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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늙어봤냐?" 너처럼 늙지 않겠다고 답한다

[주장]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의 글에 답하며

등록 2019.12.24 13:53수정 2019.12.2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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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조선일보'에 실린 김광일 논설위원의 글을 보고 똑같은 형식으로 답변 글을 써봤습니다. [기자말]
 

12월 20일,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의 글 ⓒ 조선일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감각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꼰대'
'버릇없는 젊은이' 소리 들어도 말할 수밖에
 

버스를 타서 인터넷 창을 열면 이런 문구를 흔히 본다.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이 말은 원래 인터넷 신조어로 퍼졌는데 TV 광고에서도 쓰이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꼬는 의미도 있지만 변화에 뒤처진 '꼰대'들을 비판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고령화 시대에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나이 많은 이의 조언들에 대해서는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나이 든 사람에게 충고하는 젊은이' 같은 것을 지칭하는 신조어는 없는가.

앞으로 선거법을 고쳐서 18세부터 투표권을 준다는데 세상이 드디어 바뀌는가 싶다. 이건 '오마이뉴스의 논조'와 상관없는 개인적 생각이다. 투표권이 새로 주어지는 사람들 중 고3이 상당수 포함되고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란 걱정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숨 쉬고 대화하고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정치의 영역이 돼야 한다면, 이때까지 교실만 정치판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더 황당한 일이다. 지금 열한 나라를 제외한 세계 90% 넘는 국가에 18세부터 선거권이 있고, 오스트리아·브라질 같은 여섯 나라는 16세부터 투표한다. 십 년 넘게 교실에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 하루하루 '정치적' 활동을 하고 고민하는 것 역시 사회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지난 몇 년간 목격해온 '한국적' 정치 풍토에서는 '망할 놈의 선거'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놈도 저 놈도 다 틀렸다'라는 표현은 이 놈과 저 놈의 차이가 없을 때 생겨나는 말이다. 고인물들이 하는 정치에서 새로운 욕망들이 발굴되지도, 반영되지도 않는다. 지금의 국회가 새로운 욕망들의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에 정치의 영역에서는 50대 아저씨들의 요구안만 현안으로 등장한다.

매번 포퓰리즘 정치가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이 반영된 정치는 없었다. '포퓰리즘 면역 항체'가 생기거나 '포퓰리즘에 중독'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는 '포퓰리즘 정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포퓰리즘은커녕, 새로운 '대중'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는 아무런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 50대 아저씨 정치. 그래서 정치는 공천 싸움, 라인타기, 야당과 여당이 책상을 치며 호통치다가 뒤로 가서 협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세상을 바꿀 방법을 선거로만 인식하는 것, 그러나 역설적으로 선거가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고 두려워하는 것, 그 사이에 끼여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며 현상만 유지하자 소리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있지도 않은 '애송이'라는 적을 상정해 놓고 늙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으로 새로운 정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세대갈등을 누가 만들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오해할까봐 말하는 거지만, 모두에게 기회가 열린 사회가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모두의 것'이 돼야 한다. 

한번 이런 방법을 생각해보자.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사람들에게 주자. 정기적으로 통장에 입금되는 기본소득은 정치적 감각을 일깨운다. 기본소득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을 일깨운다. 우리가 정치공동체인 국가의 일원으로 공통의 것을 배당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어떠한 사람의 딸, 아내, 어머니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낸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곧 정치에 대한 희망과 관심으로 돌아온다. 정치가 그래야하는 것처럼, 기본소득도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꼰대의 잔소리 덕분에 큰 줄 알아야 한다? 천만에. 우리는 어떠한 기회도, 자리도 주지 않고 '청년'이라는 이름만 사용하려는 '꼰대'들과 맞서 싸우면서 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꼰대'들의 잔소리가 아니라 더 많은 기회와 그 기회를 실현해볼 수 있는 토양이다. 아참, '버릇 없는 젊은이들이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 같은 '꼰대어'는 사양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신민주씨는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상임위원장입니다. 기본소득당은 평균나이 27세의 당원들이 만든 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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