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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음성판정' 동선까지 공개... 전통상인들 "과잉대응" 분통

이례적으로 공개, 지역경제 침체에 더욱 악영향 미칠까 우려

등록 2020.03.06 17:40수정 2020.03.0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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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에 나선 태안군 태안군이 근흥면 안흥항에 정박돼 있는 선박에 대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태안군은 6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자가격리자도 없다. ⓒ 태안군 제공


"확진자 동선만 공개하는 게 원칙이긴 한데... "

충남 태안군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찾으면서 두 번의 위기를 넘긴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세 번째 위기가 닥쳤지만 이 또한 접촉자가 음성 판정 받으면서 또 다시 위기를 넘겼다.

아직까지 충남 태안군에서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태안군은 그동안 세 번의 위기를 넘겼다.

첫 번째 위기는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태안군 남면 청포대를 다녀간 충북 청주 부부 2명과 전북 전주 거주자 1명이 지난달 22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찾아왔다.

이에 태안군은 발빠르게 이들이 머물렀던 펜션과 마트 등에 대해 잠정 운영을 중단토록 했으며, 대대적인 방역을 통해 더 이상의 확산을 원천 차단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5일 기준으로 충남 88명의 확진환자 중 8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충남 천안의 30대 여성(33번)이 지난달 22일 남편, 딸과 함께 남면의 청포대해수욕장을 방문해 개불잡이를 한 뒤 청포대의 한 편의점을 방문 후 천안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이에 태안군은 지난달 29일 이들이 들른 편의점 주인 부부의 검체를 채취하고, 상가 주변을 소독하는 한편 이들을 자가 격리 조치했다. 이후 모니터링에 들어갔고, 검진결과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아 두 번째 위기를 넘겼다.


세 번째 위기는 군사보안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확진자와 접촉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이 접촉자는 2월 29일 확진판정을 받은 창녕군의 4번 확진자와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접촉 후 군내 식당 두 곳에서 저녁회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을 긴장케 만들었다.

더군다나 폐쇄적 군사보안시설인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시설 내에 있는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어 자칫 확진자로 판명날 경우 직장은 물론 태안군내 전체로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도 제기됐었다.

다행히 이 직원은 지난 1일 고향인 울산동구보건소에서 검사 후 자가격리됐고, 2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태안군의 코로나19 청정지역 사수는 그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밤낮없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허종일 원장을 비롯한 태안군보건의료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음성판정 후에도 동선공개
 

태안군청 누리집에도 공개됐던 음성판정자 동선 음성판정자의 동선은 태안군청 누리집에도 공개됐다. 현재는 군청 누리집에서 안내문이 사라졌다. ⓒ 김동이

   

음성판정자 동선 삭제한 태안군청 누리집 음성판정자에 대한 동선 공개로 동선에 명시된 특정 식당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군청 누리집에서는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 김동이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위기를 넘기면서 태안군재난안전대책본부가 태안군민들에게 보낸 한통의 문자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잉대응이 낳은 경기침체"라는 말까지 나온다.

태안재난대책본부는 그동안 태안을 다녀간 확진자의 동선만 구체적으로 공개해왔고, 확진자가 다녀간 펜션이나 마트 등에 대한 신속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동안 한번도 사례가 없던 확진자와 접촉한 접촉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하고 나선 것.

태안군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일 밤 10시 39분경 태안군재난안전대책본부장 명의의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19 창녕군(4번, 2월 29일 확진) 확진자의 접촉자가 우리군 관내 발생하여 안내드립니다. 접촉자는 3월 1일 고향인 울산으로 이동하여 울산 동구보건소에서 검사 후 자가격리 중이며(현재 무증상 상태) 접촉자의 이동경로와 검사결과는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태안군재난안전대책본부장-"

그러나 다음날인 2일 오전 8시 48분께 태안군은 다시 태안군재난대책본부장 명의의 문자에서 이례적으로 음성 판정자가 확진자와 접촉 이후의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했다.

