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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스크까지 차별한 일본, 일본인도 비웃는다

[게릴라칼럼] 사이타마시, 재일조선인 유치원생들 마스크 배제 후폭풍

등록 2020.03.14 11:51수정 2020.03.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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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사이타마시가 마스크 배포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다른 학교는 다 마스크를 주는데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만 쏙 빼놨다면?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 지난 9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 시 당국은 코로나 19 대처의 일환으로 평소 비축해놓은 마스크를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 어린이 시설에 배포했다. 총 1천여 곳에 9만3천 장을 배포했고, 10일 일본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재일조선인 어린이 41명이 재학 중인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유치부 병설, 이하 조선학교) 측이 사실 관계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조선학교가 배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일조선인 사회가 분노한 것은 물론이었다.

11일 재일본조선인 인권협회(회장 김봉길)은 항의문을 내고 이렇게 요구했다.

"우리는 이번 마스크 배포조치 대상에 조선학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이를 인권, 인도적으로도 도저히 간과할 수 없으며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서 단호히 항의함과 동시에 조속히 그 대상에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를 포함시킬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항의를 받은 사이타마 시 관계자가 배포하겠다는 확답 대신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재일조선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일본 사이타마 시의 '마스크 차별'

12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박양자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원장 설명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조선학교를 마스크 배포에서 제외한 이유 중 하나로 "자기 지도관할이 아니기에 만일 부정이용이 있을 경우 그걸 지도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 조선학교 측이 항의 과정에서 "그 부정 이용이란 것이 다른 곳에 팔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라고 물었고, "그리 들릴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12일까지 이어진) 두 차례 항의 방문 등 재일조선인 단체의 항의가 이어지자 시 담당 간부는 11일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사과했다. 하지만 향후 배포를 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애초 사이타마 시가 내놓은 제외 사유도 어정쩡했다.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는 시 당국이 지도·감독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재일동포조직인 인권협회란 곳이 있는데 인권협회의 항의 요청문과 보호자들과 요청문을 들이대고 우리 유치원이 제외된 그 경위 그것은 틀린 처사이며 비인도적이고 나아가서는 민족교육에 대한 차별정책이라는 것을 강하게 추궁했죠. 그런데 현재도 특별히 그에 대한 대답이 없어요." (박양자 원장,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인터뷰 중)

또 재일본조선인 인권협회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치는 사이타마시와는 달랐다. 후생노동성은 최근 조선학교에 휴교를 촉구하는 내용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책을 위해 외국인학교 등의 대응에 관하여' 요청연락을 취했다. 또 휴교조치에 따라 각 학교에 지급하는 '코로나19 감염증에 의한 소학교 휴업대응 조성금'을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조선학교에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사이타마 시는 시가 8개로 구분한 어린이 관련시설(①방과 후 아동클럽 ②인가 보육소 ③인가 유아원 ④사립 유치원 ⑤소규모 보육사업소 ⑥사업장 내 보육사업소 ⑦인가 외 보육시설 ⑧장애아 복지센터)에 '각종학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조선학교 유치원을 '마스크 배포'에서 제외했다.   

사이타마시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마스크 배포 시설에 조선학교를 포함시킬 순 없었을까. 결국 그 배경엔 뿌리 깊은 일본의 재일조선인 차별이 자리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파만파 커지는 비판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로 일본 전국이 비상시국인 시점에서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시의 대책위원회가 시가 보유하고 있는 비축용 마스크 24만 매 중 18만 매를 시내의 아동클럽, 노인요양시설, 보육원, 유치원 등의 직원용으로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유치원 측에서 마스크를 받으러 가니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똘똘 뭉쳐 차별하는 것은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에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조선학교 유치원은 유치원도 아니란 말입니까. 사람도 아니란 말입니까?"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의 연출자이자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의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인 김명준 감독이 페이스북을 통해 한 항의다. 이렇듯, 사이타마 시의 '마스크 차별'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우선 뉴스를 접한 많은 일본 시민이 조선학교로 마스크 등 위생용품을 기부하고 있다. 12일 사이타마 조선유치원 학부모 김초미씨는 YTN과 한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학교 정문에 마스크, 티슈, 소독용 알코올 등이 놓여있었습니다"라며 "따뜻한 일본인 이웃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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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조선학교 교문 앞에 일본 시민들이 놓고 간 손소독제. ⓒ 사이타마조선학교 제공

