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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연설 중에 나온 "대통령 파면"...정의당 보이콧 "가짜정당"

미래한국당 대표 연설, 60여명 참석... 민생당 "몽둥이 든 도둑이 훈시한 꼴"

등록 2020.03.03 16:59수정 2020.03.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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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한선교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내내 청중석의 침묵이 이어진 연설이었다. 이때 참석한 의원은 295명 재적의원 중 약 60명에 불과했고, 정의당·민중당·민주통합의원모임 등 일부 의원들은 아예 이에 항의하며 연설을 '보이콧(거부)' 하기도 했다. 3일 오후 진행된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모습이다.

이날 본회의장 모습은, 앞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심재철 미래통합당·유성엽 '민주통합 의원모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연설을 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통상 고성으로 나오는 상대 정당 측의 항의도, 같은 정당 의원들의 연설문 중간 중간 나오는 칭찬과 추임새도 보이지 않았다.

참석한 60여 명 중에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약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0여 명 정도 의원이 참석했으나, 나머지는 불참했다. 참석 의원들조차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옆 의원과 잡담을 하거나,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하는 모습이었다. 단상에 선 한 대표는 꿋꿋하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약 25분간 정부 비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내내 조용하게 진행된 한 대표의 연설에 유일하게 나온 것은, 한 대표가 문 대통령을 비판하던 찰나 미래통합당 측에서 터져 나온 "(대통령을) 파면하라"는 목소리였다.

정의당 "사망한 정치인생 모아둔 재활용 정당, 인정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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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해산' 외친 정의당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첫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된 3일 오후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을 강하게 비판해 온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 방식으로 보이콧하고, 본회의장 입구 로텐더홀에서 '미래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정의당 의원 6명은 연설 직전 로텐더홀에서 긴급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오늘 대표연설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연설은 무효이고, 인정하지 않는다(윤소하 원내대표)"라며 연설이 진행되는 본회의장 문 앞에서 규탄발언을 한 뒤 연좌시위를 진행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공통으로 "미래한국당은 가짜정당이자 실체 없는 유령정당, 좀비정당이자 대변할 민의도 없는 '투명정당'"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정미 의원은 "어제 미래한국당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그 당의 강령 한 줄, 당헌·당규 하나 나와 있지 않아 30초 만에 다 볼 수 있다"라며 "말할 자격 없고, 들을 이유 없는 연설"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은 소위 컷오프, 불출마된 의원들이 모인 친목단체이지 정당이 아니다. 불출마 의원들의 사망한 정치인생을 모아둔 '재활용정당', 선거가 끝나면 즉시 사라진다(김종대 의원)"라는 비판이었다.

한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시간 선후 관계가 뒤섞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온 당일, 우리는 대통령 부부의 파안대소와 '제 아내가 헌정하는 짜파구리' 같은 대통령의 자랑 말씀을 목격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팀과 만나 오찬을 한 것은 지난 2월20일 오전 11시55분이었고, 첫 사망자(사후 확진) 발생 소식이 언론사 속보로 전해진 것은 오후 5시20분께였다. 두 사건 발생에는 5시간의 차이가 있는데, 한 대표가 이를 섞어 얘기한 것이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기생충' 사회의식 깊이 공감").

한선교 "코로나 슈퍼 전파자인 문재인 정부, 국민 앞 사과해야"

한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시라"고 주장했다. "그게 정상적인 대통령의 도리다", "지금의 코로나 슈퍼 전파자는 문재인 정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하라'는 요구와 함께 현 정부가 '중국 입국 금지'를 못한 까닭은 굴종 외교 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발 전염병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재앙이 된 것은 문 대통령의 남 탓, 중국에 대한 굴종 외교 때문"이라고 한 대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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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축하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 당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자당을 향한 지지도 호소했다. 그는 "(총선 때) 심각한 관권선거도 우려되지만, 미래한국당은 '진짜 인재'로 비전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연설이 끝나자 통합당 쪽에선 "잘했어", "잘했다"는 등 칭찬이 터져 나왔다. 연설 끝나고 대정부 질문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본회의장 문을 열고 인재근·백혜련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윤소하·이정미·여영국 등 정의당 의원들이 입장했다.

정의당은 이후 논평으로 "한선교 의원과 그 소속단체가 헌정과 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미래한국당 해산"이라고 비판했다.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원래 본회의장 안에서 행동으로 반대하려 했지만, 코로나 정국의 국민 마음을 헤아려 입장 표명으로만 대신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 연설이 끝난 직후인 오후 3시께 민생당의 김정화 공동대표는 경기 과천시 정부 과천청사에 가서 미래한국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 또한 연설 직후 논평을 내 "위헌적 비례 위성 정당이 버젓이 법적 제도적 허점을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다니 참담하다"라며 "안방에 쳐들어온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일장 훈시를 한 꼴이다, 5.18 망언자가 후원회장으로 나선 정당을 보니 꼼수 정당을 막지 못한 것에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국민께서 이 후안무치한 세력에 대해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미래한국당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정의당 #위성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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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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