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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한 개로 반찬 걱정 딱 끝냈습니다

깍두기부터 생채, 봄동 무침까지... 식탁으로 들어온 봄 이야기

등록 2020.03.12 07:58수정 2020.03.1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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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지만 도시는 이미 봄이다. 이왕 느낀 봄을 집 안에도 불러들이고 싶다. 가족들에게도 봄을 보여주고 싶다. 시장으로 향했다. 수북이 쌓인 채소들 중 봄동 한 묶음과 무, 가지를 사서 돌아왔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 가방이 풍성하다.
 

깍두기 천원짜리 무 한 개로 만든 깍두기입니다. ⓒ 장순심

 
무를 가지고 깍두기와 무생채를 만들기로 한다. 요즘 나오는 무는 겨우내 잘 보관되어 있던 저장 무다. 저장 무라고 해서 무 맛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깍둑썰기를 하다 한쪽을 먹으니 단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네모 반듯하게 썰은 무에 소금과 설탕으로 살짝 절인다. 30분 정도 절이면 무는 짭짤한 맛과 단맛을 적당히 흡수한다. 미리 준비한 마늘, 양파, 쪽파에 고춧가루 듬뿍, 멸치젓과 새우젓을 적당히 섞어 양념을 만든다. 만들어 놓은 양념을 절인 무에 넣고 고춧가루 물이 예쁘게 들도록 힘을 주어 버무린다. 빛깔 좋은 깍두기가 완성되었다.  
 

무생채와 봄동 깍두기 담그고 남은 무를 가지고 만든 생채와 역시 천 원에 한 묶음 산 봄동입니다. ⓒ 장순심


이번엔 생채다. 채칼을 꺼내 쓱쓱 자르고 소금에 절인다. 고춧가루와 젓갈, 매실액을 넣고 마늘, 파, 양파를 넣어 양념을 해 둔다. 무의 뻣뻣한 기운이 가실 때, 물기를 빼고 양념과 주물럭주물럭 하니 금방 무생채가 완성되었다.

다음은 무조림. 무를 넙적 넙적 큼직하게 썰어 냄비에 차곡차곡 포갠다. 거기에 멸치 한 줌을 넣고 마늘, 대파, 청양고추, 간장, 젓갈과 들기름, 고춧가루를 적당히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센 불에 끓인 후 약불에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조린다. 이것도 완성. 생선 조림 같은 그럴 듯한 냄새가 났다.
 

구운 가지 무침 팬에 구운 가지에 양념을 버무린 것 ⓒ 장순심

 
가지는 찌지 않고 프라이팬에 살짝 굽는다. 찌면 금방 흐물흐물 형체를 잃지만 팬에 구어 조리하면 식감과 모양이 산다. 앞 뒤가 노릇노릇해지면 물기가 빠져나온다. 적당히 물기가 빠진, 잘 구워진 가지에 간장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청양고추 한 개를 썰어 양념장에 같이 넣으면 매운맛이 가지의 밋밋함을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봄동이다. 봄동 이파리를 해체해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인다. 물기를 뺀 봄동에 생채에 넣었던 양념과 비슷하게 넣는다. 고춧가루, 젓갈, 매실액 적당량, 마늘, 파, 양파를 넣고 아래 위로 뒤집어가며 버무린다. 무생채에 넣은 재료와 다르지 않지만, 같은 양념을 해도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군침이 돈다.

하는 것도 금방, 바로 먹을 수도 있다. 값싼 채소로 만드는 봄맞이 식탁이 완성된다. 저녁 식사 시간, 양푼에 봄동과 생채 듬뿍 넣고 고추장 한 스푼에 들기름 한 스푼으로 봄을 비빈다. 숟가락을 식구 수대로 꽂는다.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봄을 맞이한다. 봄이 몸속으로 가득 들어왔다.

밖에서 만난 봄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니 하루가 가볍다. 어제와 다른 느낌의 하루를 오늘 보낼 수 있었다. 나른한 봄을 거뜬히 이겨내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번 느낌이다. 


적어도 커다란 무 한 개로 만든 깍두기가 식탁에 오르는 동안은 봄봄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다른 곳에서 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시장을 오가는 길에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길을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 만큼 감염병도 방역도 이젠 일상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봄맞이 음식 #봄동 #무생채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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