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특검 '이게 다 이재용 탓', 삼성 '이게 다 박근혜 탓'

[파기환송심 2차 공판] '삼성 무리수였나 박근혜 요구였나' 두고 특검-이재용 변호인단 팽팽

등록 2019.11.22 20:59수정 2019.11.22 21:07
2
원고료로 응원
a

이재용, 파기환송심 2차 공판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2차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뇌물사건 파기환송심에서도 거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무리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부정한 청탁으로 이어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의 유무죄를 다투는 심리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뇌물 인정 액수 등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뒤 이재용 부회장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엇갈린 유무죄 부분을 다시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검] 모든 시작은 '이재용 승계작업'

대법원은 혐의 상당수를 무죄로 보거나 뇌물 액수를 대폭 낮춘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삼성 뇌물사건의 판단 기준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항소심 판결로 정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이 부회장 재판부와 달리 ▲ 삼성이 용역계약 형태로 최서원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을 약속한 것을 액수 미상의 뇌물로 봐야 하고 ▲ 마필용 차량 무상 사용 역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의 경우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과 그에 따른 '개별 현안'이 존재한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그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등을 꼽았다. ▲ 이 부회장이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 관련 지원이라는 또 다른 현안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도 봤다.

22일 특검은 이 판단을 토대로 뇌물죄와 횡령죄, 범죄수익은닉죄 인정 범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이재용, 파기환송심 2차 공판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2차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a

'이재용 파기환송심 엄정한 판결 촉구' 피켓 뺏기는 대리인단 22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2차공판이 열리는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주주 손해배상 청구 대리인단이 이 부회장 도착현장 부근에서 '법원의 엄정한 판결 촉구합니다'가 적힌 피켓을 들다가 제지당하고 있다. ⓒ 권우성

 
삼성 뇌물사건 출발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란 부분도 강조했다. 특검은 "승계작업은 이재용 피고인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이용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며 "피고인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안정적인 삼성전자 지배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검은 이를 위해 삼성이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떨어뜨려 1(제일모직)대 0.35(삼성물산)이란 합병비율을 도출해냈다고 본다.

특검은 "그러다보니 삼성 내부 임원이 '무식하게 했다'고 할 정도로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 찬성을 결의한 주주총회 이후에도 합병 비율 불공정성 문제가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검찰에서 수사 중인 내용"이라며 "이런 문제로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할 필요성이 매우 높았다"고 했다. 특검은 다음 기일까지 재판부에 검찰이 삼성바이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제출해 이 부분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재용] 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다
 
a

2015년 12월 21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발파버튼을 누르고 나서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 부회장 쪽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아니라 박근혜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후회하며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전형적인 수동적 공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승마 지원을 요구하며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했고, 말 소유권 문제가 생기자 최씨가 박상진 사장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겁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을 넘겼다는 얘기였다. 영재센터 지원 역시 "거절할 수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뇌물 인정 액수 등 유죄범위가 넓어져 피고인들을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특검 주장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기존 판례보다 제3자 뇌물죄 인정범위를 넓혀 행위 규범을 제시했을 뿐 개별 사건을 얼마나 더 처벌해야 하는지를 따지진 않았다는 이유였다. 변호인단은 '말 세 마리가 뇌물이 아니며 영재센터 지원 관련 부정한 청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의 소수의견도 언급하며 "최고법원 대법관 3인이 낸 의견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변호인단은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손경식 CJ 회장, 웬델 윅스 미국 코닝사 회장을 양형 심리를 위한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국정농단 수사 때 박 전 대통령 쪽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을 퇴진시키란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그의 증인 신청은 반대하지 않지만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 등은 양형 심리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2월 6일 3차 공판 때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 #뇌물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