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선거권, 그 이후 한국사회의 과제

18세 선거 참여 계기로 청소년 모의선거, 민주시민 교육, 사회참여 활동 활성화 계기 만들어야

등록 2020.03.02 10:35수정 2020.03.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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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국회에서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청소년계는 물론 시민사회에서 수년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국민으로서의 권리 행사 요구가 실현되는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소년도 대한민국의 중요한 국민이기에 유권자로서 투표에 참여하는 당위성은 명확하다.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는 헌법적 이념의 시각에서 봐도 4.19의 주요한 운동 중심체였던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고 되려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청소년 참정권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18세 청소년은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등으로 인해 독자적인 인지능력을 갖추고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청소년 참정권 부여의 핵심 전제다. 이미 청소년은 다양한 사회 참여를 통해 그 능력을 검증받아 왔다.
 

제2대 금천구 청소년총선거 모습 (2017년) ⓒ 서울시교육청 제공




대표적인 케이스는 금천구 청소년의회 활동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활동의 일환으로 구성된 금천구 청소년의회는 2016년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청소년이 정당을 구성하고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정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운영되고 있다. 금천구에 사는 청소년(만 9세이상 19세미만)이 참여해 "청소년 총선거"를 치르고 거기에서 청소년의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전국의 청소년시설에 설치된 "청소년운영위원회"도 눈에 띄는 청소년 사회참여의 일례다. 청소년시설 운영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을 제도로 정착한 경우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의회"와 "청소년참여위원회",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생참여단"도 청소년정책에 대해 청소년의 입장을 수렴하는 경우다. 중앙에도 "청소년특별회의"가 연간 단위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한다.

여전히 청소년을 무시하는 사회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 사회참여 활동을 청소년 시기에 한번쯤 체험해 보는 그런 수준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2016년 청소년특별회의 의장단 선거에서 청소년들의 투표로 1명의 의장과 2명의 부의장이 선출되자 이를 관리하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남녀 성별을 골고루 맞춘다며 부의장으로 선출된 남학생 1명을 탈락시키고 순위권밖에 있는 여학생을 부의장으로 바꿔 일방적으로 발표한 일이 있었는데, 이는 청소년의 선거 행위와 민주주의적 참여 결과를 얼마나 가벼이 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소년 자치기구에서 나온 의견이나 제안들이 정당이나 정부를 통하여 정책에 반영되는 비율도 아쉽지만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청소년을 여전히 미성숙한 판단의식 결여의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던 청소년 모의선거를 중앙선관위가 사실상 불허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중앙선관위는 청소년 모의선거 결과가 실제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내세웠으나 따지고 보면 결국은 청소년이 어리숙해 특정 교사집단에 의해 휘둘릴 것이라 단정함으로서 자신들이 청소년 모의선거가 아주 훌륭한 민주주의 교육이라 강조함을 스스로 뒤바꿨다.

청소년 참정권 도입과 함께 사회참여 제도도 보완되야

이렇듯 불완전한 청소년 사회참여 활동의 사회적 성숙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데, 실제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에서 18세 청소년 참정권이 실현된 것은 청소년 사회참여는 물론 정치사적 상징성,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 행사적 의미에서 매우 큰 함의를 가진다.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등장한 표수는 53만표나 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의 53만 청소년 투표 응원 캠페인 이미지 ⓒ 이영일



  
청소년 참정권은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적선하듯 인심 쓰는 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의 헌법적 권리를 회복하여 행사하는 것이기에 그동안 제한적인 청소년 사회참여의 질적, 양적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청소년 모의선거의 중요성, 민주시민교육의 방향 강화, 청소년 자치활동과 사회참여 기구의 질적 성장과 권한 강화등도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청소년의회나 청소년들의 다양한 자치기구의 의견이 단순히 제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초광역 의회의 의회에 제도적으로 수렴되어 입안될 수 있도록 연동체제를 수립하고 정당 활동에 청소년 가입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하며 민주시민교육을 학교내 필수 학습과목으로 지정해 선거와 민주주의에 대한 상시 학습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지역의 청소년의회 의원을 자치구가 뽑는 것이 아니라 금천구의 사례처럼 그 지역 청소년들이 뽑을 수 있도록 제도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의식의 변화, 우리 정치체제를 개선할 수 있는 깨끗한 유권자라는 신뢰, 잘 하나 못 하나를 재단하는 어리숙한 존재들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해 미숙함을 보완해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육성할 존재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청소년은 이제 정치적 이해관계와 입맛에 따라 흔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 참정권 #청소년 사회참여 #민주시민 교육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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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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