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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메신저'부터 '비난담화'까지... 김여정이 걸어온 길

[인물탐구] 2014년 등장 후 20대에 고속승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록 2020.03.05 18:31수정 2020.03.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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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묘소의 김여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건 몰라도 행사장에서는 김정은도 김여정의 말을 잘 들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정해진 동선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자 김여정이 '오빠 가면 안 돼, 이리 오라요'라고 잡아 끌어 옆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북한 이탈주민 A씨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고위급 북한군 간부 출신인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행사는 김 제1부부장이 직접 챙겼다, 행사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도 김 제1부부장의 말을 듣는다는 목격담이 돌았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는 행사는 그의 경호부대인 호위총국(기존 호위사령부)이나 보위부가 챙겼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그가 행사를 총지휘했다는 뜻이다.

그가 직접 남측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8년이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대남메신저' 역할을 했다.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김일성 가문의 사람이 남한을 방문한 건 김여정 제1부부장이 처음이다. 이후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정상회담에 배석하며 김 위원장의 곁을 지켰다.

한동안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아 '건강이상설, '근신설'이 돌았던 그는 올해 1월 1일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그는 지난 3일 남측을 향한 담화를 발표하며, 목소리를 냈다. 이날 김 제1부부장은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북한이 실시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적반하장의 극치' '강도적인 억지주장'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아 북한이 '수위조절'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 날,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청와대는 5일 "김 위원장이 전날(4일) 친서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라고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가까이서 보좌할 수 있는 건 '김여정 제1부부장뿐'이라는 말이 있다.

김정일 장례식에 공식 참석하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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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8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 김여정 부부장 등이 안내하기 위해 걸어나오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 제1부부장이 북한주민 앞에 처음으로 등장한 건 2011년 12월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공개된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안치 장소에 들어섰다.

상주이자 북한의 새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의 곁에 있었던 인물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었다. 장례식에 공식 참석한 '백두혈통'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곁을 지킨 직계가족은 김 제1부부장과 김 위원장의 고모 김경희가 유일했다.

북한 이탈주민 A씨는 "김여정이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녔는데, 아무도 김씨 집안(백두혈통) 사람인 줄 몰랐다더라, 그러다 김정일 장례식에 있어 얼굴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후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때부터 노동당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북한 이탈주민 B씨는 "김정일의 사망 이후 가장 중요한 건 김정은이 안전하게 '위대한 영도자'가 되는 것이었다, 김여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김여정이 선전선동부에서 일했는데 김정은을 선전하고 김정은의 영도성을 빨리 인식시키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여정이라는 이름이 처음 호명된 건 2014년 3월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다. 당시 제14기 대의원에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영매체는 2015년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공식직함을 처음 공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2017년 4월 13일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받은 꽃다발을 챙긴 것도 김 제1부부장이었다. 이틀 후인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5년 기념 열병식 때는 그가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됐다.

김 제1부부장은 열병식 주석단으로 이동하던 김 위원장의 뒤를 따르며 북한 고위 인사들을 안내했다. 북한의 당·정·군 고위인사들이 총출동한 행사장을 직접 챙긴 셈이다.

20대부터 고속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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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김일성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서 주석단 착석 조선중앙TV는 2019년 7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이날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를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가운데)이 리수용 부위원장(왼쪽), 최휘 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주석단에 앉아있다. ⓒ 연합뉴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북한 내부에서도 몇 가지 특이점을 보이는 인사다. 북한에서 아무리 '백두혈통' '로열패밀리'라고 해도 김 제1부부장만큼 활발하게 활동한 인물은 드물다.

통일부는 그의 출생연도를 1987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제1부부장은 25세에 부부장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27세에 중앙위 위원, 28세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셈이다. 부부장은 우리의 차관급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직책이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의 고모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도 공식 임무를 맡은 적이 있다. 김경희 전 비서가 중앙위 위원과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된 건 각각 42세, 44세일 때였다. 이후 51세인 1995년에 비서가 됐다. 그가 당 정치국 위원이 된 건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진 뒤인 2010년 64세 때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은 20대에 이미 북한에서 타 부서에 개인 지시를 내릴 만한 부부장 자리를 꿰찼다. 김경희 전 비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주요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김여정, 거침없더라"

지난 1월 1일, 그는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 기존 당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로 부서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지도부가 당내 부서 서열로 1위인 조선노동당의 핵심 부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책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을 곁에서 본 적이 있는 이들은 "그가 앞으로도 중책을 맡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이 일할 때 거침없어 보였다"라고 기억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방문단에 포함된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연설한 종합체육경기장인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본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했다.

"5.1 경기장에서 김정은과 문 대통령이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을 때다. 경기장이니 육중한 문이 열렸는데, 김여정이 빠른 걸음으로 나와 경호원에게 핸드백을 휙 집어던지고 거침없이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더라."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방북한 2박 3일 동안 김 제1부부장이 궂은일부터 김 위원장의 수행과 같은 중요한 일까지 진두지휘 하는 것 같았다"라고 부연했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도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북에 개성공단 기업관계자로 동행한 신 전 회장은 "김여정은 행사장에서 걸어다니는 게 아니라 뛰어다녔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옥류관에서 오찬을 할 때는 행사를 다 챙기면서도 김정은의 수행비서 같은 느낌도 들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김 제1부부장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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