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치에도 '아빠 찬스'가 있다

[누산따라 인도네시아 ④] 개인 성향(Personality)의 강조와 정치적 유산

등록 2020.01.23 17:24수정 2020.01.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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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산따라(Nusantara)? 자바 고어로 '섬 사이'라는 뜻이다. 이는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가로로 긴 인도네시아의 영토를 표현하는 단어로, 한국을 표현하는 '한반도'와 같이 인도네시아를 부르는 애칭이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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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가 2019년 4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러닝메이트 KH. 마루프 아민,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및 여러 당 지도자들과 동행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는 '아빠 찬스'라는 표현이 화제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문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인 의정부 갑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야당을 비롯하여 여당 일부 정치인들까지도 이른바 '지역구 세습'을 비판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에서 비롯된 '공정' 관련 논란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결국 문석균씨는 23일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구를 물려받는 등 '정치 세습' 문제가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 세습 문제를 거론할 때 북한의 '3대 세습'을 연상해 더 많은 비난을 받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 세습이 비판 받는 현상은 한국 사회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가문 정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국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독재와 정권 말기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해 군 출신인 수하르토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이후 수하르토는 무려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다. 수하르토는 등장부터 수카르노 정부를 '구질서'로 규정짓고 자신의 국정 운영을 '신질서'로 표현하며 수하르토와 각을 세웠다.

두 사람은 이미 사망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정치적 유산으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민중 항쟁으로 수하르토가 대통령에서 사퇴한 이후, 수카르노의 장녀인 메가와티가 주요 정치인으로 부상했으며,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인도네시아 전문가인 전제성 전북대학교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메가와티가 그의 아버지인 수카르노의 정치적 카리스마와 자주와 민주주의 등 긍정적인 가치를 흡수했다고 설명한다.

메가와티는 비록 대통령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진보-자유주의 정당으로 평가받는 PDI-P의 당 대표로 조코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하며 여당 당 대표가 된다. 메가와티의 딸인 푸안(Puan Maharani Nakshatra Kusyala)은 인도네시아 국회 의장, 장관 등으로 활약하며 인도네시아의 주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수카르노의 정치적 유산은 이처럼 3대째 이어져오며 공고해지고 있다.

수카르노가 메가와티로 이어지며 민주주의와 진보적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로 규정된 반면, 수하르토는 개발과 발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의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0년대~9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이를 수하르토의 능력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여전히 수하르토를 그리워한다.

수하르토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던 정당인 Golkar은 여전히 인도네시아의 주요 정당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군부 출신으로 수하르토와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수하르토의 (전)사위이기도 한 프라보워는 Gerindra의 주요 정치인으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낙선했다. 수하르토의 정치적 유산이 인도네시아 주요 정당인 Golkar와 Gerindra 등으로 나뉘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또 다른 가문 정치의 사례로는 인도네시아의 제6대 대통령이었던 유도요노와 그의 아들 아구스(자카르타 주지사에 도전했다 낙선), 현재 대통령 조코위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 2019년 9월 아버지가 소속된 PDI-P의 당원이 되었고 아버지인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솔로 주지사 선거에 2020년 도전한다고 밝힘) 등이 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치에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심지어 '장인 찬스'까지 쓰며 가족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 가문 정치가 이념(Ideology)보다는 개인의 성향(Personality)이 강조되는 국가적 정치 특징을 견인하는 주요 요소임에는 틀림 없다.

앞선 연재에서 개인의 성향이 강조되는 인도네시아 정치에서는 '신정치'로 상징되는 교환의 정치가 이루어지며, 화합과 협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불행히도 부모의 지역구라는 '특권'을 이어받는 방식으로 가족 정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한국 정치에서 '가족 정치'는 무조건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아빠 찬스'와 같은 조롱조의 단어로 표현되고 있기도 하다. 특권에 집착하는 가족정치에서 벗어나, 가치와 책임을 이어가는 가족 정치로 발전하는 데 인도네시아의 사례가 참고점이 될 수 있겠다.

*참고문헌
전제성. 2007. "인도네시아의 총체적 위기와 메가와티의 정치리더십". 『동아연구』. 53. 255-292
덧붙이는 글 메가와티(Megawati), 푸안(Puan), 아구스 유도요노(Agus Yudhoyono), 프라보워(Prabowo)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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