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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제주 예멘 난민, 그들의 행방을 찾아서

[2019 '가려진 이슈' 사이로 ②]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난민혐오

등록 2019.12.04 10:29수정 2019.12.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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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만 가지 이슈가 쏟아지는 한국 사회. 그러나 '조국 사태' 같은 블랙홀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블랙홀 이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슈에 가려진 이슈'를 짚어본다. - 참여사회[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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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12.14 ⓒ 연합뉴스

 
작년 여름, 말레이시아를 거쳐 평화의 섬 제주도에 다급히 피신해 온 예멘 국적 난민 500여 명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남겼다. 사실 1994년 이래 난민은 계속 한국사회에 존재해왔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 정부에 보호를 구하는 난민신청자 수는 1만 6173명에 달한다. 예멘 난민의 수는 지중해를 매일 건너는 수많은 난민선 중 하나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70만 명 이상이 찬성한 '예멘 난민 추방' 취지의 잔인한 청와대 국민 청원 내용이 보여주듯이, 그들의 존재는 갑자기 공론장에 끌려나온 난민들에 대한 시민들의 낯섦, 단기간 집중된 난민신청의 숫자, 이슬람 종교에 관한 선이해, 중동 국가 전쟁 난민에 대한 오해는, 한국 사회 내의 고유한 문제를 타자의 문제로 전가하는 우파적 사고를 충동했다. 정부의 신속한 제주도 출도 제한 및 예멘 국적자의 무비자 입국 금지 방침은 '난민은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타자'라는 우파적 낙인에 기름을 부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난민 심사가 개시된 예멘 난민 484명 중 412명이 소위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2명이 난민 지위를 얻었고, 56명은 단순 불인정결정을 받아 이의신청을 하였고, 14명은 제3국으로의 자진출국 등의 사유로 심사가 직권종료 되었다.

추방하진 않고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은 난민들은 제주도를 벗어난 육지에서 취업의 기회를 찾아 정착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시 제주도로 돌아오기도 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정착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던 난민 혐오 광풍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난민 이슈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내 소수자 혐오의 최신 판본이었던 난민 혐오가 철저히 그들을 타자화한 허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난민이 이슈로서 한바탕 소비된 후 관심마저 사라져 버린 지금, 전통적인 난민제도의 문제들 즉, 포괄적 의미의 난민정책을 포함한 이민정책의 완벽한 부존재, 부당히 낮은 난민인정률과 통제위주의 출입국 당국의 심사와 체류관리, 난민에 대한 구금과 송환, 언어·문화를 익힐 새도 없이 사회안전망 안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빈곤에 내몰리는 등 난민의 한국사회 정착에 관한 정책 부재는 그대로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던 난민혐오 광풍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 참여사회

 
작년, 혐오의 광풍에 떠밀려 법무부는 엉뚱하게도 보호가 시급한 예멘 난민들에 대한 대책에 '가짜 난민' 차단 운운하며 난민법을 보다 엄격하게 개정하겠다는 식의 정무적 여론 관리를 했다.

예멘 난민들의 국내 정착 혹은 관리를 위한 대책들도 언급하였으나 이후 제대로 이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한 해 동안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으로 인해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은 난민들의 한국 국적 취득의 문은 닫혔고, 건강보험 의무가입제도로 새로이 보험제도에는 편입되었으나 소득수준과 상관없는 고액의 지역건강보험료가 매달 부과되는 기이한 벽이 생겼다. 

예멘 난민들은 한국어를 할 수 없어 미숙련 노동의 단순노무만 가능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보험 혜택에서 배제되어, 근로능력이 사실상 없거나, 고령의 난민들의 경우 정착은 고사하고 안전한 생존 방안이 전혀 없다. 난민들은 박해를 피해 찾아왔는데, 혐오의 광풍을 맞닥뜨리고 출구 없는 빈곤으로 내몰렸다.

이렇게 한국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부끄러운 민낯에 더해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정치권에서도 난민은 지워졌다. 제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시민사회는 길고 끈질긴 호흡을 가지고 난민의 심사와 처우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난민법 개정과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다시는 혐오의 재료로 난민들이 소비되지 않도록 그들의 곁에 서서 다시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일 님은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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