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넘기기 행정에 강남교향악단은 어디로?

등록 2020.03.13 15:48수정 2020.03.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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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에 집중되어있는 중에도 강남구청 앞에는 강남교향악단지회의 피켓 시위가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밖으로 나오게 하였을까.

2009년 강남문화재단이 출범하고 강남교향악단은 구청으로부터 재단으로 이관되었다. "퇴직금도 못 받은 채 재단으로 이관되고도 그 후 10년 넘게 동결된 임금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음악을 통하여 구민들과 나아가서는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었다"라고 강남교향악단 이지석 지회장은 말한다.

강남교향악단은 지난 2019년 재단의 방만 운영으로 인한 연주의 질적, 양적 감소와 재단 직원과의 차별처우(10년간 임금 동결, 복지 혜택 등)의 개선을 위해 지난 2019년 2월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강남교향악단지회는 작년 4월 1일 첫 교섭을 시작으로 9개월 동안 노사 간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였고 12월 26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였다.

또한, 올 1월 8일 임금합의서가 체결되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인상과 복지 수당, 가족수당을 노사간 합의하였다

하지만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조인식을 앞두고 강남 문화재단 상임이사가 총 131개 조항 중 75개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요구를 하며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마지막 교섭 때 조인식을 위한 잠정합의안에 자구와 조항 번호 수정을 한 후 향후 날짜만 정하자고 합의 체결에 대해 약속했다"라며 "재단의 대표인 이사장의 위임권을 가지고 참석한 대표교섭위원과의 합의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는데, 단 한번도 교섭에 참석하지 않은 상임이사가 57%에 해당하는 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며 9개월간의 교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사간의 신의칙을 저버리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에 대해 재단은 "교섭이 끝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잠정합의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강남문화재단은 노동위원회 답변서에 "창단 이후 최고의 인건비 인상 및 새로운 수당을 신설하며 강남교향악단 조합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라며 부당노동행위는 부당하다고 답하고 있다.

노조는 "재단 직원은 매년 임금을 인상했는데도 올해 6.9% 인건비 인상을 했고 사측이 말하는 신설된 수당(복지 포인트. 가족수당)은 이미 재단 직원은 수년 전부터 받고 있다" "우리 단원의 기본급은 10년째 150여만 원이고 이는 간신히 최저시급을 넘을 정도여서 8.9%라 해도 10만 원 정도이며 이는 10년을 보상받기에는 적은 액수지만 앞으로 노사간 협력을 기대하며 합의한 거였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에 집중되어있는 중에도 강남구청 앞에는 강남교향악단지회의 피켓 시위가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 김성연

 
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조는 강남구청장 면담도 요청했지만 "(구청은) 중립적인 입장이고 현재 (노조가 재단을 신의칙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 고소한 건에 대한 향후 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며 면담을 거절당했다. 시위 중에도 "구청 앞에서 이러지 말고 재단에서 해결해라. 우리는 이미 재단에 모든 위임권을 주었다"라고 구청 담당자들이 말한다고 한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구민으로서 도와줄 방법을 묻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말한다. 또 "구민들께 음악은 아니지만 시위를 통하여 강남교향악단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노사간 좁혀지지 않는 이견에는 노조가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도 있지만 재단의 떠넘기기식의 행정구조도 문제가 된다.

강남교향악단은 재단과 직접적인 노사관계를 맺지만 재단은 재정 운영과 계획에 대해서는 구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강남교향악단지회뿐만이 아니라 많은 공공부문 출연기관 노사관계에서도 공공연하게 나타나는 '떠넘기기식 행정구조'인 것이다.

현재 강남문화재단과 강남교향악단지회의 공전하는 노사 갈등 속에 이런 행정은  고스란히 강남구민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것이다.

강남의 품격과 "MEMEWE"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강남구청과 강남문화재단은 언제까지 외부의 결정만을 기다리며 떠넘기기의 행태를 계속할것인가.
#강남구청 #강남문화재단 #강남교향악단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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