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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님, 살고 싶습니다

세월호 의인 김동수 가족이 이재명 지사에게 보내는 호소

등록 2020.02.07 15:28수정 2020.02.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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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씨 아내와 한 인터뷰를 서간체로 바꾸었습니다.[기자말]

201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단식장을 찾아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던 김동수씨 가족과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 ⓒ 변상철

 
이재명 경기도지사님, 도정에 힘쓰느라 늘 바쁘시지요? 저는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이라고 합니다. 제 남편은 안산 단원고 아이들과 세월호를 탔던 김동수입니다. 세상에는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가 잠시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사님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6월 광화문에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에 반대해 단식농성을 하실 때 저희가 찾아갔었는데 혹시 기억하실까요? 
      
그날은 이 지사님께서 단식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사님께서는 저희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힘내라고 하셨고, 저희 또한 지사님께 몸 건강히 힘내시라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지사님의 관심이 각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사님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서 경기도 도정을 책임지는 도지사로 위치가 바뀌셨지요.

지사님을 찾았던 그 날은 제 남편이 고대안산병원 정신과에 입원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 남편은 세월호 사건 이후 입·퇴원을 반복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세월호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데 대한 억울함이 늘 제 남편을 괴롭혀 왔습니다. 다시는 배를 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화물기사 일도 그만두고, 저희 부부는 제주도 측의 배려로 '사려니숲길'을 관리하는 산림휴양과 공무직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자연을 보면 마음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풍경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게 마음의 병이었습니다. 병의 근원인 세월호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본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게 남편은 일 년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비정상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편지를 쓰게 된 이유
  

허리 시술을 받기 위해 입원해 있는 김동수 씨. 그는 세월호 후유증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 변상철

 
그런데 기어이 작년에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2019년 4월 30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세월호 참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조사하기로 하자, 이틀 후인 5월 2일 황교안 대표는 "사참위가 조사권이 있느냐"며 반발하며 거부했습니다. 이를 뉴스로 접한 남편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새벽에 국회 앞으로 달려가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남편은 부당함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병원 측은 개방병동이 없다는 이유로 고대안산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마침 신촌 세브란스에 안산온마음센터(안산 세월호 생존자 트라우마 치료센터) 부센터장님이 오셨고, 그분과 협의하에 고대안산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고대안산병원이 세월호 피해자 전담치유지정기관이었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신촌 세브란스 측은 고대 안산병원 측에 연락해 놓았으니 가면 알아서 조처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6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한 남편과 제 가족에게 고대안산병원 측은 '누구냐', '왜 왔느냐'고 했습니다. 이름을 말하고 신촌 세브란스에서 가라고 해 왔다고 했지만 그들은 연락받은 게 없는 것처럼 말을 했습니다.

당시 남편은 매일같이 세월호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수면제와 안정제를 일반인보다 몇 배를 더 먹으며 지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다 자해를 하고 온 상황이었기에 평소보다 더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자해해서 왔다는 우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흥분해 있는 남편에게 '조용히 하라', '소란을 피우면 진료 안 할 테니 나가라'고 했습니다. 고대안산병원이 세월호 피해자 지정기관인지 의심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병원 측은 응급실 담당 의사와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로 남편을 고발했고,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받았습니다(관련기사: 세월호 의상자 김동수씨, 벌금형 선고에 재판 청구 http://omn.kr/1maco).

이재명 지사님, 이것이 세월호 피해자를 담당하는 지정의료기관의 모습입니다. 고대안산병원은 지사님이 도정을 책임지고 계시는 경기도에 있습니다. 왜 우리가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매일 악몽 같은 세월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가 정상인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잘못입니까? 세월호에서 살아남아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죄입니까? 우리의 아픔을 조금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병원이 세월호 피해자 지정병원이라니요.
  
이재명 지사님, 고대안산병원은 세월호 피해자 지정병원으로 지정되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안산병원 응급실 의료진과 병원 측이 제 남편에게 보인 태도로 볼 때, 저는 이 병원이 세월호 피해자 지정병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도정의 책임자이신 지사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대안산병원이 제 남편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대안산병원이 책임지고 남편과 가족들에게 응급실에서 있었던 폭언과 태도에 사과할 것을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피해자 응급지정병원으로서 세월호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위와 같은 잘못을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
 

세월호에서 생존한 화물기사들은 서로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모인다. ⓒ 변상철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픔을 잊어보려 무던히 애를 쓰고 삽니다. 모임도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합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파란 바지의 의인이니 뭐니 하면서 언론에서 떠들지만 정작 저희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남편이 한 번씩 아플 때마다 제 가족은 생계를 뒤로 한 채 모두 병원살이를 해야 합니다. 생계는 고사하고 힘들어하는 남편, 아빠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이 안 됩니다.

의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고대안산병원이 그런 우리에게 고발을 했습니다. 어느 세월호 피해자가 이 병원을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병원이라 생각하겠습니까?

많은 세월호 피해자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그 아픔을 치유할 책임자 중 한 사람이 이재명 지사님임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4년 전 서로 힘내자던 그날 이재명 지사님의 따뜻한 말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김동수 아내가 편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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