 
재일조선인 단체들은 물론 국내 단체들 역시 항의 운동에 돌입했다. '조선학교 차별에 대한 항의전화, 팩스, 그리고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몽당연필에 이어 김복동의 희망, 정의기억연대, 평화의 길 등 평화인권 단체들도 '일본정부와 지자체에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항의서한 보내기와 마스크 보내기 운동'에 동참했다. 특히 정의기억연대는 13일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일본 사이타마 시의 재일조선유치원 마스크 지급 배제 문제해결을 위한 요청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정부의 조선인에 대한 차별 정책에 대한 시정권고는 이미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일본정부심의에서 2001년, 2010년, 2014년, 2018년 네 차례에 걸쳐 제출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정책에서의 차별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다시 한번 조선유치원에 재학중인 아이들에 대한 마스크 지급을 배제함으로써 국제기구의 권고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엔인권최고대표께서는 COVID-19 관련 3월 6일 입장발표를 통해 "(COVID-19 해결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는 노력의 중심에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낙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국제보건규칙에서도 지체 없이 진행되어야 하며,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차별정책은 명백한 국제인권원칙의 위반입니다."


인과응보 

이날 오후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 소속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사이타마 시를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부에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급속도로 확산 중인 사이타마 시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공감대는 그간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들을 향한 일본 정부의 차별이 바탕이 됐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급기야, 북한마저 이 사안에 뛰어들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대내용 라디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사이타마 시의 '마스크 차별'에 대해 "유치하고 졸렬한 차별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매체들은 "일본 반동들은 조선학교 유치반을 유아교육, 보육 무상화 제도 적용에서 제외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염병을 막기 위한 마스크 공급대상에서까지 배제하는 치졸한 망동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항의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만담가이자 작가인 다테가와 단시로는 12일 본인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적었다. 이글은 13일까지 수 천회가 리트윗되며 일본인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일으키고 있다. 

"사이타마시가 사이타마조선 초중급학교에만 마스크를 배포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심한 이야기인데, 그 때에 시 직원이 그 이유로 '전매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악이다. 만약 마스크를 배포하지 않아 집단 감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질 생각이었나. 아니, 그래도 차별을 우선시했던 거다." 

박양자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원장은 앞서 말한 라디오 인터뷰 말미에서 이렇게 분노했다.

"일본 당국의 민족교육차별 정책의 연장선에 이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선고급학교만을 무상화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제외하고 또 지방자치제에서 조성금이 나와 있는데 그 조성금마저 중단 시키고 이번에는 유아들까지, 어린 것들까지 차별해가지고 이 유아 무상화제도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외했죠.

그래서 이 양육비를, 바로 우리가 다 내고 있는 그 소비세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그런데 뭐 똑같이 우리 보호자들도 다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다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 소비세를. 그런데 이 제도에서 우리를 유독 각종학교라고 해서 제외했단 말입니다."


세금을 내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일조선인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13일, 사이타마시는 다음 주 조선학교 등 '각종학교'에 대해 마스크를 추가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뉴시스> 등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시미즈 사야토(清水勇人) 사이타마시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평소 시가 배포처의 무한 확대를 막기 위해 지도 감독하는 시설에 마스크를 우선 배포한 것일 뿐, 조선학교 유치부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은 아니'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또 사이타마시는 쏟아진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조선학교의 항의 때문에 추가 배포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준 감독은 페이스북에 일본 정부와 사이타마시를 향해 이런 일침을 전했다.

"왜 이 지극히 '당연한' 것을 이렇게 아우성치며 화내고 목소리를 높여야 겨우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건지 찝찝하고 답답한 기분은 여전합니다. 조선학교 유치원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 행동은 그래서 계속 진행되어야 하고, 일본정부의 '유아교육 보육의 무상화(유보무상화)'에서, 고교무상화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차별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연대활동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렇듯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구인들의 아시아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문제가 되고 있고, 일본 정부 역시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 정책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지속해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아베 정부가 '한국인 입국금지'로 촉발한 양국 간 갈등을 계기로 이러한 일본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전 세계적으로 환기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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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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