"코로나10 창녕군 확진자의 접촉자 관련, 검사결과 음성판정 되었으며, 접촉자는 2월 25일 〇〇불고기, 2월 29일 태안 〇〇수산에서 저녁회식을 한 바 있습니다.(직장내 1인 1실 기숙사 거주) 결과는 음성이지만 접촉자의 관내 이동 동선에 대하여 방역에 철저를 기함은 물론 확진자와 접촉일로부터 14일간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토록 하겠으며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태안군재난안전대책본부-"

그동안 확진자의 동선만을 공개한 것과는 달리 음성판정자에 대한 동선 공개로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음성판정자에 대한 구체적인 문자가 태안군민들에게 전송된 데는 실무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완벽 차단에 공언한 가세로 태안군수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광판에도 불꺼진 태안특산물전통시장 주꾸미철을 맞아 북적거려야 할 태안특산물전통시장. 시장을 홍보하는 영상이 방영되어야 할 전광판도 불이 꺼졌다. ⓒ 김동이


그 파장은 고스란히 지역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특히 그이 문자 한통이 창녕 확진자 접촉자가 다녀간 태안특산물전통시장에 직격타가 됐다.

대부분 횟집이 들어서 있는 태안특산물전통시장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은 물론, 팔지 못하는 수산물들이 수족관 안에서 죽어갔다. 또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도 손님이 뚝 끊긴 탓에 한순간에 직장도 잃었다. 
 

썰렁한 태안특산물전통시장 주말이 시작되는 6일 금요일의 시장 안 내부 모습.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이곳 시장에는 주말 먹거리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요즘처럼 주꾸미가 제철인 시기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더욱 이어졌지만 창녕확진자와 접촉한 접촉자가 다녀갔다는 동선 공개 이후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 ⓒ 김동이


해당 식당을 다녀간 태안주민들 중에는 해당 식당에 전화 걸어 "며칠 동안 그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코로나19 걸린 사람이 언제 왔었느냐"며 따지듯 항의하는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고 식당 관계자는 전했다. 해당 횟집은 현재 문을 닫았다.

〇〇수산 관계자는 "태안에서는 재해대책본부가 코로나19 음성판정이 나온 관광객이 다녀간 음식점 이름까지 공개하면서 일대 음식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면서 "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완전히 끊겼고 수족관에 생물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생각 없는 행정에 영세자영업자들만 코로나19보다 더 큰 아픔을 겪고 있다"면서 "어머니가 군수를 만나 하소연했는데 원칙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가버렸다. 음성판정자들의 동선 공개도 원칙이라는 건가. 그럼 8500명의 음성자들 동선도 공개 할 건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텅 빈 수족관, 죽어나가는 수산물들… 발길 뚝 끊긴 전통시장 횟집
 

수족관에서 죽은 붕장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족관에 있던 붕장어도 죽어나가고 있다. 횟집주인 등에 따르면 수산물을 수족관에 보관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가 되어야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족관 안에서 죽는 수산물들이 늘고 있다. ⓒ 00수산 제공


한편, 주꾸미철을 맞아 미식가들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태안특산물전통시장은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태안을 찾았다는 2월말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이다.

5일과 6일 태안특산물전통시장을 찾아 오후에 문을 연 횟집 주인을 만나 시장의 현재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언제 "손님들이 찾아올지 몰라 수산물을 수족관에 채워 넣어야 하지만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을 경우 수족관에 채워 넣은 수산물들이 죽는 경우가 많아 수산물을 수족관에 채워 넣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부터 손님이 발 끊기더니 확진자가 왔다갔다는 문자 이후로는 문 닫는 곳도 있다"면서 특히 "특산물전통시장 대부분 상가가 일하던 직원들을 오후에만 출근하라고 하던가, 일손을 줄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한 "수산물들이 생물이어서 수족관에 오래 두지 못한다. 특히, 한 마리가 죽으면 연쇄적으로 죽어나가기 때문에 소비하지 않으면 수족관에 오래둘 수 없다"면서 "죽는 경우에는 말리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텅 빈 수족관 창녕 확진자와 접촉한 접촉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동선이 공개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해당 횟집은 문을 닫아 버렸다. ⓒ 김동이


횟집주인과 대화를 마치고 태안특산물전통시장 내 다른 횟집도 들었다. 불이 켜진 횟집도 있었지만 손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을 닫은 횟집들의 수족관은 아예 포장으로 덮어놔 개점휴업 상태임을 알려줬다. 상인들의 낯빛에서 코로나19가 덮친 그늘을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특별방역소독반 15개반 운영으로 다중이용시설과 버스, 택시, 선박 등 6일 누계 4670개소에 대해 매일 방역에 나서고 있는 태안군. 6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없을 만큼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지켜내고 있지만 자칫 과잉대응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동선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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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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