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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률 70% 박차... 문재인 케어 어디까지 왔나

[문재인 케어 오해와 진실 ①] 2년 반새 중증환자 의료비 '뚝'... 매년 1%p 증가

등록 2019.12.18 13:40수정 2019.12.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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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 나는 나라, 환자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함께 고통 받는 나라, 이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닙니다.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2017년 8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직접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치료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환자와 환자가족들은 환호했다. '문재인 케어'가 닻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된지 2년 반.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초음파 등 이전에는 환자들이 100% 부담하던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가 부담해야 할 자기부담금이 크게 줄었다. 본인부담금상한제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도 강화됐다. 일부에서는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문재인 케어가 목표로 한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는 서서히 진도를 내고 있다.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63.8%... 의료비 2조2000억원 경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2일 발표한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해 주는 비율)은 63.8%로 2017년(62.7%)보다 1.1%포인트 늘었다. 특히 중증환자들이 많이 찾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보장률은 68.7%로 2017년 대비 3.6%포인트 증가했다. 병원비가 1000만원이 나오면 환자는 3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실제 암 등 중증환자들은 내야할 병원비가 많게는 이전의 4분의 1이나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의료비 절감 혜택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1세 A씨(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경동맥 폐쇄 및 협착에 뇌질환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에 한 달여간 입원했다. 총 의료비 3813만원 중 A씨가 부담한 비용은 351만원에 그쳤다. 문재인 케어 시행 이전이었다면 A씨는 급여 치료비 620만원, 비급여 치료비 974만원을 합쳐 총 1594만원을 병원비로 내야했다. 하지만 선택진료비 폐지로 420만원, 입원실 3인실 급여화로 60만원, 뇌 및 뇌혈관 MRI 급여화로 80만원,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으로 1243만원을 덜 내게 됐다. 부담 감소율은 78%다.

62세 B씨(여)는 지난해 간염 및 만성 신장병으로 종합병원에 57일간 입원했다. 총 치료비는 1억 2123만원으로, 문재인 케어 시행 전이었다면 B씨가 부담해야할 치료비는 5139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선택진료 폐지, 초음파 검사 급여확대,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4대 중증질환→모든 질환) 등으로 B씨는 763만원만 자비로 냈다.
 

연도별 전체 및 중증·고액 상위 30(50)위 건강보험 보장률.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케어로 약 3600만명의 건강보험 가입자가 2조 2000억원의 치료비 경감 혜택을 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RI 및 초음파 검사 등 고가의 검사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이 총 1조 4000억원 줄었다. 또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일부 항목에 대해서도 새롭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의약품 비용 부담도 줄어들었다. 건보공단 조사 결과, 고액진료비를 발생시키는 상위 30개 중증 질환의 2018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81.2%로 2017년보다 1.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부담금상한제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렸다. 본인부담금상한제는 한 해 진료비 중 환자가 내야할 비용이 소득수준별 상한액을 넘으면 초과 금액만큼 건강보험공단이 돌려주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노인과 아동 등 의료취약계층의 본인부담금이 낮아지면서 총 8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이 돌아갔다. 65세 이상 노인과 5세 이하 아동의 경우 2018년 보장률은 70.2%와 69.3%로 2017년보다 각각 1.4%포인트, 2.5%포인트 늘었다.

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임상조교수(응급의학)는 "MRI와 초음파 등 기존의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희귀병 등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사각지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고가의 검사가 많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

문재인 케어는 문 대통령 임기 내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 62.6%에 머물렀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6~7%포인트 올리겠다는 것으로, 투입 비용은 30조6000억원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는 현재 수준의 보장률로는 갑작스런 의료비 지출로 인한 빈곤을 막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환자들의 치료비의 본인부담률은 36.2%로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가정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실직이었고, 그 다음이 의료비 부담으로 꼽힌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치료비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면 비용 걱정에 병의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어려워지고 병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다시 병원비가 더 많이 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떨어지다 보니 대다수의 국민들이 병원비 지출을 대비해 건강보험보다 비싼 민간의료보험에 추가로 가입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간보험 가입률은 2016년 기준 79.9%로 가구당 연간 30만8268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은 물론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일부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너무 빠르게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의 높은 의료비 부담을 고려하면 오히려 (보장 범위 확대) 속도가 느리다"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이 8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케어의 목표치인 70%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장률 70% 달성, '비급여 풍선효과' 통제가 핵심 

건강보험 보장율 70%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 있는 과제는 많다. 우선 원래 계획대로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모든 비급여의 급여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당초 문재인 케어 로드맵에 포함된 3800여개 비급여 의료행위 중 올해 8월 기준으로 급여화(건강보험 적용)된 항목은 347개다.

물론 건강보험 적용 항목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는 하다. MRI의 경우 올 10월부터 복부와 흉부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척추질환 검사에 대해, 2021년에는 뼈와 근육 계통 질환 검사까지 확대한다. 초음파 검사도 올 12월부터 자궁과 난소 초음파로 확대하고, 내년에 심장 쪽으로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장 범위를 넓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급여 항목이 늘어날수록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이른바 '비급여 풍선효과'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는 지속적으로 늘어왔지만 비급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보장률이 6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2008년 62.6%였던 보장률은 2017년 62.7%로 10년 동안 단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가 보장율 70%이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장 범위 확대도 중요하지만 병원들의 무분별한 비급여 확대를 제어할 강력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정부가 계획한 대로 비급여의 보장 범위를 늘려도 지금처럼 새로운 비급여 치료가 늘어나면 보장률 70%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비급여 증가는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정부가 새로 생기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통제·관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쏠림으로 인한 속도 조절론은 대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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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료전달체계(환자 쏠림을 막기 위해 병원·의원을 거친 뒤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 개편도 시급하다. 의료비 부담 감소로 환자들이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으로 쏠리고, 가벼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고가의 검사 이용을 늘리면 건강보험의 재정 낭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병원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의료 남용 가능성은 '문재인 케어'를 흠집 내는 데 동원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복지 확대에 부정적인 보수 진영과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비급여를 보장하는 실손보험 가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민간보험회사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9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을 높이고 경증 환자를 진료할 경우 손해를 보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주치의 허락을 받은 환자만 상급병원을 이용하게 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선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대희 임상조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올라가면 큰 병원 쏠림과 고가의 치료·검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며 "그동안 비용 부담 때문에 필요한데도 이용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종합병원 이용이 늘어난 것이라면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료 남용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지부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과다 진료를 하지 않도록 진료 적정성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윤 교수도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장성 확대 속도를 늦추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상급병원 쏠림과 과잉 진료를 막는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는 게 더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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