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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콘텐츠 업계의 비상식적인 '사상검증'과 '성별임금격차'

[3시STOP 여성파업 기획연재 ⑤] 페미니즘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침해당해

등록 2020.03.06 14:15수정 2020.03.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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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다. 1908년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임금인상,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를 기념해 세계여성의날이 제정되었다. 해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세계여성의날을 기해 시민으로서의 존중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7년부터 해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3시STOP 조기퇴근시위’를 조직해 온 ‘3시STOP 공동행동’은 2020년을 맞아 ‘3시STOP 여성파업’으로 전환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파업대회는 취소되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파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있는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에 문제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전세계 여성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할 것이다.

‘3시STOP 공동행동’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분 설문조사 분석과 채용성차별, 최저임금, 직장문화,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5편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구성했다. 이번 글은 '페미니즘 사상 검증'에 대해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썼다.[편집자말]
 

2019년 12월,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와 여성,노동,시민단체들은 게임업계 사상검증과 블랙리스트 규탄 및 피해복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2016년 7월, 게임회사 '넥슨'이 자사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가 SNS상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는 게임 업계의 대표적 인권침해인 "사상검증"의 시작이 되었다. 당시 해당 성우를 지지했던 웹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2020년 현재까지도 이른바 "사상검증" 의 피해를 겪고 있다.

2018년, 많은 여성 웹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SNS상에서 여성주의적 발언을 하거나,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표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상의 작업물이 교체되고, 후속 의뢰가 전무한 상황에 이른다.

2019년 11월, '티키타카 스튜디오'는 자사 게임 '아르카나 택틱스'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니즘 지지 표명을 하였다는 이유로, 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 리스트를 찾았다" 며 사실상 '블랙리스트 운용'을 언급했다.  또한 '문제가 불거진 일러스트' 의 작업물을 전면 교체하겠다, 외주 검수팀을 신설하여 엄격히 검수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게임 '크로노 아크' 는 캐릭터 스킬 일러스트를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SNS에 프랑스의 여성살해 근절 집회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메갈 글을 공유했다' 며 일부 남성 유저의 보이콧이 이어지자 해당 작업자의 일러스트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여성 작가들은 2020년 현재까지도, 비상식적이기 이를 데 없는 이른바 '사상검증'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겪고 있다.
 
'사상검증'의 영역은 점점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한 영역으로 확대되어, 여성단체를 팔로우하여도 불온분자, 여성 운동을 리트윗하여도 메갈, 페미니즘 주제 의식이 담긴 베스트셀러에 관심을 표하여도 배제하여야 마땅할 위험분자가 되어 직업적 불이익이 이어진다.
 
한 개인의 여성주의적 발언을 이유로, 직업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또한 노동자에게 업무와 관계없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이유로 고용과정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명백한 노동권 침탈 행위이다.

게임 업체들은 주 소비층인 남성 유저의 의견을 따라 조치했다고 항변하나, 이는 과대대표된 일부 유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며, 하물며 기업의 이윤 추구가 국가가 보장한 인권의 탄압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름 아니라, 위와 같은 업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기본 인권, 노동권 개념의 부재로 말미암아 여성 작가들은 게임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많은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로서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되어 사상을 검증받고 인권과 노동권을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웹툰과 일러스트 직군의 성별임금격차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2017년 서울시의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의 경우 남성 작가의 월 평균 임금이 222만 원인데 비해 여성 작가의 임금은 166만 원에 그치고 있다. 여성 작가의 임금이 고작 남성 작가의 74.7%에 불과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남성작가의 월 평균 임금이 212만 원일 때 여성작가의 월 평균 임금은 127만 원으로, 여성 작가는 남성 작가에 비해 59.9%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성별임금격차가 디지털콘텐츠 업계에도 뿌리 깊게 침투해 있다는 적나라한 증거이다.

여성 작가들이 겪는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만화·웹툰과 일러스트 분야의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했을 때,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만화·웹툰의 경우 9.5%, 일러스트 분야의 경우 10.6%로 10명 중 1명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계 대상을 여성 작가로 한정하면 피해 수치는 참담하리만치 증가할 것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는 이와 같은 피해를 타파하고자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콘텐츠 업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비상식적인 사상검증 사태와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우리는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계속 달려나갈 것이다.

[3시STOP 여성파업 기획연재]
① 여성노동자 74.0% 직장서 성차별 경험... 반말·성희롱·임금차별 등
② 저는 채용성차별에 맞선 아나운서입니다
③ '이 업계에선', '원래 그런곳'...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마법의 말들
④ 입사하자마자 "우리 회사는 여자에겐 불이익..." 그 말이 맞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020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여성파업 대회를 준비하며 기획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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