 총리는 단 한 명도 스스로나 자녀들이나 친인척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었다."

이는 독일 총리들과 한국 대통령들의 비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한국 대통령들은 이승만부터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단 한 명의 대통령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 언론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에 거의 건국의 주역인 콘라트 아데나워 초대 총리와 비전 정치가로 통일의 초석을 쌓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공동 1위로 꼽힐 정도다.

10위 안에 헬무트 콜, 헬무트 슈미트 총리 등 전후 총리들이 상위에 랭크된다. 독일 총리들은 시대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업적을 남겨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섰기 때문에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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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대 총리들. 윗줄 왼쪽부터 초대 아데나워, 2대 에르하르트, 3대 키징거, 4대 브란트. 아랫줄 왼쪽부터 5대 헬무트 슈미트, 6대 헬무트 콜, 7대 슈뢰더, 8대 현 메르켈 총리.

 
초대 아데나워부터 현직 메르켈까지

먼저 건국의 주역인 아데나워 총리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식 '총리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프랑스, 미국 등과 강력한 동맹인 서방정책에 기초해 경제부흥을 달성했다. 그는 또 "우리는 서방의 양탄자 위에 올라타야 번영할 수 있다"면서 서방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의 후임인 2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는 초대 경제부 장관으로 '라인강의 기적'과 더불어 '모두가 잘 사는 나라'인 사회적 시장경제 토대를 구축했다. 3대 키징거 총리는 60년대 중반 처음으로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꾸려 위기를 극복해갔다.

전후 최초 정권 교체로 4대 사민당 출신 빌리 브란트 총리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해갔다. 미소 간 대결이라는 냉전 구조를 해체하고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들과 화해와 협력 데탕트인 '동방정책'(Ostpolitik)을 편 것이다. 그는 또 국내적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내걸고 수준 높은 사회복지제도와 노사가 파트너인 '경제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브란트 총리로부터 가장 크게 지원을 받는 구동독 공산정권이 심어놓은 간첩(기욤) 사건으로 스스로 물러났다. 후임자인 5대 헬무트 슈미트 총리는 동방정책을 성실하게 이어갔고, 오일 쇼크 등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갔다.

사민당의 15년 시대를 마감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는 오히려 사민당 브란트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갔고,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했다. 보수주의 정치인인 그는 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는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동물적 감각으로 전광석화같이 통일의 문을 열었다.

그 결과 이제 누구도 '그가 독일 통일의 주역'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콜 총리의 공약과는 달리 통일 독일은 과도한 통일 비용 부담과 경제 침체로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어려웠다.

현란한 젊은 지도자인 슈뢰더 총리가 16년 동안 통치한 거구 헬무트 콜 총리를 무너트리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는 독일의 복지병을 치유하고 노동 및 사회 개혁을 위해 '아젠다 2010'과 '하르츠 4' 개혁을 단행했다. 자신의 주된 지지층인 연금 및 노동 개혁을 단행하자 '더러운 손을 치우라'는 거센 반발에서도 주저 않고 추진했다. 그 결과 독일 경제는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3선에 실패하고 사민당은 분열되었다.

8대이자 현재 총리인 메르켈은 독일 통일 이후 최초 동독 출신, 최초 여성 출신, 최초 과학자 출신, 최연소 총리 등 무수한 '최초' 타이틀의 보유자다. 그는 침착하지만 대범한 리더십으로 독일이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의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념을 넘어 '통 큰 엄마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어 2년 후 정계 은퇴를 약속했지만 현재 가장 인기가 높고 신뢰받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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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유태인 게토 기념비 앞에서 무릎 끊은 빌리 브란트 총리. ⓒ Rare Historical

 
8명의 총리, 그들의 리더십은 어디서 왔을까

독일 8명의 총리가 시대 비전을 세우고 업적을 만들어간 리더십의 덕목과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필자가 독일을 방문해 진행한 수많은 독일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먼저 '반성과 성찰의 힘'이다. 빌리 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 유태인 게토 기념비를 방문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성찰이 독일이 미래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둘째, '패거리와 정파'보다는 항상 나라와 국민이 우선이었다. 전후 독일 정치사에서 우리 같은 '친X' 혹은 '친X'같은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20세기 최악의 패거리 정치가 '나치'와 '공산주의'였기 때문이다. 양 극단 정치가 독일에서 시작했고 세계를 악몽으로 몰아갔다. 전후 독일 정치지도자들은 반성하고 성찰해 패거리 정치를 끝낸 것이다. 합리적인 정치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 '실력 있는 창업의 리더십'이다. 독일은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계보정치가 없다. 독일의 모든 총리는 스스로 창업의 리더십을 보였다. 초대 아데나워는 '여우'의 리더십, 에르하르트는 '낙관'의 리더십, 키징거는 '중재'의 리더십, 브란트는 '비전'의 리더십, 슈미트는 '마도로스' 리더십, 콜은 '애국'의 리더십, 슈뢰더는 '스마트' 리더십, 그리고 메르켈은 '대통합'의 리더십이다. 시대에 맞는 비전을 세워 업적을 보여주는 리더십이다. 이를 통해 독일 나라는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 누가 진짜 준비된 리더인가

그럼 과거 대한민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고 향후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독일과 비교할 때 한국 대통령 리더십은 반쪽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아직 독일이 달성한 경제발전과 일자리, 사회복지제도와 경제민주주의, 전국 균형발전과 연방국가, 그리고 평화통일과 대륙(유럽)의 중심 국가는 우리에게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부르는 새 리더십은 '통 큰' 비전을 제시하고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는 현 정국을 끝낼 '대통합'을 이끌어낼 역량을 말한다. 미국의 링컨이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같은 리더다. 정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진짜 실력 있는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누가 진짜 준비된 실력 있는 차기 리더인가?
#독일 #독일정치 #독일경제 #독일총리 #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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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전 전략가, 4차 산업혁명 및 독일 전문가. 대한민국 미래(next Korea)는 독일을 뛰어넘어야(beyond German) 다시는 중국, 일본 등에 당하지 않고 부강한 나라로 도약하고, 평화통일, 신문명이 꽃피는 한반도를 꿈꾸는 작가이자 학자. 300회 이상 전국에 특강 강사로 유명. 최근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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